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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대에 지친 프랑스 영화 ‘장밋빛’ 물들까

<장밋빛 인생> 아카데미상 수상 여부에 관심 고조

파리·최정민 통신원 ㅣ 승인 2008.02.18(Mon) 15: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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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에디트 피아프가 환생했다. <장밋빛 인생> <사랑의 찬가> 등 주옥 같은 샹송으로 프랑스인들의 가슴을 울렸던 그녀가 영화를 통해 되살아났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에디트로 분한 마리옹 코티아르는 이제 곧 개막할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있다. “프랑스는 늘 미국에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보답(대접) 받지 못했다.” 저널리스트인 미셸 시레트의 지적이다. 물론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에 과감히 맞서기도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이유에서였다.
사실 2차 대전 이후 드골이 이웃인 영국에 대해서도 ‘미국이 보낸 트로이의 목마’라고 경계했을 만큼 프랑스에 미국은 정치적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별거한 대가를 치르는 것일까? 정치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프랑스는 끊임없이 미국에 구애하지만 별다른 대접을 받지 못한다. 문화 산업의 꽃인 영화가 특히 그렇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들이 넘쳐나고, 프랑스 내에서 화제와 흥행에 성공한 영화라고 해도 미국 땅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지난 10년간 프랑스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는 프랑스 영화와 미국 영화가 각각 다섯 편이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10년간 10위에 랭크된 100편의 영화 가운데 미국 영화는 무려 68편이다(프랑스 영화는 31편, 이탈리아 영화는 1편). 반대로 미국에 수출되어 관심을 끈 프랑스 영화는 지난 10년을 통틀어 <택시>나 <아멜리 뿔랑> 정도이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를 제치고 프랑스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하는 프랑스 영화들 가운데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영화들은 대개 오스카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그러나 결과는 늘 좋지 않았다. 지난 20년간 오스카에서 본상을 수상한 프랑스 영화나 배우로는 1996년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 열연해 여우조연상을 받은 줄리에트 비노쉬가 유일하다. 지난해 시라크 전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다는 <영광의 날들(원제: Indigenes)>이나 프랑스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어 핑크빛 미래를 꿈꾸게 했던 <아멜리 뿔랑>도 외국 영화상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프랑스 영화가 미국에 진출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블록버스터에 익숙한 미국 문화와 관객들의 성향 그리고 아카데미 자체가 할리우드의 재롱 잔치이기 때문에 프랑스 영화를 홀대한다고 볼 수도 있다. 심지어는 프랑스 배우들의 영어 실력이 줄리에트 비노쉬나, 엠마뉴엘 베아르, 줄리 델피 정도를 제외하면 변변치 않다는 점도 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AP 연합
 

지난 20년간 본상 수상은 줄리에트 비노쉬가 유일

하지만 이런 홀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프랑스의 구애는 계속되고 있다. 그것도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점잖은 탈을 쓰고 말이다. 그러나 자존심이 상할 만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1년 칸느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조디 포스터를 위촉했다가 퇴짜를 맞은 일이다(당시 조디 포스터는 <패닉 룸>이라는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심사위원장을 고사했다).
<펄프픽션>의 타란티노 감독이나 <9·11>의 마이클 무어 등, 늘 프랑스는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미국 영화들에게 상을 수여하지만, 미국 영화와 스타들에 열광하는 국민을 보면서 프랑스 영화인들은 밥그릇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프랑스 감독 가운데 유일하게 젊은 감각으로 국제적 인지도가 있는 뤽 베송은 파리 북쪽의 공업지구인 셍 드니 지역에 대형 영화 스튜디오를 짓고 있다. 할리우드에 맞설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포부이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멜리 뿔랑>을 만든 쟝 피에르 쥬네 감독의 경우 10년을 준비하고 4천만 유로 이상이 투자된 프랑스판 블록버스터인 <인게이지먼트>를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프랑스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흥행에 성공한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의 경우 배경이 프랑스이지만 제작사도, 제작한 곳도 모두 미국이다.
미국에 아카데미상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세자르상이 있다. 칸느가 국제 행사라면 세자르는 프랑스 자국 영화를 위한 자리이다. 지난 2005년도 세자르상 공로상 수상자 중 한 명은 윌 스미스였다. 누구도, 왜 윌 스미스가 공로상을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오스카와 세자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난 이곳에 왔다”라고 너스레를 떠는 윌 스미스의 말에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던 프랑스 영화인들은 사실 엎드려서 절을 받은 셈이었다.
급기야 올해 부활한 에디트 피아프가 오스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장밋빛 인생>이라는 영화로 프랑스인들의 자존심이자 샹송의 여왕인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를 다룬 영화이다. 에디트 역을 맡은 마리옹 코티아르는 골든글로브 뮤지컬 부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현재 그녀는, 보기 드물게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내며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하는 등 영화 홍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알 수 없다. 마리옹 코티아르는 지난 2월11일 영국 아카데미상까지 독식하며 오스카에 근접해 있지만, 오스카는 늘 프랑스 배우에게 인색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실력파 간판 여배우인 이자벨 위페르의 경우에도 칸느·베를린·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지만 오스카상만은 받지 못했다. 프랑스 샹송의 자존심인 에디트 피아프가 오스카에서 장밋빛 프랑스를 뽐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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