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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화기’ 막던 한양의 ‘불’ 대문

숭례문, 풍수지리설에 입각해 연못도 조성…이름과 수직 현판도 불꽃 형상으로

김세원 편집위원 ㅣ 승인 2008.02.18(Mon) 13: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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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태조 이성계의 명을 받은 정도전이 <주례고공기(周禮考工記>에서 전하는 ‘좌묘우사(左廟右社) 전조후시(前朝後市)’와 주변 환경 및 지형(地形)이 인간 생활과 국가의 길흉에 영향을 미친다는 풍수(風水)지리설의 원리를 구체화해 실현한 계획 도시이다.
<주례고공기>는 주나라 때 만들어진 중국의 도성과 궁궐 배치 규범이며, ‘좌묘우사 전조후시’란 왕조의 상징인 궁궐을 중심으로 동쪽에 종묘를, 서쪽에 사당을 배치하며 앞에는 조정(朝廷), 뒤쪽으로는 시장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조선 시대에는 주궁(主宮)인 경복궁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종묘(宗廟), 서쪽에는 사직(社稷), 앞에는 육조(六曹), 뒤쪽으로는 시전(市廛)이 형성되어 있었다.
1392년 조선 왕조를 개국한 태조는 민심을 혁신하고 새로운 정치를 펼치려면 도읍의 천도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계룡산의 신도안을 비롯해 지금의 서울 신촌 일대인 무악(毋岳)과 사대문 내의 한양 등을 돌아보았다. 도읍은 마땅히 나라의 중앙에 위치해야 국가 전체가 균형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성계는 개성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권신들의 극렬한 반대를 물리치고 건국 3년 만인 1394년 10월 한양 천도를 단행했다.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게 된 것은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마을이나 도시는 보통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에 조성되는데 마을이나 도시를 사방에서 감싸주는 조산(組山) 중 형세가 뚜렷한 네 산을 외사산(外四山)이라고 한다. 한양은 진산(鎭山)인 북쪽의 북한산, 남쪽의 관악산, 동쪽의 용마산(일명 아차산), 서쪽의 행주 덕양산 등 외사산뿐 아니라 북쪽의 북악산(백악산)과 서쪽의 인왕산, 남
쪽의 목멱산(남산), 동쪽의 낙산(동대문 근처)의 내사산(內四山)에 의해 겹으로 둘러싸여 있다.
서울의 내청룡(內靑龍)은 주산(主山)인 북악을 중심으로 삼청터널- 혜화동을 거쳐 낙산까지 이어지는 좌측 능선이며 내백호(內白虎)는 북악산 우측으로 창의문(자하문)-인왕산-무악재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안산(案山)은 백호 능선이 이어져 주산인 북악산을 마주보고 있는 남산이다. 서울은 산세뿐만 아니라 물도 수태극(水太極)의 명당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내수(內水)인 청계천은 서북쪽인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에서 발원해 서울을 감싸 안아주면서 동쪽으로 흘러 중랑천과 합수한 뒤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한강과 합류해 서울 전체를 감아주어 태극의 형상을 하고 있다. 즉 외사산과 내사산, 외수와 내수가 어우러진 명당이라는 것이다.
태조가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고 먼저 서두른 것은 왕권의 상징인 궁궐을 축조하는 일이었다. 태조는 신도축성도감(新都築城都監·오늘날의 신도시조성사업단)을 설치하고 한양 천도를 주도했던 왕사 무학대사와 정도전, 정안대군 이방원(후일 태종대왕)에게 이 일을 맡겼다. 이들은 모두 풍수지리에 일가견이 있었다. 특히 무학대사는 신라 말 수입된 중국의 풍수를 우리 풍토에 맞게 도선국사가 재정립한 자생비보(自生裨補) 풍수의 대가였다. 자생비보란 모자라는 곳을 도와서 채워준다는 뜻 이다.
그러나 궁궐의 터와 좌향(坐向)을 정하는 중대사를 놓고 무학대사와 두 사람의 의견이 서로 달랐다. 무학대사가 고른 궁궐터는 사직단 좌측의 배화여고 자리 일대로, 동향으로 대궐을 배치해 인왕산을 주산으로 북악이 좌청룡으로 기복하여 낙산까지 이어져 장남이 왕통을 이어가는 천년 사직을 기원했다. 그러나 여덟째 아들인 방석을 세자로 밀고 있던 정도전과 태조의 다섯째 아들인 정안대군은 “왕은 남면(南面)해야 한다” 라며 북악산을 주산으로 정궁을 앉히자고 주장했다. 이렇게 하여 경복궁은 한양으로 천도한 다음해인 1395년 창건되었다. 경복(景福)은 시경에 나오는 말로 온 백성들이 태평성대의 큰 복을 누리기를 축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내다시피 했던 태조는 성곽이 수도 방위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궁궐과 종묘 사직이 조성되자 태조는 1396년 도성축조도감을 열어 성곽을 축성한다. 도성은 내사산인 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을 연결하는 산의 능선을 따라 축조되었으며 총연장은 18km에 달했다. 당시 서울의 총 인구가 5만명에 미치지 못했는데 성을 쌓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동원한 장정들이 4년간에 걸쳐 19만7천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화재에 대해 “대재앙 예고” 등 해석 분분

