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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삼성미술관’ 비밀의 문 열릴까

특검, 에버랜드 수장고에서 유명 그림 상당수 확인 미술계 “<행복한 눈물> 구매할 큰손은 삼성밖에 없어”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ㅣ 승인 2008.01.28(Mon) 11: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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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월21일과 22일 양일간에 걸쳐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이 경기도 용인 삼성에버랜드 수장고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 이후 특검 사무실은 아연 활기를 띠고 있는 반면, 이건희 회장 자택과 삼성미술관 리움 주변에는 깊은 정적이 감돌고 있다. 1월10일 출범 직후 이회장 자택과 삼성 본관 등에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한 바 있는 삼성 특검팀의 다음 목표물이 삼성미술관과 이회장의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사실 그동안 조심스레 감지되어 왔다. 삼성 비자금을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와 검찰 특본팀에 의해 이미 상당한 양의 관련 자료들이 특검팀에 건네졌기 때문이다. 인사동을 중심으로 한 미술계 주변에서도 홍관장과 친분이 있던 미술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곧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면서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당초에는 특검팀이 한남동에 위치한 리움 미술관의 내부 수장고를 먼저 전격 압수수색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특검팀은 마치 허를 찌르듯이 압수수색 차량의 방향을 용인으로 틀었다. 이에 대해 특검팀 주변에서는 “리움 미술관 압수수색이 곧 단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인사동 주변에서 파다하게 나돌자 삼성측이 급하게 주요 미술품들을 용인 에버랜드 수장고에 옮기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라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김변호사의 폭로로 한껏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품인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과 프랭크 스텔라의 <베들레헴 병원> 등의 소재에 모아졌다. 작품당 100억원에 육박한다는 최고가의 작품들로 현재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그림들은 에버랜드 수장고에서도 역시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을 마친 1월23일 특검측은 “두 작품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김변호사가 의혹을 제기한 30여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일부 성과가 있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에 대해서 1월25일 현재까지 명확한 확인을 유보하고 있지만 특검팀 주변에서는 앤디 워홀의 <모나리자>와 리히텐슈타인의 <초현실주의자의 머리2> 등이 발견되었다는 얘기가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특검팀 주변에서는 “단지 리스트에 있는 그림 두어 점이 발견됐다고 특검팀의 수사 분위기가 이렇게 활기를 띄는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삼성이 비자금으로 고가의 유명 미술품을 많이 사들인 정황이 포착된 것 같다”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즉 미술계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삼성가와 미술계의 유착 관계 및 일부 갤러리와의 거래 관계를 상당 부분 뒷받침할 수 있는 많은 유명 그림들이 발견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들이 그것이다.
실제로 이번 압수수색에서는 국내 최고 경매가(45억원)를 기록하는 등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박수근·이중섭 화백의 그림 상당수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 미술계 인사가 “삼성이 모 갤러리 등과 거래를 하며 박수근·이중섭 두 화가의 그림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라고 한 증언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현재 최대의 관심사는 그 행방을 놓고 삼성측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간에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행복한 눈물> 등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홍대표가 1월24일 “조만간 특검 수사에 임하겠다”라는 뜻을 밝혀왔으나, 상당 기간 잠행을 하면서 작품의 행방에 대한 사전 알리바이를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김변호사는 <행복한 눈물>의 경우 홍대표가 홍관장의 심부름을 받고 구입한 후 한동안 이 그림이 이회장 자택의 한 벽에 걸려 있었다는 진술을 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에버랜드 수장고 관리 책임자였던 ㄱ씨가 기자에게 “수장고 소장품 목록에 정식으로 등재되지 않는 미술품들 가운데 이회장 일가 개인 소유로 자택에서 따로 보관하고 있는 것도 있다”라고 밝힌 증언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46~47쪽 기사 참조)

   
 
ⓒ시사저널 사진부
 

“재벌 기업 미술품 구입은 재테크 또는 상속용”

