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슬퍼도 아이들 돌봐줄 곳만 있다면…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 승인 2008.03.0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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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이혼 따른 싱글맘 가구 100만 넘어 경제력 취약해 보육·교육에 “쩔쩔”

 
인천에 사는 김영복씨(37·여)는 2005년 이혼한 후 여덟 살배기 아들과 살고 있는 이른바 싱글맘(single mom)이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으로 아이가 아빠와 헤어진 것에 가슴이 아프지만 이혼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김씨는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는 가정을 억지로 유지하는 것보다 편모 가정이라도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혼했다”라고 말했다.
이혼하기 전에 영업용 택시를 몰았던 남편은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가정에 소홀했다. 김씨는 “한 달 생활비라고 10만~20만원 가져다주는데 어떻게 살림을 꾸리겠는가. 아이 아빠가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아 아이가 아빠와 거리감을 둘 정도였다”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자신의 처지가 다른 싱글맘보다 나은 편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보습학원에서 국어강사로 일하면서 돈을 벌고 있으며, 퇴근하기 전까지는 유치원·피아노학원·영어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를 돌봐줄 남동생이 있다고 했다.
김씨처럼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인 이른바 싱글맘이 늘고 있다. 싱글맘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공수정이나 입양을 통해 얻은 아이를 키우는 미스맘(miss mom)과는 다른 개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싱글맘 가구 수는 2005년 처음으로 100만 가구를 넘어섰다. 2000년 90만 가구에서 2005년 1백8만3천 가구로 5년 새 18만 가구 이상 증가했다. 이 중에는 이혼으로 싱글맘이 된 경우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싱글망 가구 4곳 중 한 가구가 이혼으로 싱글맘이 된 가구이다. 1995년에는 10가구 중 한 가구 정도였다.
싱글맘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관할 동사무소에서 저소득 모자 가정으로 인정되면 일정액이 주어진다. 6세 미만 아이가 있을 경우 월 5만원의 양육비를 받을 수 있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을 경우 분기당 학용품비와 교통비를 각각 4만원씩 받을 수 있다. 다섯 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싱글맘 이진선씨(36·여)는 “아이가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는 이런저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정부의 지원을 늘려달라는 말은 아니다. 싱글맘도 정부 등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풍족하게 출발하는 미스맘과는 명백히 달라”

싱글맘에게는 자신과 아이의 생계를 위한 일자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보육시설이더욱 절실하다고 한다. 어차피 생계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지만 일하는 동안 아이를 돌봐줄 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싱글맘 이씨는 “전문직에서 일하는 싱글맘은 수입이 많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고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가뜩이나 취업 불황이라고 하는데 누가 아줌마를 선호하겠는가. 그나마 일자리를 잡아 일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나 시설이 없다. 싱글맘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회적 현상인 만큼 정부가 최소한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싱글맘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개인 스스로 선택한 이혼이므로 정부가 나서 도울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싱글맘들도 이를 인정한다. 다만 최소한 미스맘과 싱글맘이 매우 다른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점을 사회가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책 <그래, 우리는 싱글맘 싱글대디다>를 쓴 박소원씨(46)는 9년 전 이혼 후 열네 살짜리 아들 준석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 그녀는 “아이는 액세서리가 아니다. 최근 방송인 허수경씨가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낳아 싱글맘이 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러나 언론이 미스맘과 싱글맘을 혼용하고 있다. 결혼을 안 하거나 못한 여성이 아이만 키우겠다는 것은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매우 이기적인 발상이다. 이런 미스맘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공수정이나 입양을 통해 얻은 아이를 키우려는 여성이다. 따라서 아이를 키울 만한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람들이다. 반면 싱글맘은 이혼이나 사별한 상태에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다. 결혼 생활 때 남편의 경제력에 의지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혼 후 살길이 막막한 사람들이다. 출발선부터 다르다. 모든 싱글맘이 미스맘처럼 이기적이거나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람들로 비칠까 우려된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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