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의 강동원’이냐 ‘팀 내 청량제’냐
  • 조범자 (스포츠월드 기자) ()
  • 승인 2008.01.2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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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신인왕 경쟁 치열…초반 파문·부진 딛고 ‘점프’

 
사실 배구 팬들은 올시즌 프로배구 V-리그가 조금 아쉽다. 음식을 먹어도 허기가 가시지 않는 것처럼 뭔가 허전하다. 은퇴한 김세진·신진식의 강스파이크를 더 이상 볼 수 없어서도 아니고, 현대캐피탈의 2연패를 이끌었던 ‘한국형 용병’ 숀 루니가 안 보여서도 아니다. 기대했던 ‘특급 신인들의 돌풍’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시즌은 프로배구 사상 가장 화려한 ‘신인들의 잔치’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었다. 지난해 인하대의 4관왕을 이끌었던 ‘얼짱 신인’ 김요한(LIG손해보험)과 세터 유광우(삼성화재), 그리고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다는 여자배구 차세대 거포 배유나(GS칼텍스) 등 대어급 신인들이 한꺼번에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남녀 1순위로 지명된 김요한과 배유나는 외모와 실력을 고루 겸비한 스타성으로 배구인과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김요한과 유광우는 처음부터 삐걱댔다. 한국배구연맹(KOVO) 신인 계약 규정에 없는 계약금을 구단에 요구하며 입단을 거부한 것이다. 프로배구 코트에 ‘루키 효과’보다는 ‘파문’부터 불러온 셈. 1라운드가 끝날 무렵 구단과 협상을 마치고 팀에 합류했지만 출발도 썩 개운치 않았다. 김요한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다 발목 부상으로 1주일간 코트를 떠났고, 유광우는 발목 수술을 받고 아예 시즌을 접었다. ‘준비된 거포’로 불렸던 배유나도 프로 적응에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하지만 신인들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요한과 배유나는 물론 신인왕 후보 ‘넘버2’로 꼽히는 임시형(현대캐피탈)과 하준임(도로공사) 등이 팀 성적과 개인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좇아 반드시 신인왕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며 자신감을 불태웠다.
가장 많이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역시 ‘꽃미남 거포’ 김요한이다. 영화배우 강동원의 곱상한 외모를 쏙 빼닮아 ‘코트의 강동원’으로 불리는 레프트 공격수 김요한은 발목 부상에서 회복된 뒤 본격 활약을 예고했다. 2m의 큰 키를 이용한 타점 높은 강타와 화려한 플레이로 배구 인기몰이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2월23일 상무전에서 팀내 최다인 12득점을 올렸고 발목 부상에서 복귀한 9일 현대캐피탈전과 13일 한국전력전에서도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돌풍을 예고했다. 코트 밖에서도 매니지먼트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천후 플레이어’ 배유나, 여자부 ‘0순위’

이에 반해 1라운드 4순위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임시형은 신인왕 경쟁의 ‘다크호스’이다. 김요한처럼 화려하게 스파이크를 때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안정된 공격과 수비로 조용히 자신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특히 현대캐피탈이 시즌 중반까지 외국인 레프트 공격수를 구하지 못한 것이 그에게 호재가 되었다. 용병 공격수의 공백을 메꾸며 꾸준하게 경기에 나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더군다나 레프트로 포지션을 바꾼 후인정과 송인석의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어 이들의 백업으로 활약하는 임시형의 존재감이 더욱 도드라진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임시형을 가리켜 “팀에 달콤한 청량제 역할을 하는 선수”라며 아낌 없는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 밖에 LIG의 리베로로 안정된 수비력을 선보이며 박기원 LIG 감독의 신임을 사고 있는 한기호와 대한항공 장신 센터 진상헌도 신인왕 후보에 이름을 올려놓고 김요한과 임시형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여자부의 최고 루키 경쟁도 뜨겁다. 가장 강력한 후보 배유나를 비롯해 하준임과 양효진(현대건설), 김혜진(흥국생명) 등이 프로 첫해부터 선배들 못지않은 활약으로 신인왕에 도전장을 냈다.
‘신인왕 0순위’인 국가 대표 배유나는 포지션이 따로 없는 전천후 플레이어이다. 주된 포지션은 레프트와 라이트 공격수. 그러나 GS칼텍스의 주전 센터 정대영이 시즌 초반 맹장염 수술로 결장했을 때는 센터로도 맹활약했다. 공격이면 공격, 블로킹이면 블로킹, 수비면 수비, 팀 상황에 따라, 감독의 주문대로 ‘맞춤 플레이’를 펼친다. 현재 이동 공격, 시간차 공격, 서브, 블로킹 부문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도로공사의 라이트 공격수 하준임은 지난 시즌 최고 용병 레이첼이 빠진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여자배구 최장신 라이트 공격수답게 1백89cm의 큰 키와 왼손잡이의 장점으로 프로 첫해 팀의 보배로 우뚝 섰다. 이 밖에 속공 센스가 돋보이는 센터 양효진과 흥국생명 세터 우주리, 김혜진, 도로공사의 이보람 등도 신인왕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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