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성적표 들고 울고 웃는 감독들
  •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 ()
  • 승인 2008.07.0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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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리그, 구단마다 ‘물갈이’ 한창…첼시, 스콜라리 영입 눈길쓴소리

ⓒEPA
'유럽의 월드컵’ 유로 2008이 전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지만, 2008/ 2009 시즌을 준비하는 유럽 리그 클럽들은 벌써부터 첨예한 장외 전쟁에 돌입해 있는 상태다. 유로 2008 못지않게 뜨거워지고 있는 유럽 클럽들의 ‘초여름 나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유럽 리그 클럽들이 벌이는 새로운 시즌을 향한 전쟁은 사실상 지난 시즌 최종 라운드가 끝난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두 명문이 시즌 종료와 더불어 수장을 단두대에 올렸다. 바르셀로나의 프랑크 레이카르트, 인터밀란의 로베르토 만치니가 그 주인공들. 2005/2006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UEFA 챔피언스리그를 한 손에 거머쥐며 세계를 호령했던 레이카르트, 그리고 트로피의 갯수만을 놓고 볼 때 지난 30년간 인터밀란에서 가장 성공적인 감독임에 틀림없는 만치니도 더 이상 자리를 보전하기에는 힘이 부쳤다. 특히 만치니의 경우, 그가 달성한 리그 3연패는 단지 ‘때를 잘 만난(2006년 터진 승부 조작 스캔들)’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으며 팀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만치니가 인터밀란으로부터 해고되기 사흘 전에는 거부 클럽 첼시의 수장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빅리그 경험이 전무했던 아브라함 그랜트가 사실상 ‘임시’ 성격이 짙은 감독이었기는 하더라도 그의 경질은 얼마간 동정심을 유발하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는데, 그가 조세 무리뉴와 맞먹는 67%의 승률을 기록했으며 세 개의 대회(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 칼링컵)에서 준우승을 일궈내었기 때문이다.

예상을 상회하는 선전이었지만 그랜트는 결국,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궁극의 야망에 부합하는 지도자는 아니었다. 잉글랜드의 또 다른 ‘돈 많은 클럽’ 맨체스터 시티도 감독 스벤 요란 에릭슨을 경질했다. 에릭슨의 과실은 시즌 초반의 강세를 후반까지 이어가는 데에 실패했다는 것. 하지만 시즌이 끝나기도 전부터 감독의 입지를 크게 흔들어놓은 구단주 탁신의 행동 또한 결코 환영받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수장이 떠난 이 모든 클럽들에는 벌써 새로운 지도자들이 도착해 있다. 레이카르트가 떠나기 이전부터 지휘봉을 넘겨받는 것이 확정되어 있었던 ‘전 바르셀로나 캡틴’ 펩 과르디올라는 이미 새로운 팀을 만드는 작업에 여념이 없다.

팀에 도움이 안 되는 에드밀손(비야레알), 기대치에 미달한 잠브로타(밀란)와 도스 산토스 (토트넘)를 방출한 바르셀로나는 우선 세비야 중원의 핵 케이타(미드필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피케(수비수), 지난 시즌 레크레아티보에서 스타로 떠오른 카세레스(수비수)를 영입했다. 무엇보다 이목을 끄는 대목은 공격진의 교체. 방출 유력자들인 호나우지뉴, 사무엘 에토, 데코의 자리를 과르디올라가 어떠한 선수들로 대체하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감독 교체하기도 전에 새 감독이 선수 구성

ⓒEPA
바르셀로나가 ‘클럽의 심장’이었던 젊은 감독에게 팀의 운명을 맡긴 반면, 인터밀란은 ‘바르셀로나로도 갈 수 있었던’ 비싼 감독을 데려왔다. 지난해 9월 첼시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래, 이 사나이가 과연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로 낙양의 지가를 올려왔던 바로 그 조세 무리뉴가 결국 인터밀란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선 무리뉴는 램파드(첼시)와 같은 과거의 수제자를 데려와 클럽을 일신하려 할 것이 예상되는데, 특히 그가 ‘큰 경기에 그리 강해보이지 않는’ 기존의 에이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브라질로부터 돌아올 ‘탕아’ 아드리아노와 같은 공격수들에 대해 어떠한 결정을 내리게 될지가 궁금하다.

