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한나라당, 회장님은 이명박
  • 김영화 (한국일보 기자) ()
  • 승인 2008.04.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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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여당의 신 파워그룹 해부 / 친이•친박이 세력 분점… 최대 다수 7월 전당대회 이후 ‘인사 이동?’

 

대 선 승리에 이어, 총선에서도 과반 의석을 넘기는 승리를 거머쥠에 따라 한나라당은 명실상부한 집권 여당이 되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당선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이 사실상 지방 권력을 장악한 상황까지 감안하면 한나라당은 우리 사회의 가장 강력한 파워 집단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을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또 한나라당은 어떤 의사 결정 구조를 갖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현재 한나라당 당원 수는 일반 당원 1백65만명, 월 2천원 이상 당비를 내는 책임 당원 20만명 등 모두 1백85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상향식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정치 현실에서 아무래도 당을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당에 속한 현역 의원들과 이들이 무리를 지어 만든 사조직인 계파, 그리고 중앙당과 시·도당 등으로 대표되는 당 공식 조직이다.


먼저 언론에 자주 회자되는 친 이명박계와 친 박근혜계 같은 계파는 당의 공식 라인은 아니다. 하지만 당의 핵심 세포인 현역 의원들이 당에서 내는 목소리가 커 이들이 모여 만든 계파가 당의 운명을 좌우하기 마련이다. 한나라당을 주식회사라고 가정하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대주주인 셈이다. 현역 의원 중심으로 한나라당을 분류하면 크게 세 집단으로 나뉜다. 총선 전 기준으로 친이계는 65명, 친박계는 41명, 중립 진영은 17명이었다. 하지만 4·9 총선 이후로 지형도가 크게 바뀌었다. 한나라당 당선자 1백53명 가운데 친이는 1백9명, 친박은 35명, 중립이 9명이다. 이는 그만큼 이명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당권·대권 분리시켜 놓았지만 대통령 영향력 막강

물론 한나라당 당헌·당규는 대권과 당권을 분리시켜놓고 있다. 따라서 이대통령이 일반적으로 당무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대통령의 의중은 암암리에 당 대표 등 지도부에 의해 관철되기 마련이다. 총선 결과 “한나라당이 ‘MB(이명박)당’으로 바뀌었다”거나 공천 과정에서 “반드시 뽑아야 할 비례대표 30명의 명단이 청와대에서 내려왔다”라는 소문이 당내에 정설처럼 나돈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이 야당일 때는 계파 수장에 의해 당이 움직였지만, 여당이 된 이후에는 계파 수장의 힘은 약화되는 반면 대통령과 그의 뜻을 따르는 지도부의 파워가 더욱 세지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이대통령은 한나라당을 막후에서 움직이는 최고 파워맨인 셈이다.


당 경선에서 간발의 차이로 떨어진 박근혜 전 대표는 현재 계파원의 숫자에서 밀려 비주류가 되었지만 여전히 막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우선 친박계는 핵심 중진 및 측근들이 대부분 살아남았다. 홍사덕·서청원 전 의원이 비록 친박연대 소속이기는 하지만 6선이 되어 돌아왔고, 친박계 좌장 역할을 했던 김무성 의원(4선)도 무소속으로 당선되었다. 이들은 중량감이 있는 데다 전투력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친이계는 중진인 이재오·이방호 의원이 낙선했다. 박희태·김덕룡 두 핵심 중진은 이미 공천에서 탈락했다.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살아남기는 했으나 ‘형님 공천’ 논란으로 운신의 폭이 좁은 상태다. 더구나 친이계는 70여 명이 정치 신인이다. 현재 친이계에서 남은 중진은 김형오(5선)·안상수(4선)·이윤성(4선) 의원 뿐이고, 소장파 정두언 의원은 이제 겨우 재선 고지를 넘었다.


양대 계파와 함께 당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세력은 이른바 소장파 의원들이다. 우선 4선 반열에 오른 남경필 의원과 3선 중진으로 발돋움한 원희룡 의원이 있다. ‘원조 소장파’인 이들은 지난 10년간 당 쇄신을 위한 개혁을 주도하면서 한나라당 이미지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당 경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각자도생의 길을 택해 앞으로도 한목소리를 낼지는 불투명하다. 실제로 개혁 소장파를 가리키는 ‘남·원·정’의 한 축이었던 정병국 의원은 당 경선에서 이명박 지지를 선언해 이제는 친이계로 분류된다.
이밖에 6선 고지에 오른 정몽준 의원이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당에 착근하려면 시간이 좀더 걸릴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중립 진영에 있었던 4선의 홍준표 의원이 친이계의 등에 업혀 급부상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가능성 차원에서 거론되는 수준이다.


계파가 당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지만 그 힘은 일정하게 계량하기 힘들다. 물밑에서 비공식적으로 움직이는 계파의 움직임은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고 끊임없이 합종연횡을 거듭하며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질 7월 전당대회 이후에는 전혀 달라진 정치 지형도가 나타날 수도 있다.

