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실적’ 줄게, ‘연봉 킹’ 다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 승인 2008.02.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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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몸값 / 10위권에 삼성그룹 임원 7명 포진…임직원 간 연 소득 격차는 조금 줄어

 
우리나라 경제계 인사 중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은 누구일까?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이 약 2백53억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의 총수나 최고경영자의 정확한 연봉은 공개되지 않는다.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이다. 다만 상장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사업보고서’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하는 ‘표준 보수 월액 5천만원 이상 고소득자’ 보고서, 언론 보도 내용, 각 헤드헌팅 업체 자료 등을 종합하면 대략적인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표준 보수 월액이란 건강보험료를 산출하는 근거로, 식비·차량유지비 등 비과세 소득액을 뺀 한 달 소득 총계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자료들은 2006년에 작성된 것으로 경제계 인사들의 연봉은 물가인상률 등을 감안해 추산했다.
삼성전자 이기태 기술총괄 부회장과 이윤우 부회장이 각각 1백41억원의 연봉을 받아 연봉 순위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연봉(1백20억원)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은 연간 1백6억원을 받는다. 연봉 순위 10위권에 7명의 삼성그룹 임원이 포진해 막강한 삼성 파워를 과시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연봉 92억원,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연봉 62억원, 신세계 정재은 명예회장은 연봉 23억원을 받는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22억원(재계 11위),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과 신세계 이명희 회장은 각각 21억원(재계 12위)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10억원을 받아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삼성화재 황태선 사장과 나란히 재계 24위를 기록했다.
최근 연봉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일반 직원들의 연봉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임원 연봉은 정체 상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임직원 간 연봉 격차가 2006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국내 100대 기업 임원 1인당 평균 연봉은 2006년 기준 5억3천8백4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2% 정도 증가했지만 직원 1인당 연봉은 5천5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5% 정도 올랐다. 이에 따라 2005년 임직원 연봉 간 11배에 달하던 격차가 2006년 10.7배로 하락했다. 헤드헌팅 업체 엔터웨이의 박운영 부사장은 “최근 기업 임원의 연봉이 주춤거리고 있다. 이는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제가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 수입액은 적게 하는 대신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 구조이다. 이는 외국 기업들의 연봉 구조와 흡사하다. 이로 인해 해외로 실적 사냥에 눈길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해외에서 실적을 올릴 경우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임원들의 몸값은 올라갈 것이고 임직원 간 연봉 격차는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임직원 간 연봉 격차가 큰 것에 대해 임원 연봉에 거품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경영리더십 교육 업체 휴넷 조영탁 대표는 “삼성·현대·LG 등의 대기업은 사장을 포함한 임원 연봉이 매우 높다. 미국의 유명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최고경영자와 직원의 연봉이 22배가 넘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일부 대기업의 임직원 간 연봉 격차는 피터 드러커가 지적하는 위험 수위에 와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실적에 따라 보수를 차등 지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북대 오정일 교수(행정학과)는 “기업 임원들의 연봉에 거품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임직원 간 연봉 격차가 1백60배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삼성전자 다음으로 격차가 큰 기업인 현대자동차나 한국전력공사의 임직원 연봉 격차는 불과 27배와 4.8배이다. 대부분 국내 기업 임직원 연봉 격차는 20배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국내 기업의 임원 연봉에 거품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실적에 따라 올려줄 필요도 있다”라고 말했다.
 

근무 환경·성장 가능성 따지면 수치상 연봉보다 더 큰 차이

그러나 정작 최고경영자가 실적을 내기 위해 사운까지 건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01년 HP의 칼리 피오리나 전 최고경영자는 컴팩 인수를 결정했고 2002년 합병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최고경영자의 결정에 앞서 재벌 총수의 결정이 우선한다. 이 때문에 외국과 같이 수천억원대 연봉을 받는 임원이 탄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엔터웨이 박부사장은 “우리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결정적인 순간에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재벌 총수가 사실상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CEO가 아니라 COO(Chief Operating Officer), 즉 최고 운영책임자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상위 1천대 기업의 대졸(4년제 대졸 남성 군필자 기준) 초임 연봉이 가장 높은 기업은 하나은행이며 액수는 4천8백5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정보제공 업체 ‘사람인’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이 4천4백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비금융권 기업으로는 현대건설이 4천3백2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연봉 정보 제공 업체 페이오픈에 따르면 1천대 기업의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2천8백13만원으로 집계되었다. 또 대리급은 3천5백83만원이고 과장금은 4천3백92만원, 차장급은 5천1백43만원, 부장급은 5천9백54만원이었다.
취업정보제공업체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1천대 기업 연봉에는 상여금과 인센티브가 포함되지 않았다. 기업의 복리, 근무 환경, 성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수치상 연봉과 더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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