유로 2008 기간 중 가장 주목받은 ‘클럽’은 역시 첼시였다. 조별 리그에서 잘 나아가며 트로피에 도전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던 국가의 감독을 클럽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했음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첼시의 감독이라는 ‘뜨거운 의자’를 받아들인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포르투갈 대표팀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였고, 묘하게도 포르투갈은 그 발표가 난 이후 경기력의 하강을 보이며 8강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첼시의 스콜라리 선임은 여러 모로 꽤나 일리가 있다. 무엇보다 첼시의 궁극의 목표가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챔피언스리그의 정상일진대, 스콜라리야말로 바로 그러한 토너먼트 대회에 관한 한 몇 안 되는 현존 최고의 전문가 집단-틀림없이 거스 히딩크와 더불어-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또한 브라질, 포르투갈과 같은 남미, 라틴 축구 전반에 미치는 스콜라리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그는 이 계열 선수들을 영입해 팀 체질을 개선하는 데 매우 적격인 인물이라 할 만하다. 스콜라리의 도착과 더불어 카카, 호나우지뉴, 데코와 같은 선수들의 영입설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유럽 리그 클럽 감독 경험이 전무하다는 사실 하나가 다소 불안감을 안겨주지만,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열정과 카리스마를 지닌 스콜라리의 새로운 도전은 축구팬들에게 틀림없는 흥밋거리로 다가올 것이다.

한편, 촉망받는 감독 한 사람이 자신의 커리어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이동을 감행한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인공은 블랙번을 떠나 맨체스터 시티로 자리를 옮긴 웨일즈 출신의 마크 휴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르셀로나, 첼시 등을 거친 명스트라이커 출신으로 웨일즈 대표팀 블랙번의 지휘봉을 잡고 지속적인 호평을 받아온 휴즈는 첼시의 새 감독 후보군에도 포함되어 왔으리만치 떠오르고 있는 감독. 다만, 지금껏 블랙번에서 별반 좋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성공적인 팀을 만들어왔던 그가 맨체스터 시티에서 ‘충분한 돈을 갖고 하는’ 작업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지가 다소간 미지수다. 갑자기 좋아진 여건이 부담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AP연합
한편, 유럽의 공식 이적 기간-7월1일부터-은 아직 개시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이적 시장 최대의 소용돌이를 몰고 오는 사나이가 있으니 다름 아닌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적어도 필자가 보기에 호날두의 올 여름 레알 마드리드행은 매우 유력하다. 모든 것을 떠나, 호날두가 잉글랜드에서는 더 이상 이룰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날두의 이적이 성사된다면 이는 2001년 여름 지네딘 지단이 유벤투스로부터 레알 마드리드로 옮겨갈 당시의 이적료를 가뿐히 뛰어넘는 세기의 이적이 될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호날두를 내줄 경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력은 급격히 약화될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올 여름 이적 시장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적 가능한’ 우수 선수들이 넘쳐난다. 호날두의 ‘빅 딜’에 포함될 것이 유력한 호비뉴(레알)를 비롯해 베르바토프(토트넘), 비야(발렌시아), 산타 크루스(블랙번), 훈텔라르
(아약스), 반 더 바르트(함부르크), 아르샤빈(제니트), 그리고 호나우지뉴, 에토, 데코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재능들이 이동 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많은 자금을 쓸 수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호날두 없이 사는 법’을 구상하는 것이 생각보다 용이할 수도 있는 시기라는 이야기다.

심지어 카카, 즐라탄, 반 니스텔로이(레알)와 같은 선수들의 ‘깜짝 이적’도 가능한 올 여름의 이적 시장에서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근년 들어 가장 역동적인 이적 시장이 되리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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