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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 앞에 고개 숙이는 우리들의 대중문화

연예기획사 비리 사건 때문에 ‘한류 스타’들의 이미지도 추락 창의성·기발함 발휘하기보다 ‘눈치’ 보는 풍토 낳을 수 있어

김원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ㅣ 승인 2008.08.26(Tue) 16: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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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사의 방송사 PD 금품 로비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요즘 연예계의 핫이슈인 동시에 다른 모든 이슈를 잠재운 대형 사건이다. 지난 8월1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문무일)는 유명 방송작가까지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수사가 방송계 전반으로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타이밍이 예술이다. 옛날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듯해도 분명 정교해졌다. 한류 열풍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드라마가 끝내 못 이룬 숙원 사업, ‘사전 제작’의 흔적까지 보인다. 사실 많은 이들에게 ‘개봉 기대작’이었다. 왜 안 나오나 했다. 딱 이럴 때 들어맞는 ‘와꾸(틀)’가 제대로 터졌다. 역시나 동네북 신세인 가요 및 오락 프로그램 부문이 먼저였다. 지상파 국장급은 물론 지방 방송국과 연예기획사들을 이 잡듯 뒤지고 있다.

공중파 방송 3사의 CP급 이상 국장급 수준의 고위 관계자들도 줄줄이 소환 대상이다. 또 유수의 연예기획사 대표를 비롯해 수많은 실무자들은 검찰측 조사와 소환 통보를 피해 회사에도 나오지 못하고 잠적해 있는 상태다.

검찰은 또 최근 정상급 연예인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이하 큐브)와 DSP엔터테인먼트(이하 DSP), YG엔터테인먼트 등에 대해 추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대상 업체는 팬텀과 도너츠미디어에 이어 5곳 이상으로 늘었다. ‘스타 제조기’들의 연이은 소환으로, 그들이 키워낸 ‘한류 스타’들의 이미지도 치명상을 입게 되었다.

기획사를 ‘비리의 온상’으로 보고 ‘범죄 소탕’ 분위기 띄워

6월 말에 혐의를 ‘포착’한 뒤 8월 초 베이징올림픽 개막과 함께 ‘구속’까지 이어졌다. 대다수 방송국 거물급 PD들은 출국금지된 상태다. 수사 초반에 이미 PD와 연예인, 기획사의 실명이 거침없이 공개되었는가 하면, 세세한 ‘범법’ 내역까지 일목요연하다.

올림픽 중계방송으로 가뜩이나 편성이 뒤죽박죽인 요즘이다. 방송의 대다수를 베이징에서 담당하고 있다. 가요 프로나 오락 프로는 몇 주째 하는지 마는지도 모르는 터라 ‘펑크’에 대한 압력이 상대적으로 덜할 시기다. 각 방송국의 스케줄과 국민의 ‘볼 권리’까지 감안한 절묘함이다.

연예기획사는 인기와 돈을 좇는 기업이다. 실체 없고 막연하지만 분명히 수익과 대박이 발생하는 ‘인기’를 기획하고 창출하는 사업이다 보니 당연히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 대중은 일단 자주 얼굴이 비치고 수시로 들려오는 노래를 선호하게 된다는 그 세계의 ‘철칙’까지 가세하면, 수단·방법을 가릴 것 없이 무조건 방송을 많이 타게 만들어야 한다. 그 길 닦기 작업이 연예기획사의 주된 업무다. 방송사 PD와의 ‘안면’ 이상의 친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PD 입장에서도 어차피 ‘물량’을 대주는 파트너이다 보니, 연예기획사가 발굴하고 관리하는 연예인을 쓰는 것이 손해날 일은 없다. 굳이 금품 수수 따위가 아닐지라도, 어차피 이들은 공생 관계이기에 적당한 ‘기름칠’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예전에 나온 한 휴대전화 광고의 카피처럼 ‘걸면 다 걸리는’ 동네인지라 이 태풍을 피해갈 장사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거론된 이들이 무결하고 무고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물론 문제가 많다. 그들은 분명 대중 앞에 떳떳하지 못한 잘못을 저질렀다. 돈의 대가로 특정한 누군가를 스타로 띄웠고, 대중이 다양한 연예인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면서 몇몇 사람이 독식하는 체제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어느 정도 관례화되어 있는,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 세계의 습속을 ‘범죄 소탕’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분위기는 마치 ‘범죄와의 전쟁’을 방불케 한다. 검·경의 인원 확충도 없는데 유독 방송과 언론계에서 ‘대형사건’이 꼬리를 문다. 정작 ‘우리 동네’의 방범이나 민생 치안에 구멍은 안 뚫렸는지 불안하기까지 하다.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MBC <PD수첩> 사건, 방송사 PD 로비 사건이 한 축으로 나란히 엮이면서, 마침내 그 동네는 ‘물갈이’가 되고 있다. 노를 놓친 사공은 곧이어 범법자가 되는 새로운 공식이 탄생 중이다. 이미 방송계와 연예계 전체에 치명적인 도덕적 흠집을 내는 데 ‘성공’했으므로, 소기의 목적을 거둔 셈이다.

