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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 발각된 자 공든 ‘메달’도 선수 자격도 ‘펑’

까다로워진 올림픽 금지 약물 관련 규정

노진섭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08.08.26(Tue) 15: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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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핑 검사에서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밝혀져 은메달을 박탈당한 북한 김정수 선수.
ⓒ연합뉴스

지난 8월12일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정수 북한 사격 선수의 영광은 ‘3일 천하’로 끝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실시한 도핑 검사에서 김선수가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는 메달을 박탈당했고 올림픽에서 추방당했다.

도핑(doping)이란 운동 경기에서 체력을 끌어올려 최선의 성적을 내기 위해 호르몬제나 흥분제 등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도핑은 WADA가 규정한 세계반도핑규약(WADA Code)에 따라 금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도핑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100분의 1초라도 앞당겨 신기록을 세우거나 메달을 따내려는 선수들에게 약물 복용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기 때문이다. 송용환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사무총장은 “도핑 여부는 크게 세 가지의 기본 원칙으로 판단한다. 경기력이 급격하게 향상된 경우, 선수 건강에 해로운 경우,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경우 등이다. 이 중에서 두 가지에 부합되면 도핑으로 규정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원칙을 배경으로 WADA는 매년 금지 약물 목록을 발표한다. 현재 2백10종이 금지 약물로 규정되어 있다. 금지 약물은 네 그룹으로 분류된다. 상시 금지 약물, 경기 기간 중 금지 약물, 특정 종목 금지 약물, 특정 약물이다. 상시 금지 약물, 경기 기간 중 금지 약물, 특정 종목 금지 약물에는 동화작용제(근육 강화), 호르몬제(성장 촉진), 베타-2 촉진제(운동 능력 향상), 이뇨제(체중 감량 또는 도핑 은폐), 흥분제, 마약류, 카나비노이드(마리화나), 스테로이드(부신피질호르몬), 알코올, 베타 차단제(고혈압 치료) 등이 있다.

일반의약품 중 금지 약물 성분 포함된 것도 1천여 종 달해

문제는 일반의약품(OTC)이 포함된 특정 약물 그룹이다. 금지 약물 성분이 보통 사람들이 복용하는 일반의약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감기약에도 금지 약물 성분인 에페드린이라는 흥분제가 있어 선수는 자신도 모르게 금지 약물 복용 판정을 받을 수 있다. KADA의 송사무총장은 “시중에 있는 일반의약품은 4만여 종이고 이 중에서 금지 약물 성분이 포함된 약품은 1천여 종이다. 흔히 접할수 있는 약은 다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운동 선수는 팀 주치의의 처방을 받은 약물 외에는 복용해서는 안 된다. 건강 보조식품이나 한약에도 금지 약물이 포함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선수도 사람이기 때문에 병에 걸리고 치료 목적으로 불가피하게 금지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 있는 선수라면 베타 차단제나 이뇨제를 복용한다. 이런 경우에는 대회 시작 전에 미리 치료 목적을 위한 사용면책(TUE)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도핑 테스트 규정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도핑 양성 판정을 받은 선수는 해당 대회 참가만 제한되었지만, 앞으로는 차기 대회는 물론 관련 국제대회 참가도 어려워진다.지금까지는 경기 개막일부터 폐막일까지 도핑 테스트를 했지만,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선수촌이 문을 여는 7월27일부터 폐막일까지 도핑 테스트를 진행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WADA가 테스트 기간을 대폭 늘려 잡아 처음으로 대회 기간 외(out-of-competition) 검사를 실시한 것이다. 금지 약물을 복용한 선수는 아예 올림픽에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IOC측의 강력한 의지다. 지난 7월30일 러시아 여자 육상 800m 금메달 후보 옐레나 소볼레바 등 7명이 도핑 테스트를 받기 전에 혈액을 바꿔치기 한 혐의가 드러나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도핑 테스트 횟수도 크게 늘었다. WADA는 베이징올림픽 기간 동안 34개 반도핑센터에서 9백여 명의 검사관을 동원해 4천5백건의 도핑 테스트를 시행했다. 이는 역대 최고 횟수로 4년 전 아테네올림픽 3천5백건, 2000년 시드니올림픽 2천8백건과 비교된다. 베이징올림픽 기간 동안 전체 선수의 절반 정도가 테스트를 받았고, 도핑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는 4명으로 4년 전 26명보다 크게 줄었다.

