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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차오르는 큰목소리들

문화예술인/‘보수 논객’ 소설가 이문열씨 1위 고은ᆞ황석영ᆞ정명훈ᆞ조수미 씨 등도 ‘건재’

반도헌 ㅣ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8.08.19(Tue) 11: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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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를 완간하며 미국 체류 생활을 접고 국내로 돌아온 작가 이문열씨가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 1위(14.0%)로 꼽혔다. 지난해 순위에서 4.9%로 5위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국내에서 가장 지명도 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지만 이문열씨가 영향력 있는 인사로 첫손에 꼽힌 것은 문인으로서의 역량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표적인 보수 논객으로 주목받으며 돌아가는 정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내왔다. 그의 정치적인 발언은 문학 외적으로 논란을 일으키고는 했다. 그중에서도 홍위병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고, 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미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국내로 돌아왔지만 이문열씨의 정치적 성향과 거침없는 발언에는 변함이 없었다. 촛불 집회의 열기가 한창일 때 귀국한 그는 <초한지> 완간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촛불 집회를 비판하는 견해를 밝히면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의도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자세한 내용은 50쪽 인터뷰 기사 참조).

   
▲ 유인촌 장관ᆞ이어령 교수ᆞ이외수 작가가 올해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으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2008년의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 조사 결과는 지난해와 비교해 큰 변동을 보였다. 지난해는 10% 넘게 선택받았던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고르게 분산되었었다. 이에 비해 올해는 이문열씨를 비롯해 2위인 지휘자 정명훈씨(10.3%), 3위 성악가 조수미씨(9.5%), 4위 소설가 고 박경리씨(8.7%)까지 지난해 1위였던 고은 작가(8.4%)를 넘어섰다. 그만큼 문화계 내부 인적 변동이 심해졌고, 주목받은 인사들도 많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새롭게 10위권에 진입한 사람도 4명이나 되었다. 지난 5월 세상을 떠나며 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토지>의 작가 박경리씨,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장관에 선임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8.1%·5위), 최근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가 이외수씨(4.9%·8위),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3.8%·9위)이 그들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국내 문화 정책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유인촌 장관이 이번 조사에서 새롭게 10위권으로 진입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유장관은 각 직종으로부터 고른 선택을 받았지만 특히 교수와 사회단체로부터 높은 선택을 받았다.

고인이 된 박경리ᆞ백남준ᆞ이청준 씨도 영향력 유지

그러나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인으로부터는 저조한 선택을 받았다. 그는 장관 취임 전부터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으로 구설에 오르더니, 취임하고 나서는 문화인이기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이런 행보가 문화예술인들로부터 더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 박경리씨는 세상을 떠났음에도 많은 이들이 그녀를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으로 꼽았다. 특히 사회단체와 종교인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세상을 떠나면서 <토지>를 비롯한 그녀의 역작과 작가로서의 그녀의 삶에 대한 조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 덕분인지 그녀의 사위이자 저항 시인 김지하씨도 2%로 공동 13위에 올랐다.

하지만 언론에서의 조명이 그녀의 영향력이 높게 평가된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비록 세상은 떠났지만 많은 사람은 그녀가 보여준 작품세계가 후배 문인들에게 계속해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시사저널 제공
ⓒ연합뉴스

이외수씨, 베스트셀러ᆞTV 출연 등으로 대중적 인기 높이며 10위 진입

고인이 되어서도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는 비단 박경리씨만은 아니다.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넘어가는 비디오아티스트 고 백남준씨가 2.0%로 공동 12위를 차지했고, 얼마 전 세상을 등진 <당신들의 천국>의 이청준씨도 1.7%로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들은 떠나갔지만 작품은 여전히 남아 있기에 그들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위권에 새롭게 진입한 사람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소설가 이외수씨(4.9%·8위)다. 이씨의 영향력은 최근 높아진 그의 대중적 인기에 기반한다. 그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잇달아 출연하며 대중의 관심권 안으로 바짝 다가왔다.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수 김C가 출연하고 있는 KBS <1박2일>에서는 이외수씨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출연진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강호동이 진행하는 MBC <무릎 팍 도사>에도 2회에 걸쳐 출연했다. 최근에는 MBC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에까지 등장했다.

