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인터넷 공룡’ ‘포식자’가 될 것인가
  • 류현정 (전자신문 기자) ()
  • 승인 2008.07.2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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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의 매체 영향력, 신문 눌러…시가총액•광고 매출도 ‘눈덩이’ 최근에는 일부 업체 독식으로 업계 활력 떨어져 성장세 둔화 기미
지난해 10월 <시사저널>이 실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조사에서 네이버와 다음의 순위는 각각 6위와 10위였다. 포털의 막강한 디지털 권력은 수개월 만에 또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한국언론재단이 발행하는 월간 <신문과 방송> 7월호에 따르면, 네이버와 다음은 조선·중앙·동아일보를 모두 앞지른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미국 쇠고기 파동 직후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네이버(응답자의 17.1%)와 조선일보(4.0%)의 격차는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뉴미디어이자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의 기업 가치 상승은 다음 두 가지에서 확인된다.
먼저, 광고 매출 증대다.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향력이 높아지면 미디어 최대의 수익 모델인 광고 매출도 덩달아 올라간다.

2007년 기준으로 KBS(KBS 광고 매출은 모두 KBS2 매출)의 광고매출은 5천6백60억원, MBC는 8천2백억원을 기록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광고 매출은 3천억~4천억원 정도다. 네이버의 2007년 매출은 약 9천2백억원. 이 중 6천억원이 넘는 돈을 검색 광고와 배너 광고로 벌어들였다. 광고 매출 면에서도 조·중·동을 한참 앞지른 것이다.

앞으로는 ‘우리나라 최대 광고 매체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좀더 신중하게 답해야 할 듯하다. 네이버의 현재 성장 속도라면, 조만간 네이버가 최대의 광고 매체로 등극할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도 있다. 올해도 광고 매출 1위 자리를 두고 네이버와 MBC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의 매출 격차는 꽤 난다. 다음은 2007년 한 해 동안 매출 2천1백45억원, 영업이익 5백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중 1천5백억원 이상을 광고로 벌어들였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의 등장이 올드 미디어인 신문사와 방송사의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좀더 살펴보아야 한다. 다만, 이러한 광고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미디어 시장의 재편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은 창업 초기, 광고를 유치하러 다닐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고백한다. 당시 신문사 광고 국장들이 불쌍하다며 네이버에 광고를 주곤 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미디어 판’이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이다.

광고 매출이 올라가면 투자자들도 몰리게 되어 있다. 포털의 영향력 확대는 주식시장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포털, 그중에서도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2007년 10월15일은 네이버가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 날이었다.

당시 네이버의 주가는 5.66% 급등한 26만5천2백만원으로 마감해 시가총액이 12조6천8백90억원을 기록했다. 보합권이었던 KT는 시가총액 12조2천6백90억원에 머물렀다. 네이버가 KT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것이다. 언론들은 ‘인터넷 공룡이 통신 공룡을 이겼다’라고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주 중에서 네이버보다 시가총액이 큰 기업은 삼성전자, SK텔레콤, LG필립스LCD, LG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손에 꼽을 정도였다.
매출이 10배 이상 많은 KT보다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많았던 것은 주식시장이 현재 가치보다 미래 가치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0월은 네이버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최고조에 달할 때였다. 지금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8조4천억원 정도로 KT(11조7천억 원)에 다소 못 미친다. 다음의 시가 총액은 8천6백69억원이다. 공개 토론장인 아고라로 많은 주목을 받은 다음이지만, 매출은 네이버의 4분의 1 수준, 시가총액은 10분의 1 수준이다.

포털을 위한 굿 뉴스ᆞ배드 뉴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업체에 대한 기업 평가는 2000년 닷컴 버블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묻지 마 투자’가 횡행했던 당시와 달리 상당 부문 실적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다. 이는 해외 유명 인터넷 기업의 평가 작업에서도 확인되는 바다. 포털의 실적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온라인 광고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오버랩된다.

IT시장 조사업체 IDC은 올해 전세계 온라인 광고 지출은 6백52억 달러(65조원)에 이르러, 전체 광고 시장의 10%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11년 온라인 광고 지출은 그 두 배 수준인 1천66억 달러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광고 시장에서 온라인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14%로 높아진다.

그렇다고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업체의 전망을 무턱대고 낙관할 수는 없다. 우선 전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광고 시장이 줄어든다면, 온라인 광고 비중이 아무리 커져도 매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포털 업체 NHN의 본사와 건물 내부.
실제로 포털의 주된 수입인 검색 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 성장세가 둔화되는 조짐도 나타났다. 한때 100%씩 성장했던 구글의 매출 증가율은 올 2분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9% 성장하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해 4분기의 순익 성장률은 고작 17% 수준이어서 전세계적으로 검색 광고 시장이 둔화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네이버 역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분기에 대비해 한자릿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증권 등이 목표 주가를 낮추었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국내 포털 시장의 성장률은 둔화하고 상대방의 파이를 얼마나 가져오느냐의 싸움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다음의 경우 ‘아고라’ 효과가 매출로 이어진다면, 단기적으로는 실적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일본 등과 달리 우리나라 인터넷 시장의 ‘특수한 사정’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검색 시장은 네이버가 70~80%를 장악하면서 어느새 인터넷업계 전체의 활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네이버의 운영 방식이 해당 웹사이트로 트래픽을 보내주기보다는 네이버 사이트 안에서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이마트라는 대형 할인점 때문에 동네 구멍가게들이 죽어나가는 것처럼 군소 웹서비스업체들이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인터넷 기업이 등장하지 않아 인터넷 생태계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활력이 없다는 것은 네티즌을 유인하고 돈을 쓰게 할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포털업체의 성장 속도에도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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