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냐, 가족이냐, 당신이냐”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 승인 2008.03.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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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원 서커스 쇼와 같은 인생을 잘 운영하고 관리하는 법

‘열심히 일한 당신’에게 묻는다. 살아오면서 직장·가족·자신 중 어느 것이 더 소중했나? 혹시 일을 위해서 가족을 소홀히 했거나 일의 성과를 핑계로 자신을 학대하지는 않았는지….
갓 입사한 직장인이 회사 생활도 잘하고 싶고 야간 대학원 진학을 위한 공부도 잘해내고 싶다. 그렇지만 현실은 둘 다 잘하게 하기는커녕 어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로 돌아갈 뿐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직장 생활을 조금 오래했다는 선배 또한 늘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허둥대는 모습이다. 안부를 물으면 “나야 늘 그렇지, 뭐”라며 그저 견뎌내는 일상을 전한다. 일뿐만 아니라 가족을 포함한 인간 관계에서도 날마다 지치기만 하며 조급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 ‘멘토’로 통하는 나이 지긋한 상사에게 물었다. 상사는 ‘선택과 집중’을 들려준다. 일이든 관계에서든 매순간 선택과 집중을 잘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선택은 욕심에 가깝고 집중은 열정에 가깝다고 말한다. 선택을 잘하려면 욕심이나 감정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열정을 쏟아 부을 자신이 있는, 그 일을 선택하라는 의미였다.
현대인들은 일과 인간관계, 그리고 자신이라는 세 가지 삶의 영역을 넘나들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잘해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모든 것을 잘해내겠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노동생산성과 개인적인 삶의 만족도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퍼스트>는 이처럼 목전의 일을 해내기에 급급해 진정한 성취감을 맛보지 못하고, 가족과 자신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지 못해 날마다 지쳐가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인생을 일·가족·자아를 위한 3원 서커스 쇼((three-ring circus)에 비유한 이 책은 세 가지 쇼를 한꺼번에 무대에 올려 잘해내려 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쇼를 정해 그것에만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는 법을 알려준다. 3원 서커스 쇼를 잘 진행해내는 링마스터처럼 매순간 삶의 우선순위를 잘 선택하는 법이다. 이 방법을 알게되면 삶의 방향 감각이 생기고 의욕도 커지며, 사소한 방해를 받아도 곧 원래 하던 일로 돌아올 수 있다. 이 방법은 무엇보다 ‘인생이라는 쇼’를 즐기는 자신을 되찾는 데 의의가 있다.

먼저 챙겨야 할 것을 잘 선택해서 집중하라

목표를 세워라, 적극적으로 실천하라는 식이 아니다. 이 책은 목표를 정하기에 앞서 ‘스스로 현재의 삶을 점검해 가장 취약한 삶의 영역부터 파악’하게 했다. 이는 일시적인 변화로는 해답을 줄 수 없는 문제이므로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강력한 계기를 만들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삶의 균형을 확인하고 맞추기 위해 노력하게 하는 통제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에 ‘최소량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생물의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필수 영양소 중 차고 넘치는 요소가 아니라 가장 부족한 요소라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다른 영양소나 비타민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비타민D가 부족하면 곱사병에 걸리고, 성장호르몬이 조금 분비되면 키가 제대로 크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된다. 삶에서도 그렇다. 다른 영역에서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어느 한 영역이 취약하다면, 결국 그 부족한 것으로 인해 삶의 균형이 허물어지고 만다. 사업에 성공한 사람이 그동안 돌보지 않은 가족과의 불화로 불행한 말년을 보내거나, 평소 가족에게 헌신하던 사람이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해 건강이 악화되어 도리어 가족에게 큰 짐이 되기도 한다. ‘최소량의 법칙’을 개인의 삶에 적용해 현재 가장 부족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삶의 영역을 확인하고 관리한다면 삶 전체를 균형있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중에는 그동안 ‘내 인생’이라는 서커스의 링마스터가 자신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이도 많다. 그들은 이쪽 무대에서 저쪽 무대로 바쁘게 옮겨 다니면서 그때그때 가장 쉽고 편한 쇼만 진행해왔다. 항상 바빴지만 인생에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푸념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직장이라는 쇼가 그런 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동안, 자아 실현이라는 쇼는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았다. 삶이라는 서커스를 지휘하는 링마스터로서 진작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았어야 했다.
<퍼스트> 속의 링마스터가 해결책을 찾는 이에게 당부하는 것이 있다. “목표에 맞는 쇼를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습관처럼 되어야 한다. 감정에만 의존해서, 나태함 때문에, 사정상의 편리함 때문에, 또는 당신의 목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압력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기 쉽다.”
삶의 링마스터인 자신을 추스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일깨우는 말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부터는 You First!”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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