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급 공무원이 위장 전입해가며 땅 샀는데 몰랐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 승인 2008.05.0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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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의혹’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 “남편이 산 것”

 

‘강 부자’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S(서울시) 라인’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부동산 투기 및 서류 조작 의혹을 받아온 박미석 청와대 수석이 물러난데 이어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도 위장 전입 사실이 드러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박수석은 서울복지재단 초대 대표이사를 지냈고 이차관은 복지여성국장, 재무국장 등 고위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앞서 이춘호 전 서울문화재단 이사와 박은경 전 서울시 여성위원회 위원장도 각각 여성부와 환경부 장관에 내정되었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이봉화 차관의 경우 특히 공무원 신분으로 위장 전입을 해 땅 투기를 한 의혹을 사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1973년 서울시 일반직 7급 공채에 합격한 이차관은 공직 생활 대부분을 서울시에서 보냈다. 이 기간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에서 행정학 박사, 일본 도시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원으로 보육·여성 정책 수립에 관여하기도 했다.

안성으로 주소 옮겨 땅 산 뒤 다시 서울로 전입

문제의 땅을 매입한 시기는 1986년으로 이차관이 서울시 6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때다. 이차관은 주소지를 경기도 안성으로 옮긴 뒤 ‘외지인 농지 구입 요건’인 6개월을 채운 다음 논과 밭을 사들였다. 안성시 원곡면 지문리에 위치한 밭 2필지(6,896㎡)와 논 1필지(487㎡)다. 이차관은 땅 매입 후 15일 만에 주소지를 다시 서울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붐이 한창이던 당시 이런 방식으로 땅을 산 경우 대부분 투기가 목적인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차관은 문제가 제기되자 복지부를 통해 “무역업을 하는 남편이 상의 없이 농지를 매입해 잘 몰랐고 내 명의로 등기한 것도 몰랐다”라고 해명했다. 남편이 본인 모르게 농지를 매입했다는 설명으로 위장 전입에 대해서는 그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차관은 해당 농지를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의 해명과 함께 청와대도 사태 무마에 나서고 있지만 야당 및 시민단체의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법 규정을 몰랐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통합민주당은 “이차관이 땅을 구입한 때는 공무원으로 일하던 시절이다. 위장 전입이 불법이라는 사실은 일반 국민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라고 꼬집었다.


‘고위직 공무원이 될 줄 몰라 위장 전입 사실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민주당은 “이차관은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사유를 둘러댈 것이 아니라 시인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해당 농지의 매각 검토와 관련해서도 ‘투기 의혹이 된 땅을 팔면 해결이 되는 것이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절도범이 범죄가 발각된 다음에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 놓으면 문제가 없어지나. 탈세를 한 조세범이 세금을 낸다고 범죄 사실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차관에게 사퇴하라고 거듭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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