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해전술 쓰는 최강 ‘셔틀콕’, 누가 '아웃'시킬까
  • 기영로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8.07.01 15: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림픽 배드민턴, 한국ᆞ중국ᆞ인도네시아 치열한 3파전 예상…남녀 단식ᆞ여자 복식에 중국 선수들 각 3팀 출전, 선심도 60명 중 50명이 중국인

ⓒ시사저널 박은숙

 

 

 

 

 

 

 

 

 

 


올림픽 배드민턴 종목에는 5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중국은 종합 1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배드민턴에 정책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5개의 금메달을 모두 따내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전략은 한국과 인도네시아에 의해 헝클어질 수 있다. 객관적인 전력상 남녀 개인 단식은 중국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남녀 복식과 혼합 복식 등 3종목은 중국 아성을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배드민턴이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제외하고는 줄곧 금메달을 땄다.

혼합 복식이 열리지 않았던 바르셀로나올림픽 때는 남자 복식의 박주봉·김문수 조와 여자 복식의 황혜영·정소영 조가 각각 금메달을 땄고, 여자 단식의 방수현, 여자 복식의 길영아·심은정 조가 동메달을 획득해 금메달 2개, 은메달·동메달 각 1개씩의 호성적을 올렸다.

당시 배드민턴이 국기나 마찬가지인 인도네시아는 남녀 단식을 석권하는 등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의 최고 성적을 올렸고, 중국은 겨우 동메달 3개를 따는 데 그쳤다.

2000년부터 중국의 강세 계속돼

ⓒ시사저널 박은숙
혼합 복식이 추가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한국은 김동문·길영아 조와 여자 단식의 방수현이 각각 금메달, 박주봉·라경민 조가 은메달을 따 역시 효자 종목임을 입증했다. 나머지 세 종목에서는 덴마크의 폴 라르센이 남자 단식, 인도네시아의 마이나키·수박자조가 남자 복식, 중국의 게페이·구준 조가 각각 금메달을 차지했다. 중국이 올림픽에서 처음 금메달을 딴 순간이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제로’의 수모를 당했다. 남자 복식의 이동성·유용성 조와 하태권·김동문 조가 은메달과 동메달 1개를 따는 데 그쳤다. 그러나 중국은 남자 단식, 여자 단식, 여자 복식, 혼합 복식 등 1개(남자 복식은 인도네시아 우승)만 빼고 4개를 휩쓸어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도 중국의 강세는 계속되었다. 중국은 여자 단식 장닝, 여자 복식의 양웨이·장지웬 그리고 혼합 복식의 장준·가오링이 각각 금메달을 차지했다. 장준·가오링의 혼합 복식 조가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것이 눈에 뜨인다. 나머지 두 종목은 남자 단식(인도네시아의 타우픽 히다야트)과 남자 복식 (한국의 김동수·하태권)을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나눠가졌다.

한국 배드민턴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끝내고 세대 교체를 감행했다. 당시 5~6년간 국가대표를 지낸 김동문·하태권·이동수·유용쓴소리수·라경민·손승모 등이 은퇴를 했다. 이후 세대 교체 후유증으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1974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으로 배드민턴에서 금메달을 건지지 못했다.

이번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는 남자 단식의 이현일·박성환, 여자 단식의 전재현, 남자 복식의 정재성·이용대 조와 이재진·황지만 조, 여자 복식의 이경원·이효정, 하정은·김민정 조, 혼합 복식의 이용대·이효정과 한상훈·황유미 조가 출전한다.

세계 최강인데다 홈 이점까지 안고 있는 중국은 남녀 단식과 여자 복식에서 각 3개팀(선수)이 출전해 인해전술도 펼 수 있게 되었다. 한 나라에 세계 랭킹 4위 이내 팀(선수)이 있는 경우 최대 3개팀(선수)까지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박빙의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라인즈맨(선심)도 60명 가운데 무려 50명이 중국 사람들이어서 심판의 판정에서도 유리하다.

5개 종목 가운데 남녀 단식과 여자 복식은 중국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고, 남자 복식은 한국이 약간 유리하지만 혼합 복식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중국이 치열한 3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남자 단식 이현일·박성환 선수 활약 기대

혼합 복식 세계 랭킹 1위인 인도네시아의 위디안토 노바와 라시르 렐리야나, 2위인 린 펠리 플란디·마리사비타 조와 3위인 중국의 젱보·가오링, 4위 헤안빈·유양 조가 한국의 이용대·이효정, 한상훈·황유미 조보다 약간 우세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력 차가 박빙이어서 결과는 당일 컨디션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남자 단식은 효자 종목인 배드민턴에서도 취약 종목이었다. 그동안 올림픽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다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손승모가 은메달을 차지했고, 이현일이 코리아오픈 등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뿐이다.

세계 랭킹 10위권 안팎을 오르내리는 박성환과 이현일이 출전하는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세계 랭킹 상위권에 올라 있는 중국의 린단, 첸진, 바오춘라이, 태국의 본삭 폰타나, 말레이시아의 리총웨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인도네시아의 타우픽 히다야트, 소니 쿤코르 등과 물고 물리는 접전을 벌여왔다.

수비에 비해 공격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박성환은 1백86cm의 장신을 이용한 강력한 스매싱에 파워가 붙으면서 경기력이 몰라보게 향상되었다. 특히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린단에게도 3승2패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 박성환은 지난 4월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2008 아시아 배드민턴 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의 소니 쿤코르, 결승전에서는 중국의 첸진 선수를 모두 물리치고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키 1m77cm에 왼손잡이인 이현일도 장점인 네트 플레이와 집중력이 더욱 좋아지고 있어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현일은 올해 들어 코리아오픈과 말레이시아오픈에서 연이어 우승해 2관왕을 차지했었다. 이현일은 한 때 세계 랭킹 1위까지 오를 정도로 절정의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으나 국가대표 생활을 뒤로 한 채 약 1년 가까이 태릉선수촌을 떠나기도 했다. 이제는 베이징올림픽을 선수 생활의 마지막 무대로 알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현일이나 박성환 모두 중국 선수들에게는 강하지만 말레이시아의 리총웨이나 일본의 사사키 쇼 선수에게 완패를 당하는 등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종종 잡히는 경우가 많아 대진 운이 따라야 한다. 남자 단식의 경우 세계 랭킹 10위 이내의 선수들은 기량 차이가 거의 없다. 8월4일 대진 운과 당일 컨디션에 따라 메달 색깔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