‘법’ 앞에 얼어붙는 한류, 퇴보의 수순 밟게 만들지도

연예기획사는 지난 세월 동안 나름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엄연한 사업으로 자리를 굳힌 지 오래다. 연예기획사와 방송사의 결합이 수도자와 성직자들처럼 ‘청렴결백’할 리는 없다. 몇몇 회사가 몇몇 PD를 뇌물로 ‘포섭’했다고 해서 대중문화계 전반이 썩어 문드러지지는 않는다. 현 상황의 문제는 ‘과거’에서 죄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중문화계의 자정(自淨) 능력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예계에는 연예계 나름의 법칙과 구조 조정이 있다. 정부와 검찰은 현재 대한민국 연예계에 청교도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그 바닥을 근본적으로 ‘관리’하려 하고 있다. 연예계의 ‘권력’이라면 오직 대중의 인기뿐이다.

인기와 자율이라는 안전판이 있을 때 그 위에서 마음껏 줄을 타고 장기를 뽐낼 수 있다. 모든 ‘청탁’과 ‘로비’를 근절하겠다는 명분 하에 ‘법’이 명줄을 쥐고 관리·감독하는 한, 연예계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문화의 기조가 창의성 혹은 기발함이 아니라 ‘준법’으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언제는 문화만이 21세기의 자원이라며 문화 역군으로 치켜세우더니, 이제는 천하 잡놈 사기꾼들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정부가 연예기획사의 웬만한 활동에 제동을 걸지 않았던 것은, 규제가 들어가는 순간 창조의 싹을 죽일까 염려해서였다. 그 덕에 한류는 자랐다.

처벌과 징계로 인한 ‘정화’라는 익숙한 플롯은 곧 자기 검열로 이어진다. ‘눈치’ 보는 순간 문화는 퇴보한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의 도약을 꿈꾸는 ‘한류’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연예인, 야간 업소에서 도대체 얼마나 벌까

 

검찰이 지난 7월28일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로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밤무대에 서는 연예인들의 출연료 일부가 공개되어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검찰과 일부 언론에 따르면, 하룻밤 출연료로 △신정환 4천50만원 △김건모 3천5백만원 △이승철 3천만원 △조성모 2천3백만원 △김종국 2천만원 △현영 1천8백만원 △백지영·코요태 1천7백만원 △탁재훈·MC몽·하리수·채연 1천6백만원 △전인권·박상민·마야 1천5백만원 △구준엽 1천3백만원 △장윤정 1천만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대관·태진아·설운도·강수지·남진·최성수·김완선 등 중견 가수들도 한 번 출연하는 데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그맨인 강호동·박명수·조혜련 등도 수백만원 씩 받는다는 후문. 이에 대해 연예인들은 “너무 부풀려졌다”라고 볼멘소리를 낸다. 어쩌다 한 번 많이 받은 출연료를 갖고 매번 거액을 받는 것처럼 과장되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 월급쟁이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돈벌이인 셈이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의 밤무대 출연료는 어떻게 책정되는 것일까. 물론 1순위는 현시점에서의 인기도다. 인기가 많을수록 자연히 몸값도 뛰게 된다. 또한 유흥업소의 규모에 따라서도 금액에 차이가 난다. 여기에 출연해야 할 업소가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시간과 교통비를 감안해 출연료에 좀더 얹어주고 있다는 것이 유흥업계 관계자의 설명.

그렇다면 연예인들은 출연료로 받은 돈을 기획사나 브로커 등과 어떻게 배분하고 있을까. 연예계와 유흥업계에 따르면,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들은 통상 절반씩 나눠 갖거나, 60% 이상을 기획사가 더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은 ‘솔로’라면, 출연료를 거의 대부분 자신들이 챙겨간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연예기획사나 ‘솔로’에게 유흥업소를 소개시켜주는 브로커가 개입되었을 경우에는 출연료의 10~20% 정도를 브로커가 챙긴다는 것.

이런 식으로 따져서, 출연료로 1천만원을 받는 연예인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소속사가 있을 경우, 연예인은 4백만원~5백만원 정도를 받는다. 나머지 6백만~5백만원은 기획사 몫이다. 그런데 여기에 유흥업소를 소개시켜준 별도의 브로커가 끼었을 때는 계산이 좀 복잡해진다. 우선 브로커 몫으로 100만~2백만원 정도를 떼고 남은 8백만~9백만원으로 기획사와 연예인이 나눠 갖는다. 그렇게 되면 연예인이 챙길 수 있는 돈은 3백20만~4백50만원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이같은 산정 방식은 어디까지나 통상적인 것이다. 연예인과 소속사 간에 어떤 계약을 맺고 있느냐에 따라 연예인이 챙기는 출연료는 고무줄처럼 더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컨츄리 꼬꼬’ 출신 방송인 탁재훈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흥업소 출연료를 받는다 해도 소속사 몫에 소개비 등을 제하고 나면 실제로 연예인 손에 들어가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제 연예인이 챙기는 출연료는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한 연예인이 밤무대에 오르려면 기획사나 브로커 등 ‘딸린 식구들’도 챙겨야 한다. 그럼에도 방송 출연이 ‘본업’인 연예인에게 밤무대 출연은 ‘부업’이 아닌 실질적인 ‘본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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