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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가 법이거늘 언제 땅 부자가 되었나

조계종 소유 임야, 전국에 7억7천여 만㎡로 서울시의 1.2배…오대산 월정사가 최고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ㅣ 승인 2008.05.02(Fri) 1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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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부처님은 온갖 부귀영화를 다 버리고 혈혈단신 맨몸으로 걸식하며 살았다. 일곱 집을 돌고도 먹을 것을 얻지 못하면    ‘오늘은 복이 없나 보다’ 하고 굶었다. 많은 제자들이 따르고 큰 부자들이 시주를 해도 부처님의 걸식 행각은 그치지 않았다. 이처럼 모든 욕망, 모든 이해관계로부터 ‘떠나라’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근본이다.”

조계종 제8대 종정을 지낸 서암 스님이 남긴 말씀이다. 서암 스님은 조계종 10대 총무원장으로 추대되었으나 ‘수행납자의 본분이 아니다’라며 취임 후 2개월 만에 조계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평생을 수행자로서 청빈한 삶을 살다가 2003년에 입적했다. 스님이 컨테이너와 다리 밑에서 땅을 깔개 삼고 하늘을 이불 삼아 수행한 일화는 유명하다.

<시사저널>은 우리나라 최대의 불교 종단인 조계종이 전국 각지에 소유하고 있는 땅을 추적했다. 자료가 워낙 방대해서 3만3천58㎡(1만평) 이상의 임야를 소유한 사찰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조계종측은 불교의 사찰을 상업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불교의 이념이나 사상 그리고 문화재 가치를 고려하지 않아 오인될 수 있다며 평가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시사저널>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그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

현재 조계종은 전국에 2천4백55개의 사찰을 거느리고 있다. 소속 승려만 해도 1만4천여 명에 달한다. 조계종이 소유하고 있는 임야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대한민국 산하를 굽이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3만3천58㎡ 이상의 임야를 소유한 사찰만 해도 3백88곳에 달한다. 이 사찰들이 보유한 임야의 면적은 7억7천7백98만㎡(2억3천5백34만평)나 되었다. 이는 제주도(18억4천7백2만㎡)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3분의 1이 모여 사는 서울시(6억5백52㎡)의 땅을 다 합쳐도 조계종의 임야보다 적다. 일제 강점기 친일파들이 보유했던 땅이 4억4천5백75만㎡(1억3천4백84만평)인 것을 미루어보면 조계종 사찰의 임야 면적이 어느 정도 넓은가를 짐작할 수 있다. 사찰 소유 임야 중 일부는 공유지도 있었으나 전체 면적으로 보면 적은 규모다. 조계종은 국가 다음으로 땅이 많다. 면적으로만 따지면 우리나라 최고의 땅 부자인 셈이다.

   
 
ⓒ시사저널 황문성
 

여의도보다 넓은 임야 소유한 사찰, 전국에 20곳

지난 2006년 기준으로 국내 상위 100대 법인이 소유한 토지는 1억8천8백㎡(5천6백86만평)다. 한국전력, KT, 롯데쇼핑, 삼성전자 등 100대 법인의 땅 전부를 합쳐도 조계종이 보유한 임야 면적을 따라가지 못한다.  

오대산 월정사는 5천7백82만㎡(1천7백49만평)의 임야를 가지고 있어 단일 사찰로는 최대 규모다. 8백48만㎡(2백56만평)인 여의도 면적의 7배에 해당한다.  여의도보다 넓은 임야를 소유하고 있는 사찰은 월정사 외에 19곳이나 더 있다. 설악산 신흥사가 3천8백13만㎡(1천153만평), 가야산 해인사 3천2백53만㎡(9백84만평), 천황산 표충사 2천160만㎡(6백53만평), 속리산 법주사 2천156만㎡(6백52만평) 순이다. 3백30만5천8백㎡(100만평) 이상의 임야를 가진 사찰도 59곳이나 된다.

단일 지번으로 최대 면적은 월정사가 소유하고 있다. 월정사가 가지고 있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산 1번지는 임야 면적이 5천4백55만㎡(1천6백50만평)다. 신흥사는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산 41번지 2천3백83만㎡(7백20만평)를 소유하고 있다. 설악동 산 39, 40번지 역시 신흥사 소유로 3백30만5천8백㎡가 넘는다.
해인사는 3백30만5천8백㎡가 넘는 임야 3곳을 가지고 있다. 단일 지번으로는 최다 소유다.

이밖에 백양사, 청암사도 각각 2곳의 임야가 3백30만5천8백㎡를 넘는다. 물론 조계종 25개 교구 산하 사찰이 모두 넓은 임야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임야를 가지고 있는 사찰도 상당수다. 사찰 중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조계종이 가지고 있는 임야를 가치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시사저널>은 조계종 산하 사찰이 소유한 임야 중 3만3천58㎡ 이상의 지번 1천여 개에 대해 일일이 공시지가를 열람해보았다. 우선 사찰 토지를 상업적 가치로 환산해서 단순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공시지가를 중심으로 따져본 결과 조계종이 소유한 임야 7억7천7백98만㎡(1만평 이상 기준)의 총액은 4천9백75억원에 이른다.

조계종 사찰 소유의 임야 중 1㎡(0.3024평)당 10만원이 넘는 지번은 1곳에 불과하다. 1만원 이상은 19곳이다. 공시지가가 가장 높은 지번은 봉녕사 소유의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산 7번지로 21만2천원이었으며, 반면 지가가 가장 낮은 곳은 중대사 소유의 경북 안동시 풍산읍 서미리 98-1번지, 대원사 소유의 경남 산청군 심장면 유평리 산 8-2번지, 유학사 소유의 경남 의령군 부림면 묵방리 산 2백4번지였다. 이곳의 임야는 1㎡당 100원으로 평가되었다.

