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고유가 타고 ‘광’난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8.07.0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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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전지 산업,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국내 선발 주자들, 설비 증설 ‘박차’


제3차 오일 쇼크의 임박설이 나돌면서 대체 에너지 개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클린 에너지로 불리는 풍력이나 태양광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무한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상용화하기에는 발전 단가가 비싸 경제성에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유가를 비롯한 화석연료의 값이 치솟으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원유가가 배럴당 1백50달러선을 넘어 2백 달러까지 치솟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클린 에너지의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각 에너지별로 1kw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원자력이 3원, 유연탄은 20원, 무연탄은 61원, 벙커C유는 98원, 풍력은 100원, 태양광은 7백원이다. 경제성을 놓고 따지면 태양광 에너지가 가장 떨어진다. 그러나 태양광의 경우 발전 기술이 빠르게 진전하면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대체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에너지 시장은 태양광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전이 태양광 발전 설비에서 나온 전기를 비싸게 사주면서 태양광 발전 산업의 육성을 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전쟁이 시작되었다. 벤처기업인 미리넷솔라는 지난해 말 대구 성서공단에 30mW급 규모의 태양전지 공장을 완공하고 올 초부터 생산에 나섰다.

지난 2005년 울산 현대중공업 공장에 태양광 전지 모듈 생산 공장을 완공한 현대중공업도 올해 5월 충북 음성에 태양전지 생산 공장을 세우고 태양전지 생산을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은 미리넷솔라에 비해 태양전지 생산에 반 박자 늦었지만 설비 증설을 통해 미리넷솔라의 생산 규모를 앞서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내년 말까지 2백70mW 규모의 제2 라인을 건설하고 제1 생산라인은 30mW 규모를 증설해 2010년부터 3백30mW의 태양전지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공장이 풀가동되면 현대중공업은 태양전지 사업에서만 1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태양광 개발의 선두 주자인 미리넷솔라도 자금력에서는 대기업의 상대가 되지 않지만 외자 유치를 통해서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다. 지난 7월3일 호주 맥쿼리그룹과 6백억원의 투자 유치 조인식을 가졌다. 미리넷솔라측은 맥쿼리가 출자하는 6백억원을 포함해 2010년까지 총 1천5백억원을 투자해 생산 규모를 3백mW로 키울 계획이다. 일단 내년까지 1백20mW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추가로 증설해 현대중공업의 추격을 따돌리려 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태양광의 수요처가 많지 않아 당장 생산되는 태양전지는 외국에 수출해야 한다.

때문에 내수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고 글로벌 경쟁에 나서는 것 자체가 위험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시장이 어느 정도 커져야 기업도 안심하고 투자하며 기술 개발과 축적도 원활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에서 태양광 산업 육성 의지를 공개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게다가 최근 고유가나 석탄가 폭등은 태양광 발전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강희찬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태양광 발전이 경제성을 갖는 것은 일본은 2010년, 미국은 2015년, 한국은 2020년에나 가능하다고 내다본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최근의 유가 폭등으로 인해 발전 단가 측면에서 태양광이 경제성을 갖는 시기가 최소한 2~3년은 앞당겨졌다”라고 밝혔다.

일본 등은 박막형 개발에 공들여…한국은 폴리실리콘형에 주력

동양종금증권의 황규원 연구원도 “이번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해 우리나라도 대체 에너지 상용화나 에너지원 다변화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라고 강조했다.

경제성의 척도는 결국 싼값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느냐다. 이런 점에서 원자력과 석탄이 원유를 대체할 수 있지만 핵폐기물 처리 문제나 교토의정서에 의한 탄소배출량 규제 등의 변수를 고려하면 원자력과 석탄도 한시적 대안일 뿐이다.

독일이나 스위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진작 태양광 에너지에 눈을 돌렸다. 이들 국가에서는 정부가 태양광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자국 기업이 관련 산업에서 앞서 나가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태양광이 시장 논리에 따라 경제성을 확보하고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동양종금증권의 황규원 연구원은 “태양광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이 먼저 형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 시장 여건이 개선되려면 국가 차원에서 태양광 발전을 지원해야 하는데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태양전지 생산에 뛰어들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폴리실리콘을 원료로 한 결정 구조의 태양전지 생산에만 다 걸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결정 구조의 태양전지는 독일 등 해외 선발 업체에서 이미 범용화된 기술이어서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따라서 대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 누가 어떻게 투자 했느냐에 따라 2~3년 뒤에 시장 판도가 바뀌는 반도체 산업만큼이나 태양광도 민감한 사업이다.


일본의 교세라나 큐셀 등 태양전지의 선발 업체들은 폴리실리콘을 원료로 한 결정 구조의 태양전지에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대신 폴리실리콘 구조보다 훨씬 더 얇은 박막형 태양전지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막형 태양전지는 유리에 특수 필름을 코팅해 전기를 생산해내는 기술이다. 아직 실험 단계이기는 하지만 박막형 태양전지는 결정형 태양전지가 생산해내는 에너지 효율의 70%선까지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상용화가 임박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모두 폴리실리콘 구조의 태양전지를 만들고 있다. 30mW급의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현대중공업의 음성공장도, 미리넷솔라의 대구 공장도 모두 폴리실리콘을 원료로 한 태양전지를 생산해내고 있다. LG그룹에서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아직 구체화하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넷솔라의 관계자는 “박막형 태양전지는 에너지 효율을 따져볼 때 아직 상용화하기 어렵다. 당분간 결정 구조의 태양전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태양광은 반도체 못지않은 미래 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고유가 시대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태양광을 잡는 기업은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누가 이 시장의 패자로 군림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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