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림 없는 부동산 활성화 대책, 불안 더 키운다
  •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
  • 승인 2008.08.2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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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미분양 사태 해결책과 경기 부양책에 ‘실효성 없는 졸속 정책’ 비판 많아…또 다른 ‘풍선 효과’ 부르지 않도록 완급 조절해야

요즘 추석 전에 발표될 정부의 미분양 사태 해결책과 그를 통한 경기 부양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 대책의 범위나 강도에 대해 많은 추측성 보도가 있었으며, 그 논의의 범위에는 노무현 정부 시기 도입된 주요 규제책들이 망라되고 있다. 전매 제한 완화에서 재건축의 경우 높이 규제 완화, 소형 평형 의무 비율 및 임대주택 의무 비율의 완화,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는 양도세 및 종부세의 완화를 포함해 대출 규제 완화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의 범위가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시장의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필자이지만, 규제 완화의 폭이 일시에 지나치게 넓어지는 것에 두려움을 갖게 된다.

현재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아파트 미분양 사태의 해결이다. 건설회사를 봐주는 것이 아니라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고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의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누군가는 집을 지어야, 그것도 충분히 지어야 4~5년 뒤에 공급 확대가 이루어져 시장 안정을 달성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지금 도산하는 건설회사가 많아지거나, 유동성 문제에 막혀 신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면 그 악영향은 분명히 4~5년 뒤의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억눌린 공급 관련 상황을 풀어주어야 할 필요가 있고, 그를 위한 정부의 개입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또한 생산자가 신규 주택의 건설을 늘리기 위해서는 적절한 구매 수요와 수익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무현 정부의 수많은 규제들에 의해 지나치게 억눌린 수요의 진작이 필요하다. 대다수 주택 수요자는 집에 돈을 쌓아놓고 신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이 아니다. 신규 주택 수요는 기존 주택의 소비에서 소비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즉 새집을 사기 위해서는 기존 주택을 매각해야 하고, 그 주택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구매자가 나서야 하고, 그 구매자는 기존 주택의 전세금을 돌려받아야 주거 이전이 가능하다. 이러한 주택시장의 연쇄 고리가 되는 미분양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시장에서 전반적인 거래의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급 확대 없이 수요 관리 정책만 일시 완화하면 시장 불안 촉발

또한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생산될 주택에 대한 1차적인 투자자들도 있어야 한다. 1가구 1주택자의 투자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이 싫든 좋든 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선분양 제도가 주류인 국내에서는 그 기능의 많은 부분을 1가구 다주택자가 담당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40% 정도가 임차인이고 기업적인 임대사업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서의 기능도 함께 해왔다. 결국 1가구 1주택 소유주의의 환상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다. 1가구 다주택자의 순기능을 억제하면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 확대가 어려워져 시장 불안을 재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주택시장의 유기적인 연결 고리 때문에 전매 제한의 완화에서 종부세 및 양도세의 완화, 대출 규제의 완화에 이르기까지 처방에대한 논의의 폭이 넓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하다. 숨을 조금 고르기 위해 최근의 주택시장 상황을 살펴보자. 요즘 언론에서 국내 부동산시장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단어는 안정세 혹은 하락세다. 과연 그럴까? 필자가 주택시장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하면 결코 안정세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강남의 3개 구 및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은 하향 안정세다.

그러나 시장을 세분해 들여다보면, 전반적인 추세는 안정세와는 거리가 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요한 시장 가격 지표가 되는 재건축 가능성도 없고, 최근 지어지는 질적으로 향상된 신형 아파트도 아닌, 그래서 좀더 시장의 이용 가치를 반영하는 시장 가격인, 1990년대 지어진 아파트의 가격 동향이다. 서울시 전체의 경우 이러한 1990년대 입주 아파트의 가격이 2006년 이후 2008년 7월까지 2년여 동안 60% 가까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특히 강북 3개 구의 1990년대 입주 아파트의 경우는 같은 기간 100% 가까이 상승했다. 결국 강북 3개 구의 2000년 이후 누적 상승률은 강남의 누적 상승률을 추월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2006년 말 이후의 변화는 종부세와 대출 규제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전반적인 시장의 안정이 아니라 풍선 효과의 형태로 나타났지만 종부세 시행과 대출 규제는 최소한 주요 관심 시장의 안정세에는 분명히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가격의 하락세를 유도해야 하는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중산층과 서민의 주거 소비의 대상이 되는 중·저가 아파트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며, 그 속도가 과거 노무현 정부 시기 강남 및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 추세를 초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안정세를 말할 수 있을까? 경기 둔화, 금리 인상, 강력한 부동산시장 규제에도 중산층의 주택 가격은 치솟고 있다. 그것이 실수요와 공급 부족의 효과가 아니라면 종부세와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발생한 풍선 효과, 그리고 그 풍선 효과의 근원이 되는 넘쳐나는 유동성의 문제일 수도 있다. 두 가지 모두 불안한 요인이다.

장기적인 시장 안정을 위해 생산자와 투자자의 기능을 인정해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장기적인 시장 안정을 이루어야 한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공급 확대를 동반하지 않는 수요 관리 정책의 갑작스런 완화는 시장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러한 시장 불안은 문제될 것이 없다. 끝까지 참아낸다면 중·장기적인 주택 공급 확대로 이어져 결국은 1990년대 중반과 같은 시장 안정을 이루게 될 테니까. 그러나 걱정스러운 부분은 공급 확대가 현실화되기 이전의 단기적인 시장 불안 상황을 이겨낼 정부가 우리나라에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급 관련 규제 완화가 우선, 수요 정책은 그 다음에

노무현 정부 시절에 배운 중요한 교훈은 국민적인 정서의 중요성이다. 그것이 의도적으로 고양된 것이든 국민의 내재된 정서이든 상관없이 대다수 국민이, 부동산시장에서 소수가 부를 축적하는 것을 참아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종부세라는 어찌 보면 징벌적인 조세 부담을 2%라는 소수가 질 뿐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정서다. 그런 국민적인 정서를 다독이며 부동산시장의 규제 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현 정부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다. 섣부른 규제 완화가 시장 불안 특히 강남 혹은 버블 세븐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치게 한다면 그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동산시장의 정상화가 다시 후퇴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정상화의 속도와 수순에 대해 조금은 더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급의 확대에 필요한 재건축 규제의 완화가 우선되어야 함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공급의 확대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주요한 수요 관리 수단의 완화에 대해서는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거의 시장 변동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분명히 종부세와 양도세 그리고 특히 대출 규제의 가격 변동에 의한 영향이 컸다. 그만큼 완화에 따른 영향도 클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활성화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먼저 손대고 싶은 대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요한 사항은 국민적인 정서를 다독이며 가지 않는 한은 아무리 완벽한 논리도 소용이 없다는 점이다. 조금은 완급을 조절하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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