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사람을 죽었다고? “오래 살겠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8.06.0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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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8일 한 인터넷 언론을 통해 보도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설로 한국 전역이 한동안 요동을 쳤다. 보도의 요지는 김위원장을 태운 승용차가 지난 5월26일 오후 7시께 평양 대성구역과 황해남도 안악군 사이 도로에서 습격을 당해 그가 사망했다는 내용으로, 북한 군부와 연락이 닿는다는 남한 내 소식통의 말을 인용했다. 네이버·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의 일간 검색어 순위에도 ‘김정일 사망설’이 순식간 1위에 올랐다. 러시아의 라디오 방송인 ‘마약(Mayak)’과 ‘에호모스크바’ 등이 서울발로 한국 내 상황을 보도했고, 일본의 주가는 3% 가까이 상승할 정도로 이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베이징에서는 사망설에 대한 중국 당국의 공식 멘트를 담은 뉴스들이 쏟아져나왔다.

‘김정일 사망설’은 지난 5월26일부터 나돌았다. 국가정보원과 통일부가 다음 날인 27일 공식 부인하고,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김위원장이 북한군 부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하며 가라앉는 듯했다. 그럼에도 사망설이 다시 튀어나오자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김위원장이 정말 죽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강하게 불러일으킨 것 같다.

정부 당국자들도 사망설을 부인하느라 진땀을 뺐지만 북측도 이례적으로 김위원장의 동향을 속보 형식으로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사망설이 처음 나온 5월26일 이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김위원장이 제1727 사관 양성 군부대와 제836 군부대 산하 ‘구분대(대대급 이하 부대)’를 시찰하고 제324군부대와 제604군부대 예술선전대 공연을 관람했으며, 함흥시 2·8비날론연합기업소와 함흥의학대학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남한 내 반북 단체들은 5중, 6중 경호가 펼쳐지는 북측의 의전 관행을 볼 때 김위원장이 피습을 당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가 급랭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진상을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처지다. 정부 당국자의 사망설 부인도 어떤 근거를 갖고 있는 것이지 의문이다. 김위원장이 무사하다면 의외로 오래 살지 모른다. 여기저기에서 원성을 들어가며 사망설에 휘말리곤 했던 이전의 지도자들이 대부분 장수를 누렸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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