도성에는 4대문과 4소문을 두었으며 대문은 30명, 소문은 20명의 병사가 지키도록 했다. 동쪽에 흥인지문(興仁之門·동대문), 서쪽에 돈의문(敦義門), 남쪽에 숭례문(崇禮門), 북쪽에 숙청문(肅淸門·숙정문으로 개명) 등 사대문과 동북의 홍화문(弘化門·혜화문으로 개명·현재의 동소문), 동남의 광희문, 서남의 소덕문(후에 소의문으로 개명·현재 서소문), 서북의 창의문(자하문) 등 사소문이다. 4대문 가운데 낙산의 지형이 방어에 약해 흥인지문만은 옹성을 쌓았고 숙청문에는 문루를 세우지 않았다. 서울의 도성은 여러 번 중수가 이루어졌다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성문과 성벽을 허물어버리는 바람에 대문 가운데는 숭례문과 동대문, 숙정문(1976년 복원)이, 소문으로는 창의문과 광희문(1975년 복원), 동소문(1994년 복원)이 남아 있다.
도성을 쌓을 때 성문의 이름을 지은 사람은 조선 개국의 핵심 주역인 정도전이었다. 그는 유교의 오덕(五德)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바탕으로 동쪽에 인(仁), 서쪽에 의(義), 남쪽에 예(禮), 중앙의 종루인 보신각(普信閣)에 신(信)을 넣었다. 동쪽 대문(흥인지문)만 네 글자로 지은 것은 산맥 모양의 ‘之’자를 넣어 허약한 동쪽 좌청룡의 지기를 돋우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방위상 불에 해당하는 남쪽에 위치한 데다 산봉우리가 불꽃이 타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어 화형산(火形山)이라 불리는 관악산의 화기가 문제였다. 관악산에서 뿜어져나오는 불기운을 잠재우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되었다.
정도전은 ‘불은 불로써 다스린다’는 이화치화(以火治火)의 논리로, 관악산의 화기와 정면으로 맞서도록 성의 정남쪽에 세운 대문의 이름을 숭례문(崇禮門)으로 정했다. 례(禮)자는 발음상 오행으로 볼 때 불(火)에 해당하며 여기에 불꽃의 형상과 비슷하면서 ‘높이다’라는 의미를 가진 ‘숭(崇)’자를 더해 현판을 수직으로 써내림으로써 타오르는 불꽃 형상을 이루도록 했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의 양 옆에 해태상을 세운 것도 관악산의 불기운을 피하거나 제압하기 위해서였다. 해태는 물기운을 몰아온다는 바닷속에 사는 상상의 동물이다. 이것으로도 안심할 수 없어 숭례문에서 지금의 서울역 광장 방향으로 ‘남지(南池)’라는 연못을 만들었다. 지금은 연못터가 메워지고 표석만 남아 있지만 ‘남지’는 숭례문이 관악산의 화기를 막다가 자신이 화를 당했을 때에 대비하라는 의미도 있었다.
숭례문 화재에 대해 풍수지리와 명리학의 대가인 재야 한학자 용암 박운학씨(71)는 “불(火)은 정신을 의미하는데 한양의 제1 관문이자 조선의 정신적 대들보였던 선비와 유생의 지킴이 역할을 했던 숭례문의 소실로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조선의 악습(유생의 패거리 문화)이 청산되고 공직 사회의 대대적인 혁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는 또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서양의 광장과 비교되는 한국의 마당은 울타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신라 고어로 ‘서쪽의 울타리’를 뜻하는 서울의 도심에 있는 마지막 울타리가 사라짐으로써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가속화될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반면 <천명에 의한 예언> 등의 저서를 냈으며 풍수지리와 역학에 능통한 설봉 김영기씨(55)는 “국보 1호인 숭례문의 소실은 무자년(戊子年)에 한반도에 닥쳐올 폭풍·해일·홍수·산불·황사 같은 불과 물에 의한 대재앙의 예고”라고 풀이했다. 그는 “지난해 말 태안반도 원유 유출 사건과 여수 앞바다 화학약품 운반선 침몰 사건 같은 대형 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것은 대운하 건설을 추진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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