삼성 비자금 문제로 촉발된 특검의 미술계에 대한 수사가 재벌과 미술계의 유착 관계까지 파고들지 여부도초미의 관심사이다. 기자는 인사동을 중심으로 활약하는 미술 전문가들 및 미술계 인사들을 다각도로 접촉했지만, 대다수 미술인들은 현재의 상황이 국내 미술 시장을 크게 위축시킬까 우려하고 있었다. 1990년대 초·중반 삼성과 유착하며 급성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 갤러리 출신의 미술계 인사 김 아무개씨는 “설사 비자금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삼성이 그동안 한국 미술 발전에 기여한 모든 것까지 싸잡아 폄하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몇몇 미술인들은 “한국의 미술 시장도 이번 기회에 자생 능력을 키워야 한다”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인사동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미술계 인사 이 아무개씨는 <행복한 눈물>의 행방에 대해 “기업이나 미술품 수집가들은 소위 ‘재테크용’으로 작품을 구입하는데, 비싸면서도 작은 크기를 선호한다. 이동이 간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행복한 눈물>도 작품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 아무 데고 숨기는 것쯤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몇 해 전 나도 한 재벌그룹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에 몸담은 적이 있다. 역시 회장 부인이 미술관을 담당했는데, 특정 유명 작품에 대해서는 회장 자택에서 직접 관리해 전문가인 나조차도 알 수 없을 정도이다 . 전시회를 위해서 자택에 보관 중인 그림이 필요할 경우 집사 혹은 비서를 통해서 부탁을 해야 한다. 만약 회장 부인이 장기간 해외에 체류 중이면 마냥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그런 경우도 있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씨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재벌 기업이 미술품을 선호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재벌 기업들이 유난히 미술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본다. 재테크용과 상속용이다. 거장의 작품은 일단 사두면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다.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 사실 이보다 더 좋은 재테크가 없다. 그렇다고 상속세가 있나, 양도세가 있나.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더 안전한 것이 미술품이다. 해외에서 작품을 들여오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세관에 고미술 전문가들은 다 있다. 국보 등 문화재급이 많기 때문에 특히 해외로 나가는 것은 꼼꼼히 체크한다. 그런데 나는 세관에 현대미술 전문가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눈에 안 띄게 들여오고, 나가는 방법도 식은 죽 먹기이다. 액자에서 그림 떼내서 그냥 둘둘 말아갖고 오면 그만이다. 그런 면에서 비자금을 조성해놓고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는 상황이라면 유명 미술품을 사두는 것이 비밀도 보장되고 세금도 피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갖는 셈이다.”

   
 
ⓒ연합뉴스
 

미술계에서 삼성은 국가 이상의 아성?

이씨는 “다른 재벌가들이 미술관을 운영하고 미술품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삼성가를 벤처마킹한 결과이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금 이건희 회장 개인 소유의 미술품이 값어치로 얼마인 줄 아는가. 쉽게 따지기 힘들 만큼 어마어마하다. 그것이 다 어디서 났나.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회장은 세금 한 푼 안 내고 고스란히 수천억원대 이상의 재산을 물려받은 셈이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시비 거는 사람이 없다. 언론에서도 주식, 부동산 이런 것은 물고 늘어지면서 미술품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신경 안 쓴다. 지금도 이회장 부부 개인 소장으로 된 미술품은 엄청나다. 그건 결국 또다시 아들인 이재용씨에게 고스란히 상속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나도 이 분야에서는 꽤 전문가로 인정받는 편이지만 <행복한 눈물>과 같은 거작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줄 지금까지 전혀 몰랐다. 이번에 김변호사의 폭로를 통해서야 알았다. 나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 수십억원대 값어치의 그림이 그냥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상속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미술 전문 기자 출신인 또 다른 김 아무개씨는 “기자 시절 홍관장에게 미술 관계 동향을 직접 보고했을 만큼 미술에 대한 그녀의 관심은 오래전부터 유명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국내 갤러리들의 입장에서 보면 안타깝다. 사실 삼성이 한국 미술 시장을 먹여살리는데 삼성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갤러리가 어디 있겠느냐”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미술평론가인 또 다른 이 아무개씨는 “홍송원 대표가 <행복한 눈물>은 자기가 개인적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작품 하나에 100억원대를 호가하는 작품을 홍대표가 혼자 독단적으로 구입했다는 것을 믿을 미술인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국내 갤러리가 그렇게 재정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다. 불확실한 마케팅을 바라보면서 그런 수십억원대의 그림을 어떻게 사두겠나. 이미 구매자를 확보한 상황에서 갤러리가 대신 물건을 구매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지금 상황에서 그 정도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큰손은 사실상 삼성뿐이라고 봐야 한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한 해 구매 예산이 60억~70억원이다. 속된 말로 삼성의 ‘새발의 피’도 안 된다. 아예 비교가 안 된다. 국립미술관은 그런 해외 거장 작품들은 살 엄두도 못 낸다”라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인사동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립 삼성박물관’ ‘국립 삼성미술관’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했다. 그야말로 미술계에 있어서 삼성의 존재는 국가 그 이상의 절대적 ‘아성’이었던 셈이다. 향후 미술계를 향한 특검 수사의 칼날이 만만치 않은 파열음을 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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