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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 울린 그 여자의 쇼 그 여자의 인생

오프라 윈프리, 오바마 지지 이후 더욱 유명세 타 방송 채널도 접수해, 미디어 경영인으로 발돋움

조홍래 편집위원 ㅣ 승인 2008.01.28(Mon) 14: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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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연합
 
‘미국 TV의 퍼스트레이디’ 오프라 윈프리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버락 오바마를 지지한 것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배신자라는 비난이 쏟아지는가 하면 그녀다운 행동이었다는 동정론도 만만치 않다. 같은 여성으로서 클린턴이 아닌 흑인 후보를 지지한 사실은 여성에 대한 배신이라는 것이 비판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녀가 아프리카계 흑인으로서 노예에 가까운 비참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가슴에 품은 한(恨)의 응어리를 감안하면 무작정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반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은 그녀의 오바마 지지가 자신이 흑인이라서가 아니라 오바마가 클린턴보다 약자이기 때문이라는 논지로 두둔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유명한 그녀는 정치에 휘말리면서 이제 하늘을 찌르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 도대체 오프라 윈프리는 누구이며 사람들은 왜 그녀의 쇼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녀를 둘러싼 신비와 진실 속으로 미국 전역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녀를 ‘토크쇼의 여왕’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모자라다. TV, 영화, 출판, 잡지, 온라인, 라디오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손길이 미치는 영역은 너무 다양하다. 대학 시절 미스 흑인으로 선발될 만큼 흑인 특유의 미모를 인정 받아 그것을 무기로 일찌감치 영화에 출연했다. 198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만난 것이 인연이 되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앨리스 워커의 소설 <보라색(Color Purple)>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 바람 난 가정주부 소피아 역을 맡았다. 이듬해 윈프리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최우수 조연여우상을 받았다. 그녀는 이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어 2005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해 절찬을 받았다. 그러나 1998년 역시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니 모리슨의 소설 <사랑하는 사람(Beloved)>의 동명 영화에 흑인 여성 노예로 출연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여배우로서 한계를 느끼자 토크쇼에 도전했다. 여기서 그녀의 진가가 나왔다. 그녀의 쇼는 미국에서만 매주 4천8백만명, 전세계적으로는 1백34개국에서 2억명이 시청한다. 토크쇼의 정상에 오른 것이다. 그녀에게 붙는 수식어는 너무 많다. 우선 아프리카계 흑인으로서는 25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20세기 최고의 부자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그녀만큼 기부를 많이 한 미국 흑인은 없다. 또한 모든 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의 지위도 누리고 있다. 배우로만 일관했다면 지금의 윈프리는 없었을 것이다.
얼핏 보면 그녀는 신의 축복을 흠뻑 받은 행운의 여신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녀의 과거를 알면 지금 누리고 있는 명예와 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기적이다. 그녀는 1954년 1월29일 미시시피 주의 시골에서 미혼모의 딸로 태어났다. 밀워키의 빈민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던 그녀는 아홉 살에 사촌, 삼촌, 친지로부터 강간을 당하고 14세에 10대와의 사이에 아들을 낳았다. 아들은 어려서 죽었다. 참으로 어두운 과거사이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커버스토리에서 윈프리에 대해 ‘영화, 노예, 열정, 가족’을 상징하는 여성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틀린 말은 아니나 그녀를 이해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표현이다. 이 논평 가운데 노예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노예는 그녀의 인생에서 가난한 보통 사람들을 상징한다. 보통 사람들을 어둠에서 해방시키는 일은 어쩌면 그녀 인생의 목표이자 종착점이다. 필 도나휴가 시작한 토크쇼에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목해 혁명을 일으킨 것도 그녀이다.
   