 

사실상의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

이와 달리 당의 공식 라인은 당헌·당규라는 정형화된 틀에 맞춰 수직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한나라당의 최고 의결집행기구는 바로 최고위원회의다. 최고위원회의는 주요 당무를 심의·의결하고, 의원총회 소집 요구권, 의원총회가 회부하는 사항의 심의·의결권, 공천 후보자 의결권 등을 갖고 있는 사실상의 ‘당 지도부’다. 회의 참석 멤버는 강재섭 대표최고위원(흔히 대표로 불림), 안상수 원내대표, 이한구 정책위의장, 선출직 최고위원인 정형근·김학원·전재희 의원과 대표가 지명한 한영·정몽준 의원 등 여덟 명이다. 원래는 아홉 명인데, 현재는 선출직 최고위원 한 자리가 공석이다.


대표최고위원을 포함한 다섯 명의 최고위원은 2년에 한 번씩 전당대회에서 선출된다. 이들이 가진 힘의 원천은 바로 이 대표성에서 나온다. 대부분 합의제로 운영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표결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한 당직자는 “단일성 집단 지도체제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월·수·목요일 오전 9시 전후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그날의 현안에 대해 참석자들이 공개 발언을 하기 때문에 정국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방향타 역할도 한다.


이밖에 주요 회의체로 전국위원회(1천명 이내), 상임전국위원회(100명 이내) 등 직접 민주주의 기능을 강조한 상위 개념의 기구가 있기는 하지만 상설이 아니어서 최고위원회의보다 아무래도 구심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당 대선 후보 경선 때 김학원 당시 전국위원장이 당헌·당규 유권해석 권한을 이용해 당 경선 룰을 놓고 최고위원회의를 견제하기도 했다.


최고위원회의 밑으로는 ‘당 3역’이라고 불리는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이 포진해 있다.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로서 국회 운영 및 원내 전략에 대한 최고 권한을 갖고 있으며 의원총회에서 선출된다. 국회가 열릴 때에는 수시로 원내대표 주재의 의원총회가 열려 당의 진로를 결정한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매주 화요일 오전 당에서 원내대책회의, 금요일 오전 주요당직자 회의를 주재하기도 한다. 원내대표 밑으로는 현역 의원 아홉 명으로 구성된 원내부대표단이 있다.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 선출되는 정책위의장은 당 정책에 관한 협의·조정 권한을 행사한다. 정책위 밑으로는 현역 의원이 위원장을 맡는 여섯 개 정책조정위원회가 있다. 집권 여당이 되면서부터는 청와대 및 정부와 당정 협의를 하는 파워 기관으로 떠올랐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최근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 경정 예산 편성 추진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 대표적이다.


사무총장은 당 대표가 임명하며 당 사무처를 총괄한다. 과거 집권 여당의 사무총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당의 오너인 대통령의 지시를 실무적으로 수행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총선 전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공천에서 막강한 파워를 행사한 것도 이명박 대통령의 후광 효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사무총장은 당의 살림을 책임진다. 지금은 정치자금법이 중앙당이나 시·도당 차원의 후원회 모금을 금지하고 있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금도 매년 100억~2백억원의 국고보조금과 당비를 굴리는 자리다. 사무총장 밑에는 현역 몫인 사무1부총장, 원외 몫인 사무2부총장이 있다. 사무1부총장은 공천심사위 간사를 맡기 때문에 요직으로 통한다. 이방호·정종복 의원의 낙선으로 최근 사무총장과 사무1부총장에 권영세·이명규 의원이 기용되었다.

 

무소불위 권력 휘두르는 사무총장 파워 아직도 건재

사무처와 정책위, 원내대표 밑으로는 당 운영의 손과 발이 되는 당직자 그룹이 있다. 정당법이 인원에 제한을 두고 있어 중앙당과 시·도당에 각 100여 명씩 근무하고 있고, 별도의 정책연구위원이 20~30명 있다. 아직은 당내에서 목소리가 작은 편이다. 하지만 야당일 때와 달리 청와대로 직행한 인사들이 적지 않고 앞으로 공기업으로도 진출할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당무조정국, 조직국, 총무국, 원내행정국 등의 파워가 세다. 이번 총선에서 금배지를 단 정양석·박보환·김태원 당선인이 당직자 출신이다.


사무처와 나란히 17개의 각종 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 이 중 비중이 큰 것은 중앙위원회, 청년위원회, 여성위원회 등이다. 이들은 한나라당이 집권 여당이 되면서 언제든 정부 요직 등에 등용될 수 있는 인재풀이 되었다. 중앙위원회는 직능위원회와 비슷한데 26개 분과에 2천여 명이 소속되어 있다. 과거부터 당 활동을 많이 했던 ‘골수’ 당원들이 참여하고 있어 입김이 센 편이다. 이번 총선에서 김옥이·김태원·심장수·신영수·김성회·이종혁·주광덕 당선인을 배출했다. 청년위원회는 만 42세 이하 당원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번에 김동성·강용석 위원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중앙 정치에서는 관심이 덜한 편이지만, 당 외곽에는 당 공천을 받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16명의 시·도지사 가운데 12명이 한나라당 소속인데, 이 중에는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치 거물도 포함되어 있다. 수도권의 경우 기초단체장의 92.4%(61명), 광역의원의 96.5%(249명)가 한나라당 소속이어서 거의 싹쓸이 수준으로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이들은 임기가 끝나면 중앙당으로 돌아가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시·도당이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중앙당에서 이양받은 상태여서 16개 시도당의 위상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호남·제주를 제외한 시·도당에서는 대부분 현역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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