“오보가 아니라 오차가 난 것이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 승인 2008.01.2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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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 기상청 예보국장 인터뷰 / “슈퍼컴퓨터도 오차의 한계 있어 불완전”

 
정부 기관 중에서 기상청만큼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곳도 없을 것이다. 일기예보가 맞으면 ‘본전치기’, 틀리면 ‘몰매’를 맞는다. 여름에는 홍수와 강수량 예측이 정확해야 하고, 겨울에는 눈이 내리는 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 날씨가 맑다고 했는데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기상청은 국민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는다. 그러다 보니 기상청은 날씨의 변덕에 따라 부침이 심한 곳이다.
홍윤 예보국장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난 번 오보 이후 언론을 기피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의외로 할 말이 많았던 것 같다. 서울 보라매공원 안에 위치한 기상청 예보국장실에서 두 시간을 훌쩍 넘기며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기상청이 잦은 오보로 인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 1월11일에 눈이 내린 것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엄밀히 따지면 기상청의 오보가 아니라 오차가 있었을 뿐이다. 이날은 낮부터 비가 내리다가 오후부터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당초 예보와는 6~7시간의 차이가 났다. 하필이면 출근 시간 전후에 눈이 내려서 혼란이 생겼다.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빨리 올 것을 늦게 예보한 것이다. 초기 자료의 차이 때문에 이런 오차는 항상 생길 수가 있다. 오차의 범위 내에서 예보가 적중할 가능성이 있다. 오후에 눈이 내린다고 했는데 오전에 내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한계가 있다. 오차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일기예보를 들으면 정보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오보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와 라니냐 현상이라고 했는데.
지구 온난화의 기본은 겨울이 따뜻해지는 것이다. 평년 기온을 평균으로 나누어서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엘니뇨나 라니냐가 올 때는 바람의 이동이 평상시와 다르다. 겨울이 추워야 하는데 춥지 않은 것은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다. 기후의 근본이 변한다. 이런 기후 변화가 국지적으로 변하는 기상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우리가 말한 것도 지구 온난화와 라니냐가 기상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이다.
오보가 나면 국민들의 비난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담당 국장으로서 난감할 것 같다.
기상청 전화는 24시간 개방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날씨에 따라 국민들의 반응도 갖가지이다. 스트레스 해소성 전화가 가장 많다. 어떤 사람은 술 마시고 전화하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세차를 했는데 비가 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별의별 욕을 다 먹는다. 기상청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비난으로 도배되다시피 한다. 기상청이 우리 국민의 욕구 불만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토·일 휴무제가 시행되면서 레저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다. 등산, 낚시, 여행, 골프 등이 모두 날씨와 연관이 있다. 그러다 보니 기상 정보에 대해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관측소를 늘리면 일기예보의 정확도가 더 높게 나타날 것 아닌가?
우리만 관측소를 늘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도 관측소를 늘려야 한다. 북한의 경우 관측소가 두 곳 밖에 없다. 기상은 이동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상만으로 예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전세계 국가들은 기상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우주에 정거장이 있듯이 세계 각국의 기상 정보를 모으는 기상 정보 정류장이 있다. 자기 나라의 기상 정보를 주고 전세계 국가의 기상 정보를 받는 형태이다. 그런데 자료의 양이 적고 완벽하지가 않다. 해당 국가에서 관측한 자료만을 받다 보니 한계가 있다.
슈퍼컴퓨터가 있는데 오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슈퍼컴퓨터는 많은 정보를 빠르게 계산한다. 그만큼 정확도가 높다. 슈퍼컴퓨터를 도입한 후 예보 정확도가 훨씬 높아졌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그렇다. 우리나라의 예보 정확도는 84~85% 정도이다. 선진국 수준이다. 슈퍼컴퓨터는 만능이 아니다. 원초적으로 안고 있는 오차가 있다. 국민 대다수는 그 오차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특히 해당 날짜에 중요한 일이나 행사가 있는데 눈이나 비가 왔다고 하자. 그러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슈퍼컴퓨터를 도입한 이후 오보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는데.
과거보다는 많이 향상되었다. 기상청은 3백65일 매일 예보를 하고 있다. 그중에 한두 개가 틀린 것이다. 다만 국민 개개인의 느낌에는 그렇게(오보가 잦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옛날에는 예보가 틀려서 비가 와도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요즘은 아니다. 사람들이 민감해졌다. 더 정교한 예보를 요구한다. 우리가 느끼는 만족도와 국민이 느끼는 만족도에 차이가 있다. 슈퍼컴퓨터가 오차의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약간씩 틀릴 수가 있다. 아직까지 국민들의 ‘체감 만족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예보관의 전문성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 아닌가?
예보관을 전문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외부에서 요구하는 ‘전문 예보관’은 평생 예보관만 하라는 것이다. 진급도 하지 말고 예보관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기상청은 지난해부터 ‘경력 개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체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다. 경력 개발 제도는 직무군별로 보직 경로를 나누어 전문성을 강화한 것이다. 기상청 공무원들을 예보 직군, 관측 직군, 행정 직군으로 나누었다. 지금까지는 예보만 해서는 국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앞으로는 가능하다. 또 자체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기상 교육과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시킨다. 국내외 대학에 위탁을 보내 단기 과정이나 석·박사 과정 코스를 밟게 한다. 예보관은 대학에서 기상학을 전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채나 특채를 통해 뽑고 있다.
공식 예보와 디지털 예보의 차이가 크다. 왜 그런가?
공식 예보가 아날로그라면 디지털 예보는 말 그대로 디지털이다. 디지털 예보는 매 시간마다 온도의 변화를 알려준다. 그때그때 값이 다르고 오차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예보는 산업이나 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자신에게 맞는 ‘맞춤 정보’로 활용이 가능하다. 서울의 경우 자치단체별로 격자가 달라서 자세하게 온도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 기상위성을 활용하고 있는데, 자체 기상위성은 언제쯤 띄울 예정인가?
2009년 6월쯤에 띄운다. 기상위성을 띄운다고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이 역시 오차와 한계가 존재한다.
민간 기상예보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상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나쁠 것이 없다. 우리도 기상산업생활본부를 따로 만들어서 기상산업 육성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민간 기상 회사들은 하나같이 영세하다. 기상청의 자료를 전달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민간 기상 회사들이 살려면 기상 정보를 제공받는 곳에서 돈을 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무료로 제공하다 보니 수익 창출이 안 된다. 미국이나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기상 정보를 제공할 때 돈을 받는다. 또 민간 기상 회사들은 사용자에 맞는 ‘맞춤 기상 정보’를 제공한다. 이 정도 수준이 되어야 기상산업이 성숙되고, 민간 기상 회사들도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기상 정보는 무료로 제공하는가?
아니다. 기상 정보를 공개할 때 그곳에 메뉴를 만든다. 민간 기상 회사들이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면 그만큼의 비용을 내는 방식이다. 비용은 민간 회사들의 영세성을 감안해서 실비로 받고 있다.
기상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의 기상 예보 수준은 몇 위쯤 되는가?
10위 정도이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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