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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가 노동부장관인지 아닌지 헷갈립니다”

조용한 노동절을 혼자서 시끄럽게 했던 이영희 노동부장관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ㅣ 승인 2008.05.02(Fri) 12: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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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지난 5월1일은 1백18번째 노동절이었다. 직장인들에게 하루 휴식의 여유를 주는 날이기도 하지만 하루 노동 시간 8시간 보장을 위한 투쟁으로 스러져간 노동자들을 기리는 날이기도 하다.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곳곳에서 기념 행사와 집회를 가졌다. 실업 문제, 이랜드·코스콤 등의 비정규직 문제 등의 현안들이 있었지만 여느 해에 비해서는 조용했다. 비교적 조용했던 노동절을 시끄럽게 한 것은 거리의 노동자보다 이영희 노동부장관의 한마디 말이었다. 이장관은 노동절 하루 전인 4월30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 기업 CEO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임금 교섭을 2년에 한 번씩 하게 해달라”라는 요구에
“바람직하다”라고 답했다. 거기에 “경영상 해고를 할 때 노조와의 협의 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원 판결을 보면 해고에 필요한 합리적인 이유를 넓게 인정하고 있어 법 개정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현행 근로기준법이 근로자를 과보호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라는 말까지 했다. 노동부장관이라는 직함이 무색할 정도다.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이장관의 친기업적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고무된 나머지 자신이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 것인지 망각한 것일까.
이에 야당과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대기업 특혜 정책만 쏟아내는 기업 프렌들리 정권에서 노동부장관까지 ‘친기업’ 정책에 동원되는 한 희망이 없다”라고 밝혔고, 홍희덕 민노당 18대 국회의원 당선인은 CBS <뉴스레이다>와의 인터뷰에서 “군사 독재 시절에도 임금을 2년, 3년마다 협상하라는 노동부장관은 없었다.
노동자들을 위한 장관인지 아니면 재벌들을 위한 노무 담당 장관인지 판단이 안 선다”라고 비난했다.
노동절 전날에 터져나온 이장관의 발언은 앞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 같다. 올해 노동절이 조용했던 것은 쟁점 사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조,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노동계 내부가 아직 구심점 없이 정리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일 수 있다. 이장관의 발언이 노동계를 자극해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는 결과를 빚는다면 뼈아픈 실언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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