도핑 테스트는 대상자 선정-시료 채취-분석-판정 순으로 진행된다. 대상자 선정은 크게 표적 선정과 무작위 선정으로 나뉜다. 금·은·동메달 수상자와 경기력이 월등히 향상된 선수는 표적검사를 받고 나머지 선수들은 무작위로 선정된다.

도핑관리실로 출두할 것을 통지받은 선수는 1시간 내에 도핑검사실에 도착해야 한다. 후속 경기 출전, 시상식 참가 등 정당한 이유가 있어도 반드시 도핑검사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출두하지 않으면 징계 대상이 되며 거부하면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간주되어 자격 정지 또는 영구 자격 박탈 등의 중징계를 받는다.
도핑관리실에 도착한 선수는 ‘A용기’와 ‘B용기’를 받아 소변을 채워 제출해야 한다. 시료채취실에서 가슴부터 무릎까지 옷을 벗고 팔소매도 걷은 후 도핑검사관의 입회 하에 A용기에 50ml, B용기에 25ml의 소변을 받아야 한다.

   
▲ 한국도핑방지위원회의 직원이 시료 채취 용기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도핑 테스트, 횟수 크게 늘고 기술ᆞ방법도 진화

채취된 시료는 분석실로 보내진다. A용기의 시료로 2백10종의 금지 약물에 대한 반응 검사를 한다. 또 질량분석기로 분자 패턴까지 확인한다. 그래도 의심스러운 경우는 2차로 정밀 분석을 한다. 이 모든 과정이 24~72시간 내에 이루어지고, 결과는 즉시 선수에게 통보된다.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선수는 B용기 시료에 대한 재분석을 요구할 수 있다.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이의신청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양성반응 결과가 재분석된 후 뒤집힌 경우는 거의 없었다. 또, 스포츠중재재판소에서 승리할 때까지는 징계가 유지되므로 경기에 참가할 수 없다. 도핑 관련 약물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징계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도핑 수법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여자 선수들은 다른 사람의 소변으로 채운 콘돔을 질 속에 넣어두기도 한다. 소변을 채취할 때 손톱으로 콘돔을 찢어 체온과 같은 따듯한 소변이 흘러나오도록 한 것이다. 남자 선수들은 검사관이 눈치 채지 못하게 겨드랑이 밑에 소변 봉지를 숨겨두기도 한다.

물론 이런 초보적인 방법은 DNA 검사로 적발된다. 앞으로는 유전자, 줄기세포, 신경화학물질 등 선수의 생체물질을 이용한 도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도핑(gene doping)은 말 그대로 운동 능력 향상을 유도하는 유전자를 체내에 주사해서 본래의 유전자와 교체하는 방법이다. 질환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이 도핑 기술로 둔갑한 셈이다.

암과 같은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연구되고 있는 줄기세포 요법을 도핑에 이용할 경우 검사는 물론 적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손가락을 다친 선수가 줄기세포로 수술을 받았다면 치료 목적인지 도핑 목적인지 확인할 도리가 없다.

진창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도핑콘트롤센터장은 “이미 금지 약물에서 성분 구조만 살짝 바꾼 약물이 만들어지고 있다. 약물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생체물질을 이용한 바이오도핑(bio-doping)도 등장할 것이다. 생체물질은 금지 약물과 달리 과학적으로 도핑 전후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는 도핑테스트 방법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도핑’이 국제법이 되기까지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덴마크의 사이클 선수 크누드 에네마크 젠센이 암페타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이후 선수들이 약물 복용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이를 막기 위한 IOC 의무위원회가 출범했고, 금지 약물 목록이 만들어져 1968년 프랑스 그레노블 동계올림픽 때부터 도핑 테스트가 실시되었다.

1999년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창설되어 그동안 IOC가 수행하던 도핑 테스트 관련 업무를 넘겨받았다. 2003년 모든 국제경기연맹과 73개국 정부가 세계반도핑규약(WADA-Code)을 수용하고 도핑 추방을 선언했다.

2005년 유네스코 정기 총회에서 세계반도핑규약은 스포츠반도핑국제협약으로 채택되어 2007년 2월부터 국제법으로서 구속력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설립된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전체 도핑 테스트를 총괄하며, 시료 분석은 1985년 설립된 도핑컨트롤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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