공시지가 총액 기준으로 보면 신흥사와 통도사가 월정사를 앞선다. 신흥사는 2백58억원, 통도사 2백6억원인데 반해 월정사는 1백97억원에 불과하다. 통도사는 월정사 임야의 3분의 1에 불과한데도 지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다.

임야 외에 조계종이 소유한 토지는 약 4천2백97만m²(1천3백만평)에 이른다. 이 중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의 땅값이 가장 비싸다. 봉은사는 서울 삼성동 외에 자곡동·대치동·경기도 양평 등에 6만9천7백20m²(2만1천90평)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공시지가 총액은 무려 1천7백24억원이 넘는다. 시가로 따지면 7천억원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봉은사 경내에 속하는 삼성동 73번지 6만1천4백28m²(1만8천5백81평)는 1천6백2억원으로 단일 지번으로 최고가다. 

조계종은 또 우리나라 국립공원 임야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국립공원 20곳의 육지 총 면적은 38억9천8백만m²(11억7천9백13만평)다. 이 중 사찰이 소유한 땅은 8.8%(3억4천100만㎡)에 달한다. 나머지는 국유지(49.6%), 공유지(6.8%), 사유지(30.3%)로 소유권이 나뉘어져 있다. 일부 국립공원의 경우 사찰이 전체 육지 면적의 3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내장산(39.8%), 가야산(39%), 변산반도(30.5%), 월출산(40.6%) 등이 그렇다.

국립공원의 특성을 감안하면 사찰이 실질적인 소유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문화재 관람료’다. 정부는 지난해 1월1일 국립공원 입장료 징수를 일제히 폐지했다. 공원 입구에는 ‘국립공원은 국민의 것입니다’ ‘국립공원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입니다’ 등이 쓰인 현수막을 내걸었다. 국립공원이 국민의 문화·휴식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는 것을 알리는 차원에서다. 그 후 1년이 지났으나 국립공원은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철수한 매표소는 사찰이 접수했다. 기존 입장료는 없어졌지만 ‘문화재 관람료’는 그대로 남아 있다.

국립공원 내 22개 사찰 중 19곳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다. 문화재 관람료 징수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조계종 사찰들의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물리적인 충돌을 빚은 곳도 있다.
현행법상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다만 정부가 국립공원을 국민에게 되돌려주었는데도 사찰이 기존 매표소를 유지한 채 관람료를 징수하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시민단체들과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일반인들은 “사찰의 이익이 국민의 이익을 앞서느냐”라며 못마땅해 하고 있다.

조계종이 소유하고 있는 일부 사찰의 경우 여러 가지 부침을 겪고 있다. 종단끼리 소유권 분쟁이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서울 서대문에 있는 봉원사의 경우 조계종과 태고종이 토지 소유권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봉원사는 조계종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태고종이 점유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서대문 봉원사 놓고 조계종과 태고종 법정 다툼 중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2001년부터 종단 사찰들의 등기를 일제히 ‘대한불교조계종’으로 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태고종이 점유하고 있는 봉원사에 대해서도 소유권 등기를 ‘봉원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봉원사’로 바꿔 등재시켰다. 그러자 태고종측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분쟁이 시작되었다. 봉원사는 지난 2005년 12월16일에 ‘토지 매매 및 개발 불가’를 공식적으로 공고한 상태다. 전남 순천 선암사도 조계종과 태고종이 소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사찰에서는 땅과 관련해 승려들의 횡령·유용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조계종 간부를 지낸 사찰의 주지가 조계종 몰래 투자개발회사 등과 짜고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후 16억원에 사찰 토지를 불법 매각하기도 했다. 부산의 한 사찰에서는 택지 개발로 사찰 토지가 강제 수용되자 사찰 주지가 1백45억원의 보상금을 수령한 후 이 중 1백18여 억원을 종단의 승인 없이 유용했다가 들키자 해외로 도피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사례들은 일부에서 발생하고 있다. 조계종은 산하 사찰이 종단의 허락 없이 토지를 매매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승려 개개인의 사적 재산 소유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강제력은 없다. 태국 등 남방불교 국가에서는 ‘승가법’으로 제정 스님들의 무소유를 강제하고 있다.

불교계 내부에서는 스님들의 사유 재산 소유를 원칙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승려들의 개인 재산 취득이 재물을 갖지 못하게 했던 율장 정신에 어긋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종단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은 ‘사유 재산’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시각이 많다. 특정 개인 소유가 아니고 종단의 운영, 사회 사업 등에 쓰여지는 공익 재산이라는 것이다. 조계종도 종단 차원에서 다각적인 사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조계종이 넓은 임야를 소유하고 있어서 그나마 자연 경관을 보존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동국대 인도철학과 김호성 교수는 “불교 국가 대부분이 종단의 재산을 인정하고 있다. 종단이 가지고 있는 재산은 사회복지사업 등 공익을 위해 쓰여지고 있다. 돈이 많은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종단 재산은 한마디로 ‘허명무실’한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시민단체들은 줄기차게 종교계의 납세 의무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조계종도 마찬가지다. 또 종단 재산의 집행 내역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종단의 이익이 국익과 국민 다수의 이익에 앞서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 박희종 차장은 “조계종은 국가의 시책을 충실하게 따르고 협력했다. 앞으로도 사회적인 합의를 위해 협조하겠다. 조계종 소속 스님들 대다수는 수입이 면세점 이하다. 총무원에서 일하는 승려들도 많지가 않다. 납세 의무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불교계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되새겨볼 때가 된 것 같다. 여기에는 가르침의 근간인 ‘무소유’의 참뜻도 포함된다. 물론 불교가 태동하던 시대와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무소유의 의미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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