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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때문인가, 재산 때문인가

강화도 모녀 피살 사건 미스터리 추적 / 납치 용의자들과 이웃집 ㅅ종교 신자와의 관련성 수사 중

정락인 ㅣ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8.07.08(Tue) 11: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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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임영무


강화도에서 실종되었던 윤복희씨(47)·김선영양(16) 모녀가 끝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을 토대로 이들 모녀가 누군가에 의해 목이 졸려 살해된 것으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윤씨 모녀가 실종되던 당일 행적에 이상한 점이 많았는데도 ‘종교적 신념에 의한 단순 잠적’으로 판단함으로써 초동수사에 실패했다. 경찰이 미적거릴 동안 용의자들은 경찰 수사망을 빠져나갔고, 윤씨 모녀의 시신은 한적한 바닷가에 버려진 채 썩어가고 있었다.

윤씨 모녀의 시신이 발견된 다음 날인 7월2일 <시사저널> 취재진은 현장을 찾아갔다. 시신 발견 장소인 창후리 바닷가 해안 둑 아래 수로는 도로에서 1km쯤 들어가야 하는 외진 곳이다. 승용차 1대가 겨우 지나갈수 있는 비좁은 길이었다. 어른 키보다 큰 갈대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어서 일부러 찾기 전에는 도저히 들어갈엄두가 나지 않는 곳이다. 범인이 강화 지리를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정황이다. 강후어촌계 이상일 계장은 “해가 지면 군부대에서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4월에 숭어를 잡으려고 낚시꾼들이 가끔 찾아오지만 일반인은 알 수가 없는 장소다”라고 말했다.

윤씨 모녀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 다다르자 심한 악취가 났다. 경찰과학수사대가 시신을 수습해갔지만 냄새는 그대로였다. 윤씨의 시신이 있던 장소는 그나마 상태가 양호했으나 선영양이 발견된 지점은 주변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선영양의 시신에서 나온 구더기들이 아직까지 살아서 꿈틀대고 있었다. 시신의 상태가 어떠했는지를 짐작해보니 끔찍했다. 그렇다면 누가 무엇 때문에 윤씨 모녀를 죽인 것일까. <시사저널> 취재진은 숨진 윤씨의 주변 인물들을 탐문해나갔다.

가족, 친지, 이웃, 친구, 종교단체 등. 주변 사람들을 탐문하다 보니 윤씨 모녀가 살해당한 단서는 크게 세 가지로 좁혀졌다. ‘돈’ ‘종교’ ‘이웃집 여자 김 아무개씨’였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연결하는 정점에는 김씨가있었다. 경찰은 윤씨가 실종되던 날 국민은행 강화지점에서 현금 1억원을 찾을 때 함께 있었던 남자 2명과김씨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강화경찰서 손창룡 수사과장은 “윤씨가 실종된 다음 날 윤씨의 현금 인출 사실을 50대 여자가 은행에 문의했다. 현금 인출 사실을 어떻게 알았고 왜 물어봤는지 등 사건 관련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윤씨 모녀가 살았던 송해면 하도리 마을은 경주 김씨 집성촌이다. 1백20가구 대부분이 친척 관계로 얽혀 있다. 윤씨의 시댁은 대대로 이곳에서 살았다. 지난 4월1일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에는 시어머니, 딸과함께 살고 있었고, 아들은 군 복무 중이다. 윤씨는 남편이 사망하기전에는 집 근처에서 ‘ㅁ가든’을 운영하는친척 무속인과 매우 가깝게 지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무속 신앙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태도가 달라졌다. 윤씨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내가 무속 신앙을 가졌는데 왜 남편이 죽느냐”라며 무속인 친척과의 관계를 끊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가까워진 것이 윤씨 집에서 30m 정도 떨어진곳에 살고 있던 김씨였다. 김씨는 자신을 목사라고 호칭하고 다녔고, 예언을 자주 했다고 한다. 윤씨에게 “딸한테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라는 말을 한 것도 김씨다.

