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시장 ‘대지진’ 온다
  • 함정선 (아시아경제 기자) ()
  • 승인 2008.06.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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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소프트 이어 웹젠도 M&A 매물로 거론…일부 대형 업체 중심으로 업계 재편 가능성
최근 중국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에서 한 관람객이 웹젠 부스에 들러 온라인 게임을 시연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종주국’으로 불리는 국내 게임 시장이 심상치 않다. 게임계의 ‘맏형’인 한빛소프트가 인수되는가 하면, 어려움을 거듭하던 웹젠은 오래전에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이런 틈을 노려 글로벌 게임업체의 국내 게임 시장 진출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급성장한 중국 자금이 국내 게임 시장에 흘러들어오면서 종주국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처럼 국내 게임 시장은 인수·합병(M&A)과 해외 업체들의 진출 등으로 ‘폭풍전야’나 다름이 없다. 향후 M&A를 통해 국내 시장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어느 때보다 귀에 솔깃하게 다가오고 있다.

지난 5월 게임업계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를 국내에 유통하며 ‘e-스포츠 열풍’을 만들어냈던 한빛소프트가 댄스 게임 ‘오디션’의 개발사인 T3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된 것. 신생 개발사인 T3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3백17억원으로 한빛소프트의 6백62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그러나 T3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이익은 1백91억원으로 2년 동안 적자를 면하지 못한 한빛소프트보다 탄탄한 수익 구조를 자랑하고 있다. 이번 인수는 역사·규모와는 상관없이 게임업계가 철저하게 ‘돈의 논리’에 따라 재편되는 신호탄이 되었다. 한빛소프트는 결국 유통사에서 개발사로의 변신에 성공하지 못한 채 ‘온라인 게임 1세대의 몰락’이라는 충격을 업계에 안겨주었다.


국내 온라인 게임 1세대 줄줄이 몰락

한빛소프트의 인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웹젠이 M&A 소문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대형 포털업체인 NHN이 웹젠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게임업계는 긴장에 휩싸였다. 두 회사는 M&A 소문 후 공시를 통해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가능성은 여전하다.

NHN이 ‘계열사를 통해 게임업체를 인수할 가능성은 있다’라는 말로 여운을 남겨 NHN의 웹젠 인수설에 대한 전망은 아직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웹젠은 최근 4년 동안의 개발을 거쳐 완성한 1인칭 슈팅 게임 ‘헉슬리’의 미국 퍼블리셔로 NHN를 선택한 바 있어 이같은 소문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NHN 역시 고스톱, 카드 등 보드게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중접속역할수행온라인게임(MMORPG) 분야에서는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어 이 분야의 ‘선수’를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 웹젠은 지난 2005년 국내 최초 3D 게임 ‘뮤 온라인’을 바탕으로 코스닥은 물론 나스닥에까지 단숨에 입성했지만 후속작 부재 등으로 적자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NHN 외에도 국내 중견 게임 개발사가 웹젠을 통해 우회 상장할 것이라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T3엔터테인먼트가 한빛소프트를 인수한 뒤라 이같은 분석에도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이처럼 부진을 면하지 못하는 온라인 게임 1세대가 몰락의 기로에 놓이자, 업계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이 M&A를 통해 정리될 것으로 전망한다. 경쟁력 있는 게임을 가진 힘 있는 업체들이 자웅을 겨루는 방향으로 게임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게임 축제인 WEG2007 모습.
중국 등 해외 업체들의 자금이 꾸준히 국내 게임 시장에 유입되면서 외산 자본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급성장하며 막대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중국 게임업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로는 이미 투자 등을 통해 국내 게임 시장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중국 게임회사 ‘더나인’이 가장 유력하다.

더나인은 한빛소프트를 인수한 T3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인 G10엔터테인먼트에 3천8백만 달러를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빛소프트 인수의 숨은 주인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또, 더나인은 웹젠의 신규 게임인 ‘헉슬리’를 중국에 퍼블리싱하기로 하며 3천5백만 달러의 계약을 맺어 웹젠 인수에도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최근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이 수많은 유저와 자본 등을 바탕으로 국내 게임 시장을 위협하고 있어 더나인을 시작으로 중국 게임업체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세계적인 게임회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의 움직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네오위즈게임즈에 지분을 투자하고 네오위즈게임즈와 함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업체인 핸즈온모바일마저 인수했다. 이에 따라 핸즈온모바일을 인수한 EA가 모바일 게임 시장을 바탕으로 국내 게임업계에 적극 진출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 되었다.

한빛소프트 피인수와 웹젠의 피인수설 외에도 게임 시장에서는 M&A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호황을 누렸던 온라인 게임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일부 기업이 적자 행진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불거져나오는 얘기다.

신생 게임 개발사 가운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M&A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페셜포스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드래곤플라이와 최근 우회 상장한 게임하이 등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M&A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콘텐츠 확보 전쟁에 돌입한 통신회사들이 게임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자본의 국내 상륙 본격화” 전망도

이와 함께 최근 적자를 거듭하고 있거나 경영난에 처한 게임업체들도 인수 물망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게임업계에는 우회 상장을 원하는 신생 게임업체들이 실적이 부진한 중대형 게임업체를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업계는 무분별한 M&A로 국내 게임 시장의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자금과 힘을 갖춘 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게임 시장이 재편되면 현재 저평가된 게임회사들의 주가 등이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올해 게임업체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대작들이 잇따라 출시될 예정이어서 게임을 중심으로 한 업계 재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하나의 게임으로 단숨에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대작 게임 ‘리니지’로 10년 동안 게임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웹젠 역시 ‘뮤 온라인’ 게임 하나로 코스닥·나스닥 상장까지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이같은 전례에 비추어 일부 업체들은 대작 게임으로 ‘제2의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시장을 선점한 게임들의 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지만 게임 하나로 게임 시장 질서가 바뀔 가능성도 충분한 것.

이에 최근 4년 동안 개발한 대작게임 ‘헉슬리’를 내놓은 웹젠이 이 게임을 바탕으로 부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해외 유명 콘솔 게임을 온라인으로 개발하고 있는 국내 중견 업체들의 상위권 진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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