 
ⓒEPA
 

“잡담으로 얼룩진 토크쇼에서 문화·종교의 냄새 맡아”

예일 대학의 보고서는 그녀를 20세기 터부를 해방시킨 인물로 평가했다. <윈프리 쇼>는 동성애, 성도착자, 트랜스젠더 등 소외 계층에 문을 활짝 열었다. 그동안 사회적 금기에 묶여 있던 기기묘묘한 이야기들이 그녀의 쇼에서 터져나왔다. 쇼의 본질은 종잡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대중적인가 하면 파격적 일탈이 넘치고 철학적인가 하면 너무 평범한 삶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그녀의 쇼에는 가식과 위선이 없다는  점이다. 쇼는 저절로 폭발적 인기를 유발한다. 그녀는 1990년대 중반 자신의 쇼프로그램에 문학, 자기 개발, 다이어트, 웰빙, 의료 상담, 정신 수양을 도입했다. 그리고 기존의 신변잡담 수준에 머무르던 토크쇼를 신앙 간증과 유사한  ‘고백 문화’의 경지로 승화시켰다. 거기에는 진실과 눈물 그리고 꿈이 녹아 있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정상으로 뛰어오른 그녀의 자기 완성 드라마에서 보통 사람들은 대리 만족을 하고 희망과 이상을 얻는다. 지나치게 인기에 영합한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그녀의 쇼를 보면 삶이 나아진다는 말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 나갔다. 쉽게 말하자면 고달픈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예지자 혹은 그리스도 같은 존재로 그녀는 보통 사람들의 가슴에 다가온다.
<오프라 윈프리 쇼>가 정식으로 탄생한 것은 1983년이었다. 그녀는 시카고의 WLS-TV의 30분짜리 토크쇼를 맡았다. 바닥에 있던 쇼의 인기가 몇 달 만에 1위로 솟아올랐다. 그때 쇼의 이름이 윈프리 토크쇼로 개명되었다. 쇼의 수입은 곧 4배로 늘었다. 도나휴의 쇼에 합류했을 때만 해도 막강한 언론 경력의 그에 비해 윈프리는 촌뜨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쉬운 어법, 대담한 유머 그리고 무엇보다 오묘한 감정 이입이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출연자가 울면 윈프리도 울었다. 사람들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개인적 비밀을 윈프리 앞에서는 고백 성사를 하듯 털어 놓았다.
<타임>은 <윈프리 쇼>를 ‘집단 정신 치료’에 비유하기도 했다. <뉴스데이>의 비평가 레스 페인의 논평이 이색적이다. “윈프리는 도나휴보다 날카롭다. 대다수의 쇼 사회자들이 세상의 기준에 맞추고 있을 때 그녀는 출연자의 호흡에 자신을 일치시켰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잡담으로 얼룩진 토크쇼에서 문화와 종교의 냄새를 맡게 된 것은 큰 위안”이라고 극찬했다.
1993년 윈프리와 마이클 잭슨의 인터뷰 쇼는 1억명이 시청해 미국 TV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2004년에는 노벨평화상 콘서트에서 톰 크루즈와 함께 사회를 보기도 했다.
윈프리는 두 개의 잡지를 발행하고 5권의 책을 공저로 저술했다. 그녀가 받은 인세 선불금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자서전 출판 때 받은 액수를 능가했다. 오프라 북클럽에는 인생을  바꾸는 책이 가득하다. 북클럽을 만든 사연도 운명적이다. 그녀는 여고 시절 도서관에서 백인들이 읽는 책을 읽으면서 고달픈 흑인 생활의 저편에 다른 세상이 있음을 감지했다. 그녀의 인생을 바꾼 매개체가 바로 독서였다. 2006년에는 XM 위성 라디오와 5백50만 달러의 3년 계약을 체결해 자신의 채널을 갖게 되었다. 지난 1월15일에는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과 합작으로 OWN(Oprah Winfrey Network) 방송을 오픈한다고 발표했다. 그녀는 이제 미디어 경영인으로서 재탄생하고 있다. 
윈프리는 몇 차례의 로맨스를 겪었으나 결혼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레이엄이라는 파트너와 20년 이상 동거하고 있다. 게이인 이복 남자 동생은 에이즈로 사망했다. 윈프리 같은 명사치고 이처럼 굴곡 많은 과거를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자서전을 집필한 작가들은 윈프리의 생애에 단 한 건의 불미한 스캔들도 없는 사실에 혀를 내두른다. 그만큼 바르고 정직하게 산다는 얘기이다. <윈프리 쇼>의 마력이 바로 거기에서 나오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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