   
ⓒ시사저널 임영무


윤씨, 남편 사망 후 이웃집 김씨와 급속히 친하게 지내

강화읍에서 여성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윤씨의 친구 방 아무개씨는 “4월 어느 날에 복희와 목사라는 여자가 찾아왔다. 그 여자가 ‘(윤씨가) 어느 교회에 나가면 좋겠느냐’고 묻기에 교회 규모나 지리 등을 따져 ㅇ교회를 추천했다. 그 여자가 예언을 자주 해서 사이비일지 모르니 조심하라며 충고했다”라고 전했다.

윤씨는 지난 4월20일에 ㅇ교회에 신도로 등록했다. ㅇ교회 1층과 2층사이의 계단 벽면에 붙은 ‘새 신자 환영’ 게시판에는 ㅇ교회 김 아무개 목사, 윤씨의 시어머니, 선영양 등이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날윤씨 집에서는 ㅇ교회 목사와 윤씨 가족과 친척, 친구 그리고 윗집 여자 김씨 등이 가정 예배를 보기도 했다.

윤씨는 ㅇ교회에 다니면서도 김씨와 매주 화요일 오후 4시에 정기적으로 가정 예배를 했다. 예배 장소는 자신과 김씨의 집을 번갈아가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리했다. 마을 주민들도 윤씨 집에서 자주 예배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매주 화요일에 가정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은 보통5~6명 정도였다. 구성원은 각각 다른 교회에 다니는 신도들이었다고 한다. 친구 방씨는 “복희가 사는 데 여유가 있다 보니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따랐다. 가정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모두 복희가 소개한 사람들이었고, 화요일 예배가 있기 전에는 복희가전화해서 봉투(헌금)를 가져오라는 말도 했다”라는 것이다.

이웃집 여자 김씨는 ㅇ교회에 나가지 않는데도 목회자나 신도들과 한동안 교류하고 있었다. ㅇ교회 관계자는 “김씨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나서 뒷조사를 해보니 목사가 아니었고 ‘ㅅ종교 신자’였다”라고 말했다. ㅇ교회측은 교회의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말을 아꼈다.

종교는 개신교 교단에서 이미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감리교 교단 홈페이지에는 ㅅ종교를 ‘기존 정통 교회에 신도로 위장 잠입해서 세력을확대한 후 담임목사를 쫓아내는 등의 방법으로 교회를 접수한다’라고 규정한 글이 실려 있다. 개신교 교단에서는 이들을 ‘추수꾼’이라고 부른다. 인천소재 ㄱ교회 박 아무개 전도사는 “이들은 갖은 방법으로 기존교회에 들어간 후 서서히 세력을 확장하거나 자기 사람들을 심어놓고 결국, 교회를 자기들 것으로 만든다. 인천 주안의 한 교회에서는 교회 주보에 ㅅ종교 신도들의 이름을 알리고 신도 4명을 출교시키는 일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ㅅ종교 신도 명단을 입수해서 김씨의 이름이 있는지를 확인해보았다. 올해 초에 작성된 신도 명단에는 김씨의 이름이 있었다.명단에 있는 휴대전화와 김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일치했다. 그런데 주소지는 강화도가 아니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281-××’였다. 신도 명단에 있는 주소지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소유권자는 김씨 본인이 아니었다. 가운데 돌림자가 비슷한 것으로 보아 김씨와 자매인 것으로 추측된다.

ㅅ종교 특징으로 볼 때 김씨가 윤씨에게 접근하고 ㅇ교회에 나가도록 한 것은 무언가 목적이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 그렇다면 김씨와 윤씨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일까. 윤씨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3년 전에 윤씨가 사는 마을로 김씨가 이사 오는 과정에서 집터를 사고파는 것을 윤씨가 중간에서 중개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었다고 한다. 윤씨가 어떻게 집터를 중개했는지는 알 수 없다. 김씨는 윤씨의 집 바로 부근에 주택을 신축했다.

