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뛴 ‘사돈에 팔촌’ 대선 후 어디로 뛰나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 승인 2008.01.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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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의 ‘비제도권’ 친인척 중 4인 주목 정치에 관심 많고 선거운동에도 적극 나서

 
대통령의 친인척들은 늘 주목 대상이다. 스스로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도 가만히 놓아두려고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여차하면 구설에 올라 인생이 꼬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형·동생·아들·처남…. 역대 정권에서 나타난 친인척들의 수난사는 다음 정권에게 늘 반면교사였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평범한 명제를 되새기게 한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어떨까.
이명박 당선인은 3남4녀 가운데 다섯째이다. 바로 위 형이 이상득 국회부의장이다. 바로 위 누나와 막내 여동생은 한국전쟁 때 사망했다. 도곡동 땅을 사들인 이상은씨가 큰형이다. 이당선인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는 3남4녀 가운데 여섯째인데, 바로 밑 동생이 이상은씨와 함께 도곡동 땅을 사들인 김재정씨이다. 이당선인은 1남3녀를 두었다. 이상주 삼성화재 상무보, 최의근 서울의대 전문의,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사위이다. 아들 이시형씨가 막내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자녀들이 특히 대선 기간에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다. 사위들도 한 번씩 얼굴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제도권’ 친인척이다. 그만큼 일반의 주목도가 높다. 공중의 감시 속에 노출되어 있으면 상대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상득 부의장의 측근이, 이부의장이 총선에 출마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과거 대통령 친인척들이 비리에 연루되는 등 문제가 많이 발생했는데, 이는 친인척들이 제도권 밖에 있으면서 언론 등의 감시·감독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라고 말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김윤옥 여사 관련 인사들 주로 눈에 띄어

하지만 ‘비제도권’ 친인척들도 있다. 특히 나름으로 대선 과정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발이 너른 사람들이 주목된다. 최근 여의도 정가에는 ‘김동혁’이라는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어지간한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그의 이름을 안다.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 당시부터 한나라당과 관련 있는 웬만한 행사장에서 그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명박 당선인을 ‘외삼촌’이라고 부른다. 올해 57세인 김동혁씨는 이당선인의 큰누나인 이귀선씨의 아들이다.
경북 포항 출신인 김씨는 현대산업개발 자재부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당선인이 서울시장에 도전했을 때 총무특보를 맡아 내부 살림을 챙기는 등 진작부터 정치권 가까이에서 이당선인을 도왔다. 지난 대선 때는 이당선인 팬클럽인 ‘MB연대’에서 활동하며 유세지원단에서 열성적으로 일했다. 그 역시 이당선인이 다니는 소망교회 신도이다.
그를 잘 아는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김씨는 정치에 관심이 많다. 이번 총선에 서울이나 경기 쪽에 출마할 뜻이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통화할 시간이 없다”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김씨 말고도 대선 과정에서 앞장서 움직인 이당선인의 ‘비제도권’ 친인척으로 세 명이 더 있다. 김윤옥 여사의 둘째언니 김정혜씨의 남편 황태섭씨도 한나라당 인사들에게는 꽤 이름이 알려진 편이다. 경북 포항 출신으로 이당선인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도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그는 젊은 시절 언론에 몸담았다가 이후 사업을 해서 크게 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당선인이 15대 선거 때 종로에 출마했을 당시 지구당 사무국장을 지냈다. 이당선인의 비서였던 김유찬씨는 당시 그가 종로의 오피스텔 두 개를 빌려 사조직 ‘일명회’를 조직해 이끌었다고 폭로한 적이 있다.
이당선인이 서울시장에 출마했을 때 그는 외곽 조직들을 관리하는 일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를 잘 아는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당시 그의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당선인이 ‘너무 나서지 말라’라며 일종의 경고를 해 행동을 제어했던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지난 대선 때도 청년 조직과 연계해서 선거운동을 했다. 성격이 좋다고 알려져 있는 그의 주위에는 대선 이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대구광역시 중구 대봉1동에는 ‘보름달 사람들’이라는 인터넷 사이트 사무실이 있다. ‘이명박을 믿고 지지하는 공식 팬클럽’이다. 이당선인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큰언니 김춘씨의 아들 김봉조씨가 회장이다. ‘보름달 사람들’은 중앙운영위원회, 온라인위원회, 정책위원회, 윤리위원회를 둔 전국 조직이다. 강원·충남·경기 등 지역별로 지부도 있다.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1월부터이다.

 

“문제 발생시 원칙대로 엄정 처리할 것”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회원들이 이당선인과 함께 찍은 사진, 지부를 결성하는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이들은 지난해 경기도 일산에서 있었던 이당선인의 출판기념회 등 각종 행사 때 적극 참여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조직 규모가 얼마나 큰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역별 조직을 가지고 나름으로 활발하게 움직였다. 김봉조씨와 인사를 한 적은 있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자세히 모른다”라고 말했다. 포항시장을 지낸 정 아무개씨 등이 회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는 대선 이후 폐쇄되었다. 전화국에 물어보니 당사자의 요청에 의해 바뀐 전화번호를 알 수 없게 되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보름달 사람들’은 대선 과정에서 한 차례 잠깐 언론에 노출된 적이 있다. 2007년 11월 ‘한겨레’는 대구 계명대 태권도학과 학생들이 한나라당 경선 때 무더기로 당원에 가입해 한나라당 집회에 동원된 사실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때 한 태권도학과 학생이 “학과 선배가 후배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명박 후보의 팬클럽인 ‘보름달 사람들’에 가입하라고 권유했다”라고 언급한 내용이 나왔다.
김윤옥 여사의 바로 위 언니 김숙혜씨의 남편 신기옥씨도 정가에 나름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다. ‘신회장’으로 불리는 그는 사업을 해 재력을 쌓았다고 한다. 뚜렷하게 조직을 이끌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경북고 동창회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등 대구·경북 지역 인사들 가운데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여럿이다.
이렇게 살펴보면 ‘비제도권’ 친인척 가운데는 당선인의 아내인 김윤옥 여사와 관련 있는 인사들이 주로 눈에 띈다. 당선인에게 동서가 되는 황태섭씨나 신기옥씨는 나이가 많다. 주변에 이렇게 저렇게 정치적으로 인연을 맺은 인사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성격이 좋은 것이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라며 걱정했다.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김봉조씨나 김동혁씨가 앞으로 어떻게 처신할지도 주목된다. 이들 중 누구라도 현실 정치에 전면적으로 뛰어들거나 나서서 활동하면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당선인의 한 측근은 “당선인은 친인척 가운데 누구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다.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그는 이 문제를 더욱 엄정하게 접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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