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경험 생생히 살려 과학 전도사 변신 기대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 승인 2008.04.0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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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의 향후 행보는?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으로 기억될 이소연씨(30)의 우주 도전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그녀는 지난 2006년 성탄절에 고산씨(32)와 함께 우주인 후보로 최종 선발되었다. 2명의 우주인을 뽑는 공모에 무려 3만6천2백6명이 참여했으니 1만8천1백3 대 1의 경쟁을 뚫은 셈이다. 두 사람은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서 교육 과정을 거친 뒤 지난해 9월5일 고산씨가 최종 우주인으로 확정되었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초 발사를 불과 한 달 앞두고 고산씨가 불미스런 이유로 낙마하면서 이소연씨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그녀가 갖게 될 대한민국 첫 우주인의 영광은 상징하는 바가 사뭇 크다. 벌써부터 방송과 광고 출연 제의 등의 움직임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측은 “이씨가 스타 그 이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겠지만, 우주인의 경험과 노하우의 사후 관리 및 활용은 국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인 만큼 우주인으로의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서는 추후에 한 번 더 승선하는 등 영원한 대한민국 우주인의 상징이 될 필요성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의 최초 우주인으로 기록되고 있는 모리 마모루 씨(57)는 항공공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과학자 출신이었다. 그는 1992년 미국 우주왕복선에 승선해 8일 동안 우주를 여행하면서 43가지 실험을 수행했다. 그는 2000년에 한 번 더 승선했다. 이런 상징성 덕에 그는 일본의 국민 과학 영웅으로 청소년들과 자국 국민뿐 아니라, 이웃 나라인 한국 등에서까지 과학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일본우주개발단(NASDA) 우주비행사 사무소의 초대 사무국장을 지냈고, 현재는 2001년 처음 개관한 일본의 과학미래관의 초대 관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그는 현재도 일본 항공우주연구원 직원으로 남아 있다.

중국의 최초 우주인 양리웨이 씨(43)는 2003년 10월15일 중국의 역사적인 첫 유인 우주선 발사를 통해 중국의 인민 영웅 칭호를 받고 있다. 최근 공군 대령으로 진급한 양리웨이 씨는 지난해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 참석해 주석단에 자리하기도 했다. 양리웨이 씨는 현재 우주인을 양성하는 중국 우주인과학연구훈련센터 부주임으로 일하고 있다.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으로부터 ‘우주 영웅’이라는 칭호를 받은 그는 중국의 ‘국보’로 취급된다. 그는 올해 하반기 발사 예정인 선저우 7호에 재탑승할 예정이다.

양리웨이 씨처럼 군 출신인 세계 각국의 최초 우주인들은 정치인으로 변신한 경우가 많다. 1962년 비행 성공으로 미국의 최초 우주비행사로 기록된 존 글렌은 대령으로 해병대를 제대한 뒤 케네디 대통령의 후원을 등에 업고 1974년 상원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브라질 최초 우주인 마르코스 폰테스 육군 중령 역시 2006년 3월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호에 탑승해 우주 비행을 성공리에 마친 뒤 국가 영웅으로 부상했다. 그는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연방 주의원에 출마하면서 곧바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반면 모리 마모루 씨의 경우처럼 과학자 출신의 최초 우주인은 학계에 남거나 관련 공직에서 봉사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프랑스 최초의 우주인 클로디 에뉴레 씨(여·51)로 의대 출신의 신경과학자인 그는 1996년 우주 체험을 한 뒤 2002년 프랑스의 연구기술부 장관에 임명되기도 했다. 영국의 헬렌 셔먼 씨(여·45)는 1991년 미르 우주정거장에 탑승했으며, 귀환 후 명예 기사 작위를 수여받고 대학 교수로 학문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반면 하늘에서 순직한 이들도 있다. 인류 최초의 우주인인 옛 소련의 유리 가가린 씨는 1961년 4월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첫 우주 비행에 성공한 뒤 7년만인 1968년 대령으로 비행 훈련을 하다가 모스크바 근교에서 추락사했다. 이스라엘 최초의 우주인이었던 일란 라몬 공군 대령 역시 2003년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를 타고 임무를 수행한 뒤 귀환하던 중 공중 폭발로 사망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바이오시스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소연씨는 과학자 출신인 모리 마모루나 클로디 에뉴레, 헬렌 셔먼 씨 등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그녀는 대학에서는 기계공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이씨는 구체적인 장래 포부를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동료인 고산씨는 농담삼아 “이씨가 러시아에서 자기 소개를 하면서 대통령 영부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더라”라고 전하기도 했다. 정작 본인은 “이공학 계열의 박사로 학문 정진에 힘쓰고 싶다”라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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