TV에 등장해 보여주는 그의 진지하고 솔직한 모습은 괴짜 작가로만 생각했던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어놓았다.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해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해 개집에서까지 하룻밤을 보내면서도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말라는 할머니의 가르침을 어긴 적이 없다는 그의 말은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외수씨 개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의 작품으로도 이어졌다. 이외수식 생존법과 삶의 자세를 유려한 그만의 언어 세계로 담아낸 에세이집 <하악하악>은 인터넷 서점 인터파크의 집계 기준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중앙일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이어령씨는 “나이가 들면 기억력은 떨어지지만 상상력·창조력은 남아 있다”라는 말로 노인층의 지지를 받으며 자신의 말처럼 활발한 창작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기업인과 문화예술인으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았다.

   
▲ 지휘자 정명훈씨는 꾸준한 활동으로 음악팬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뉴스와이어

이 밖에도 매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정명훈씨, 조수미씨, 황석영 작가, 임권택 영화감독, 고은 시인 등이 꾸준한 활동으로 올해도 어김없이 영향력 있는 문화계 인사로 선정되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씨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및 상임지휘자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다음 달인 9월10일에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연주한 중국 최고의 피아니스트 랑랑과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에 지휘자로 참여해 국내 클래식 음악팬들의 귀를 즐겁게 해줄 예정이다.

클래식계 또 한 명의 거장 조수미씨는 베이징올림픽 공식문화 행사인 ‘조화로운 세계-베이징’에서 중국의 중앙가극원 오케스트라와 함께 독창회를 열어 중국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황석영 작가도 최근 자전적 일대기를 투영시킨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을 출간해 각종 도서 판매 집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위권에는 <태백산맥>의 소설가 조정래씨(3.2%·11위), 문화부장관을 지내기도 한 영화감독 이창동씨(2.6%·12위), 방송작가 김수현씨와 지휘자 금난새씨(이상 1.3%·16위), 발레리나 강수진씨(1.2%·18위), 이해인 수녀와 박찬욱 영화감독(이상 1.1%·19위)이 들어 있다.


‘언제나 웃는’ 김추기경ᆞ지관 스님

 
   

올해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인에 김수환 추기경이 꼽혔다. 전체 응답자의 41.2% 지지를 받아 변함없이 1위를 차지했다. 김추기경은 종교 지도자를 넘어서 한국 사회의 정신적인 지주다. 지난 6월 촛불 집회가 고조되면서 공권력과 시민들이 충돌했을 때 “웃으며 대화해야 문제가 풀린다”라는 순리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에 건강이 악화되어 한 달간 입원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중병설이 돌기도 했으나 최근 가까운 신자들과 조촐하게 86세 생일 파티를 연 사진이 공개되어 건재함을 드러냈다.

영향력 있는 종교인 2위에는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33.9%)이 꼽혔다. 지관 스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편치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 위조 사건에 불교계가 휘말려 곤욕을 치렀고, 올해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적 편향성 때문에 불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7월29일에는 경찰 공무원이 촛불 집회를 이끈 인사들을 체포한다며 지관 스님의 소지품과 트렁크를 샅샅이 뒤지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3위에는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22.5%)가 꼽혔다. 조목사는 지난 5월15일 당회장 자리를 이영훈 목사에게 넘기고 2선으로 물러섰지만 오히려 4위(11.7%)였던 지난해보다 영향력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연습장이 달린 호화 빌라 소유, 장남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의 탈세 등으로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지만 오히려 ‘존재감’은 더 크게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망교회 곽선희 원로 목사도 30억원짜리 빌라와 3억원짜리 벤틀리를 소유해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렸지만 영향력 있는 종교인 10위(1.2%)에 올랐다. 4위에는 정진석 추기경(21.1%)이 뽑혔다. 한국에서 세 번째 추기경이 나오지 않는 한 그의 영향력은 김수환 추기경과 더불어 확고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5위는 <무소유>의 저자인 법정 스님(2.0%)이었고. 6위는 문선명 통일교 총재(1.9%)였다. 헬기가 불시착하고 폭발하는 일촉즉발의 현장에서 무사히 살아남아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기독교계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엄신형 목사,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 대전 중문교회 장경동 목사가 공동 7위(1.3%)에 올랐다. 12위에는 김삼환 목사(1%), 공동 16위에는 김홍도ᆞ옥한흠ᆞ최일도 목사(0.3%)가 올랐다.

천주교계에서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 소속된 문규현, 문정현, 김인국 신부가 각각 10위(1.2%)와 15위(0.6%), 16위(0.3%)를 차지했다. 불교계에서는 고(故) 성철 스님과 송월주 스님이 공동 13위(0.7%)였고, ‘대운하 반대 1천만인 서명운동’을 이끈 도법 스님과 불교환경연대 대표인 수경 스님은 공동 16위(0.3%)에 올랐다. 암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와 ‘씨알 사상’의 창시자인 함석헌 신부는 공동 23위(0.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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