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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테이너도 살리고, 프로그램도 살리고

길 잃고 헤매던 <상상플러스>, 이지애 아나운서 투입한 ‘우리말 더하기’ 코너로 옛 인기 재현 기대

하재근 (문화평론가) ㅣ 승인 2008.08.19(Tue) 13: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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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플러스>(위)는 ‘대박대담’ 코너와 ‘우리말 더하기’ 코너를 신설했다.

다시 <상상플러스>를 보기 시작했다. <상상플러스>가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 구성에도 안정감이 생겼고, 방황하던 아나운서의 캐릭터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상상플러스>가 이효리를 영입하며 ‘풍덩! 칠드런 송~’이라는 코너를 내세웠을 때 필자는 ‘상상플러스, 최악으로 풍덩’이라는 글을 쓰고 <상상플러스> 시청을 거의 끊었었다.

아나운서의 예능 투입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요즘도 아나테이너들은 예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명랑히어로>에서 김성주는 자신의 말이 중요한 얘기라며 다른 사람들에게 들어줄 것을 요구한다. 예능은 재미에 의해 저절로 관심이 가는 말을 하는 곳이지, 의미 있으니 내 말을 들어달라고 하는 곳이 아니다.

아나운서들은 연예 계통으로는 연예인들에게 분명히 밀리고 있다. 하지만 아나운서에게는 연예인들이 갖지 못한 자산이 있다. 바로 ‘지적’이고 ‘품위’ 있는 이미지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런 이미지가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동시에 아나운서들은 지적이라는, 기자나 전문가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다. 바로 연예인 같은 화사한 외모와 또렷한 말솜씨다. 아나운서가 살 길은 이같은 장점을 살리는 데 있다. 그런데 아나운서가 아나테이너로 불리며 대거 예능에 투입되었을 때 아나운서들은 어느덧 장점과 특징을 놓치고 일반 연예인처럼 굴기 시작했다. 그것이 아나테이너 몰락의 이유였다.

아나운서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프로그램이 <상상플러스>였다. 연예인들에게 우리말 교양과 관련된 문제를 내고 답을 판정하는 역할은 전문가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일반 교양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예능으로서의 재미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 역할을 연예인이 맡게 되면 재미는 있을지 모르나 너무 가벼워진다. 가벼운 퀴즈와 벌칙놀이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무수히 많다. <상상플러스>가 그 많은 프로그램들 사이에 돌 하나 더 얹어봐야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아나운서 역할, 초심으로 돌아가 제자리 찾아

아나운서만의 장점이 <상상플러스>에서 빛을 발했다. 탁재훈·신정환이라는 예능인과 아나운서의 조합은 <상상플러스>의 개성으로 발화했다. ‘까부는’ 예능과 ‘무게 잡는’ 아나운서의 조화 아닌 조화는 흥미를 유발하는 힘을 보였다.

덕분에 노현정 아나운서는 당대의 스타가 되었다. 그것은 설정의 힘이었다. 개인 노현정에게 스스로 프로그램을 장악해서 스타가 될 수있는 능력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상상플러스>의 설정 속에서 아나운서 역할을 맡은 것이 ‘대박’의 원인이었다.

물론 개인의 매력이 작용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노현정이 만약 아나테이너로 신정환 옆자리에 앉아 ‘토크’를 했다면 그같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아마도 십중팔구는 꾸어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뚱하게 앉아 있다 하차하는 운명에 처했을 것이다. 아나테이너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자기만 따돌림당하는 것 같다며 내 얘기도 들어달라고 발언 기회를 억지로 얻어내는 것 같은 방식으로 몇 번 입을 열 수는 있었겠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은 곧 잦아들었을 것이다.

