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건물의 ‘아리수’ 음수대, 정수기 대접받을까
  • 이 은 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8.07.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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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제공
마시는 물 ‘아리수’에는 편견이 녹아 있다. 눈을 가리고 먹으면 맛있지만, 눈을 뜨고 먹으면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물이다. 서울시가 아리수를 널리 보급한다며 신축 건물에 아리수 음수대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아리수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백45개 수질 검사 항목에서 모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음수대를 설치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건축주 입장에서는 1대당 100만원에 이르는 설치 비용을 부담해야 하니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마시는 사람들이 수돗물이나 다름없다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마당에 음수대를 설치해도 되는 것인지 망설이는 건축주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밀어붙이겠다는 서울시의 일방 행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서울시는 아리수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겠다며 곳곳에 음수대를 세울 작정이다. 어려서부터 수돗물 마시는 습관을 갖도록 하기 위해 2010년까지 4백억원을 들여 각 초·중·고등학교에 음수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아리수를 마시지 않는다면 이 엄청난 돈은 결국 버리게 된다.

아리수의 가격 경쟁력을 보면 서울시가 굳이 이렇게 음수대에 집착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5백ml에 2백원(예상가)이면 시중의 생수보다 적게는 2분의 1, 많게는 50분의 1 수준이다. 잘하면 아리수가 연간 4천억원 규모까지 확대된 물 시장의 거품을 제거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서울시는 그보다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편견을 없애는 데 돈을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한 듯하다. 수도관 노후로 수돗물에 녹물이 섞여 나오는 것을 막는 데 신경을 쓰는 것이 어떨까. 또 수돗물 특유의 화학약품 냄새를 없애는 데 더 투자를 하면 어떨까. 시민들의 신뢰만 얻으면 아리수는 금세 히트 상품으로 떠올라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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