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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모술수’를 왜 탐할까

<삼국연의> 속 영웅들 삶의 지혜 엿볼 수 있어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ㅣ 승인 2008.01.28(Mon) 14: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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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가’ 혹은 ‘모략가’라는 말을 경멸하던 때가 있었다. 정의를 부르짖던 한 시절, ‘배후 조종’이나 하면서 후배들 등쳐먹는 어떤 선배를 그 시대의 ‘어둠’과 한통속에 불과하다고 술자리에서 악다구니 써대며 욕했다. 그랬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모략가’를 이해하게 되었다. 욕했던 쪽은 ‘순수’해서 뭘 몰랐던 것이다. ‘모략가’로 불렸던 선배들 중 일부는 국회도 가고 청와대도 가고 그랬다. 알고 보니 정치판이 그렇고, 기업 조직 세계가 그렇고, 난세에 영웅이 되는 사람들은 이런저런 중국 병법 등에서 배운 ‘지혜’를 잘 응용하며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권모술수를 일삼아야 잘 살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모략을 일삼는 자에게 대항하려면 모략을 간파하는 예지의 눈을 가져야 하는 법.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았는가.

   
   
병법서의 지략·술책을 실생활에 응용

<삼국지 처세학>은 ‘병가의 속임수는 흠이 아니다’라는 것을 강조한다. 게다가 삼국 천하 영웅들에게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처세 전략을, 그 속임수에서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삼국연의>의 허실과 그 속에 숨겨진 병법 도략을 분석하고, 예술적 가치와 특징을 평가하고 있다. 천하의 패권을 둘러싼 삼국의 다툼을 생생하게 그린 소설 <삼국연의>에는  중국 역사 5천년을 대표하는 사상과 지식, 시대 상황, 다양한 정치적 분쟁, 전쟁, 처세술, 책략 등이 담겨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병법서에서는 지략이나 술책을 지혜로 간주하며, 나관중은 예술적인 감각과 뛰어난 필치로 소설 속에 지혜의 씨앗을 심어둔 것이다. <삼국연의>를 형상화된 병법서로 삼고, 그 속에서 권모술수를 배워 실전에 응용한다면, 흙 속에 묻혀 있던 보배를 캐내는 것만큼이나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라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이 책의 원작인 나관중의 <삼국연의>는 동한 말기부터 진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근 1세기에 걸친 전쟁사를 다루고 있다. 나관중은 변화무쌍하고 호방한 필치로 각 전투를 묘사하고, 여기에 중국 고대의 병법 사상을 투영시켰다. 또한 사서에 기록된 단순한 전쟁 방식을 확대시켰을 뿐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병법 지식, 전술을 그 속에 오롯이 담아냈다. 나관중이 묘사한 전쟁은 천편일률적인 적과의 대치와 육탄전이 아니라, 투지와 계략이 결합된 고도의 전술전이다. 크든 작든 각 전투마다 나름의 특색이 있고, 군벌 간에 얽히고설킨 갈등과 군사·정치·경제·외교가 결합된 다양한 전략과 전술, 모략 등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재연해보이고 있다. 나관중은 수많은 경서와 병서 속에서 합종연횡과 진퇴공수의 경험들을 추려내 이를 <삼국연의> 속에 녹여냈다. <삼국연의>가 세상에 나온 후, 명·청 양대 농민봉기군의 수령인 장헌충, 이자성, 홍수전 등이 모두 이 책을 비서로 삼고, 청대의 통치자들도 이 책을 장수들의 필독서로 삼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러 기록들에서 <삼국연의>가 군사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엿볼 수 있다.

   
   
전쟁 소설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군사가의 지략과 지휘 능력, 용병술 등을 이렇게 뛰어나게 묘사한 작품은 없다. 이렇듯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풍부한 사료를 수집한 덕분이다. 나관중은 흙 속에서 금광석을 채취해, 자신이 가진 이론과 지략이라는 노련한 연금술로 정교한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원 말기, 각종 사회 모순이 대두되고 백성들이 영웅의 출현을 간절히 바라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농민 봉기가 일어나자 나관중은 농민 봉기군의 수령인 장사성에게 몸을 의탁해 막료로 활동하면서 전란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했다. 나관중이 직접 농민 봉기군에 가담했던 경험과 유기(제갈량에 견줄 수 있는 동시대의 유명한 전략가)라는 인물은 훗날 그의 문학 창작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삼국연의> 속에서 위·촉·오 삼국이 거의 신기에 가까운 전술과 전략을 펼친 것은 나관중 자신이 비범한 모략가이자 병법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젊어서는 <수호전>을 읽지 말고, 늙어서는 <삼국연의>를 읽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이는 혈기 왕성한 젊은이가 <수호전>을 읽고 모반을 꾀할까 두렵고, 세상의 모진 풍파를 다 겪고 잔꾀가 밝아진 노인이 <삼국연의>를 읽고 더욱 교활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오히려 그런 편견을 거두고 <수호전>과 <삼국연의>를 훌륭한 역사소설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마속이 제갈량에게 서남 통치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 ‘마음을 공략하다’ 편이 마음을 흔든다.
 “남만은 길이 멀고 산세가 험하여, 남만족을 어렵사리 항복시킨다고 해도 돌아서면 쉽게 반기를 들 것입니다. 승상께서는 저들을 평정한 후 여세를 몰아 조비를 치실 생각이 아니십니까? 만약 승상께서 남만의 군사를 빼돌려 중원으로 가버린 것을 안다면, 만병들은 즉시 반란을 준비할 것입니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병서에도 적혀 있습니다. ‘적의 마음을 여는 것이 상책이요, 적의 성을 공격하는 것은 하책이다. 또한 적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상책이요, 적병을 공격하는 것은 하책이다.’ 저들을 칼로써 이기기보다 마음으로 이기려고 노력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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