백승주 아나운서가 노현정의 후임을 맡았을 때도 <상상플러스>의 안정된 구조는 견고하게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백승주는 노현정에 비해 품위는 더하고 화사함은 덜했다. 그것이 지식이 아닌 재미를 추구하는 예능에는 감점 요인이었다. 하지만 <상상플러스>의 설정은 워낙 강고해서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최송현 아나운서가 그 후임을 맡으면서 <상상플러스>는 길을 잃기 시작했다. 마침 닥쳐온 아나테이너 열풍과 함께 최송현의 설정은 <상상플러스>만의 색깔을 잃었다. 노현정·백승주는 화사하되 단아한 옷차림을 고수했다. 그리고 문제를 맞추고 농담을 하는 연예인들과 확실히 거리를 두었다. 또 머리 모양도 깔끔하게 묶은 모습, 혹은 그에 준하는 모습을 고수했다. 최송현은 달랐다. 최송현은 연예인과 한 덩어리가 되었다. 춤까지 추며 예능에 뛰어들었다. 옷도 노현정·백승주와 확연히 구분되었다. 안정감이 사라진 <상상플러스>의 처지를 상징하듯 최송현의 옷도 ‘중구난방’이었다. 머리 모양도 그랬다. 최송현은 묶은 머리부터 ‘산발’까지 정신 사나운 스타일 변화를 보여주었다.

‘토크쇼+우리말 교양 퀴즈쇼’라는 형식도 회복

처음에 최송현의 귀여운 모습에 호감을 표시했던 사람들은 곧 실망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상상플러스>가 개편되며 일반 예능처럼 게임쇼로 모습을 바꾸자 아나운서가 설 자리가 사라져버렸다. 관심을 끌지 못하고 표류하다가 결국 최송현도 사라지고 <상상플러스>도 근본적인 수술을 단행하게 된다.

그것이 최악의 악수였다. 이효리를 영입해 완전히 일반 예능물의 색깔로 돌아간 것까지는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영어’를 표방함으로써 최악의 비호감 방송으로 전락했다. <상상플러스>가 원래 우리말 교양을 소재로 했었기 때문에, 그 추락은 배신감으로 다가왔다. 시청자의 싸늘한 반응 이후 <상상플러스>는 소폭 개편을 시도했지만 예전의 반응을 다시 이끌어내지 못했었다.

그리고 이지애 아나운서가 등장한 것이다. 프로그램 포맷도 토크쇼와 우리말 교양 퀴즈쇼라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이 경우에는 구태의연한 우려먹기라기보다 ‘초심으로 돌아가 비로소 자기 길을 찾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듯하다. 그만큼 새로운 포맷이 <상상플러스>에 잘 맞는다.

개편된 <상상플러스>는 소폭이나마 시청률이 상승하며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 최악의 시기를 건너 상승기로 돌아선 것이다. 그 한복판에는 포맷의 힘과 여기에서 비롯된 이지애의 매력이 있다. 이른바 <상상플러스> ‘안방마님’ 자리는 이지애에게 맞춤옷처럼 딱 맞는다.

   
▲ 이지애 아나운서.

‘얼음공주’라던 노현정과는 달리 이지애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나간다. 하지만 아나테이너 전성기였던 최송현 시절처럼 연예인들과 함께 지나치게 ‘오버’하지 않고 중심을 지킨다. 남성 연예인 MC들이 여자 아나운서를 놀리는 설정은 과거와 똑같다. 이지애는 거기에 적절히 반응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다. 옷도 과거 노현정·백승주처럼 화사하되 안정되고 단아한 이미지로 돌아갔다. 머리 모양도 깔끔한 스타일을 고수한다. 최송현·이효리 시대를 건너뛰고 노현정·백승주 시대로부터 직접 흐름을 잇고 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벌칙을 주는 사람이 ‘돌쇠’라고 불리는 제3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 돌쇠의 등장도 긍정적이다. 돌쇠가 ‘자의적’으로 강도를 달리하며 주는 벌칙이 묘하게 극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게다가 둘이 사귀는 것 아니냐며 남성 MC들이 아나운서를 놀리는 소재로도 활용된다. 이런 짝짓기 코드는 예능에서 소금과 같은 것이다.

생뚱맞게 영어로 가며 방황했던 것으로부터도 복귀했다. 이번에는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우리말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미 있는 우리말 맞추기였다면, 이번에는 우리말 새로 만들기다. 그래서 코너 명칭도 ‘우리말 더하기’다. 우리말이 더해지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를 더하고 있다. 길을 잃은 <상상플러스>도 돌아오고, 역시 길을 잃었던 아나테이너 캐릭터도 제자리를 찾았다. 이제는 옛 영화를 회복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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