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한 조각을 사듯이…”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08.07.0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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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억원짜리 점심이 아깝지 않은 워렌 버핏에 관한 ‘모든 것의 역사’
ⓒ윌북 제공
지난해 6억여 원에 낙찰되어 화제를 모았던 ‘버핏과의 점심’이 최근 22억원에 낙찰되어 또다시 화제다. 6월27일 열린 자선 경매 행사에서 중국의 자오단양(趙丹陽) 헤지펀드 매니저가 세계 최고 투자자인 워렌 버핏과 점심 한 번 먹는 데 2백10만 달러를 제시해 낙찰받은 것이다. 버핏은 2000년부터 해오고 있는 이 경매 행사의 수익금을 모두 불우 이웃을 돕는 자선 단체에 기부해왔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하지만 거액을 지불하고 투자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은 과연 원하는 그 무엇을 얻었을까.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은 최근호에 지난해 경매 행사에서 낙찰받은 미국인 사업가 가이 스피어의 ‘버핏과의 점심’ 체험담을 실었다. <타임>에 따르면, 그는 “한 푼도 아깝지 않았다. 버핏이 왜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버핏의 첫인상에 대해 “상냥하고 유쾌했다”라고 전했으며, 버핏의 뚜렷한 인생 철학과 흔들리지 않는 양심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단돈 100달러로 투자를 시작한 버핏은 단지 주식 투자만으로 세계 최대의 부를 거머쥔 사람이다. 연평균 투자 수익률25%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그는 투자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워렌 버핏과 점심 식사를 간접적으로나마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지, 버핏의 투자 철학과 투자 노하우를 전하는 책들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최근에 나온 <워렌 버핏 평전>은 ‘인물’과 ‘투자’로 나눠, 그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정리해 보여주고 있다. 버핏과 점심을 먹는 대신 책을 통해 그를 만나는 것도 괜찮겠다.

영원한 가치가 있는 곳에 투자하라

2006년 6월25일, 버핏은 빌 게이츠와 함께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버핏은 또 재산의 85%(약 32조원)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역사상 최대의 자선가가 되었다. 버핏은“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미국의 정신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골고루 주는 것이 미국의 정신이다”라고 말했다. 버핏과 가까운 지인들이나 가족들은 그의 기부 결정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버핏의 생활은 검소하기로 유명하다. 점심으로 햄버거와 콜라를 즐겨 먹고 중고차를 직접 몰고 다니며 50년째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그는 많은 유산이 자식의 인생을 망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인간 버핏’에 주목하여 그의 78년 인생 궤적을 꼼꼼하고도 세밀하게 추적했다. 25센트짜리 6병들이 콜라 한 팩을 사다 팔고는 5센트의 이익을 얻고 좋아하는 6세 어린이, 새벽 시간 신문 배달을 하며 스스로 돈을 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는 중학생, 하버드에서 입학을 거부당하고 절망하는 청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가치 투자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을 만나 학업에 열을 올리며 야망에 불타는 젊은이, 월스트리트의 탐욕에 염증을 느끼고 고향으로 돌아와 집에서 투자조합을 운영하며 동네 의사들을 쫓아다니는 열정적인 청년 투자가, 세상을 바꾼 천재 기업가 빌 게이츠와 브리지 게임을 하며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나누는 등 버핏의 모든 모습이 담겼다.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일화들이 가득하며 옛날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들까지 게재해 실감을 더한다.

투자를 빼놓고는 인생을 논할 수 없기에 투자가로서 버핏의 면모도 상세히 보여준다. 버핏은 “10년간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마라”라며 가치 투자를 역설했다.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장기간 보유하는 그의 투자법은 사실상 굳은 인내심과 자기 확신을 필요로 한다.

차트 분석이나 기술 투자, 프로그램 매매가 주식 투자에서 전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버핏은 투자란 곧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표현한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경제 예상들, 소문과 걱정은 투자에서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것. 대신 버핏은 우선 투자하고 싶은 기업을 장악할 것을 권한다. 버핏은 대차대조표를 분석하고 경영 성과를 담은 연례 보고서를 정독하며 경영진을 만나 도덕성과 비전을 확인하고 투자해야겠다는 판단이 들면 5분 이내에 의사 결정을 했다. 버핏의 투자 과정이 기본적인 일의순서에 따라 이성적으로 사고한 결과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투자의 현인’ 버핏은 말했다. “어떤 주식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때는 종잇조각이 아니라 기업의 한 조각을 산다고 생각하라.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투자자는 좀더 건전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주가가 주기적으로 히스테리를 부릴 때 인내심과 끈기를 발휘하기가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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