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운영의 밑그림 다시 그려라
  •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
  • 승인 2008.05.0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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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때문에 광화문에서는 촛불시위가 이어지고 인터넷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에 대해 쌓인 국민의 불만이 쇠고기 파동을 계기로 본격 분출된 것이다. 사실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쇠고기 파동은 정부의 총체적 위기 관리 시스템 ‘부재’를 의미한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관련 부처 간에 엇박자가 나타나 혼란을 가중시켰다. 청와대가 적절한 정책 조정 기능을 발휘하지도 못했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역할이 축소된 총리실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습이다. 이렇다 보니 여당과 정부도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한쪽에서 “비서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정부의 홍보 기능도 빵점이다”라고 하면, 다른 한쪽은 “국정 책임을 지는 여당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라고 맞받는다.
여권 내의 불협화음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총선공천과 내각·청와대 인선 과정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공천은 파벌 갈등으로 이어졌고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대화 통로는 단절된 지 오래다. ‘민심 무시·민심 둔감 인사’에 대해서도 시간만 지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결국 여권은 문제만 생기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대통령의 경력과 이에 따른정치 인식과 관련 있어 보인다. 이대통령은 ‘샐러리맨의 우상’이라 불릴 정도로 성공한 CEO였다. 따라서 정치를 비즈니스 마인드에서 접근한다. 당연히 눈에 보이는 실적과 효율성을 강조한다. 국민에게 ‘비즈니스적’ 정치 접근은 신선했다. 무엇보다 공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대통령은 ‘반(反) 정치의 정치’를 통해 정치권에 진입했고, ‘반사 이익’이 곁들여져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극히 정치적이며 이데올로기적이었다면, 이대통령은 탈(脫) 정치적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정치 무시’다. 이렇게 되면 정치 개혁과 운영에 대한 비전과 전략 부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황과 조건에 따라 리더십 유형도 변화해야 한다. ‘지속적 자기 변신’이 ‘지속적 성공의 필요 조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치 영역은 만기친람(萬機親覽)의 대상이 아니다. 모든 것을 혼자 할 수없기 때문이다.
공동 책임 의식에 기반한 여권 운영 체제 세워야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변해야 할까? 우선 이대통령은 여권 전체가 책임 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리더십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여권에게는 최근의 삼성 리더십 변화가 시사적이다. 미래 지향적 ‘개인’ 리더십이 아니라 투명성과 책임성에 바탕한 미래 지향적 거버넌스(governance)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이대통령은 ‘공동 책임의식’에 기반한 여권 운영 체제를 세워야 한다. 이를위해서는 부문별 권한 위임이 중요하다. 동시에 각 분야에 조율사를 두어야 한다. 청와대와 총리실은 전체적 조정 기능을 통해 여권 전체를 이끌어야 한다. 여권 내에서 국정의 우선순위를 공유하고 국민홍보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직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았다. 이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밑그림을 크게 다시 그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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