   
ⓒ시사저널 임영무


김씨, 윤씨의 재산 꿰뚫고 거액 요구했을 가능성 있어

두 사람은 윤씨의 남편이 사망하고 나서 급격하게 가까워졌다고 한다. 윤씨가 재산이 많다는 것을 알고 계획적으로 접근했는지는 확실치가 않다. 다만 김씨는 여러 정황상 윤씨의 재산 내역을 훤하게 꿰뚫고 있었던것 같다. 또 윤씨의 재산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재산 관리인으로 나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씨는 가끔 윤씨에게 고급 음식을 사주면서 환심을 샀다.

윤씨의 친구 방씨는 “복희는 몇 번이나 자기 재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의논했다. 어느 날은 가게로 찾아와서 ‘김씨가 내 재산을 따져보더니 25억이라고 했다’라는 말을 했다. 또 언젠가는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내 재산을 (자녀들과) 공동 소유로 해야겠다’는 말도 했다. 지난 5월 초쯤에는 통장 사본을 복사해 나한테 가져와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라고 상의해 왔다. 통장 잔고를 보니 4억7천만원이 있었다. 나는 여러 은행에 예금을 분리해서 예치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렇게 한 줄 알았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김씨가 ‘여러 은행에 넣으면 귀찮다. 국민은행에 예치하는 것이 편하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윤씨는 실종되기 얼마 전에 방씨에게 전화를 걸어 “(김씨가) 올여름 서 방화동 자기네 건물에 개척교회를 짓는데 내가 ‘강대상’(교회에서 설교할 때 강단에 놓는 큰 상)을 기증하기로 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방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김씨는 방화동에 있는 주택에 교회를 개척하려고 했고, 거액의 돈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서울 지역에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억 원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윤씨는 사치는 안 했으나 씀씀이는 컸다고 한다. 윤씨를 만난 사람들은 단번에 윤씨가 재산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겨울에는 강화읍에 찾아온 떠돌이 약장수 홍보관에 자주 찾아가며 그곳 직원들과 어울렸다고 한다. 윤씨가 사는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친척 김 아무개씨는 “마을 인근에서는 재산이 50억원은 될 것이라고 소문나 있다. 마을에서도 알아주는 부자다”라고 말했다. 윤씨 가족들과 지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숨진 윤씨의 재산은 경기도 화성 발안 인삼밭,인천 중동에 있는 아파트, 강화 흥황리의 토지, 집터와 전답 등을 합쳐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윤씨가 마지막으로 탔던 검은색 무쏘 승용차는 사망한 남편이 타던 것이었다.

윤씨의 집은 남편이 사망한 후 수차례 도둑을 맞았다고 한다. 윤씨의집에서 만난 시숙 김 아무개씨는 “도둑을 맞은 것은 사실이다. 경찰에는 신고를 안 했던 것 같다. 납치되기 전 보안경비 시스템을 설치하려고 했으나 완결 짓지 못하고 실종 당일에 설치하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친구 방씨에 따르면 도둑맞은 물건은 패물과 다이아몬드 반지라고 한다. 경찰은 윤씨의 집을 턴 절도범이 이 사건에 연관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7월2일 윤씨 모녀 죽음과 관련해서 김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집을 찾았으나 대문이 굳게 잠겨져 있었다. 대문 밖에서 여러 번 인기척을 했으나 집안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대신 집안 곳곳에는보안회사가 설치한 CCTV가 작동되고 있었다. 또, 김씨의 휴대전화로 수차례 전화를 했으나 김씨는 “본인이 아니다”라며 전화를 끊거나 아예 받지 않았다.

단란했던 한 가정은 남편의 죽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남편이 죽자 부자로 소문난 모녀의 주변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결국, 돈 때문에 모녀는 참혹한 죽음을 맞고 바닷가에 버려졌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던 열여섯 살 소녀의 꿈도 어른들의 탐욕 때문에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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