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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몸이 만드는 공포의 마약’ 운동 중독

노진섭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08.09.01(Mon) 14: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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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중독 증세로 건강을 해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운동 중독,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시사저널 황문성



“운동 중독은 마약 중독보다 더 나쁘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국민체력센터의 정동춘 운동처방실장은 운동 중독의 심각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운동은 무조건 좋을 것이라는 인식에 가려 운동의 역기능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실장은 “운동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희열을 느끼게 된다.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성취감이 운동을 반복적으로 하도록 만든다. 이때부터 운동 중독 증세가 생긴다. 이 희열을 맛보기 위해 점점 강도 높은 운동을 하게 되며 자신의 운동 능력 이상으로 운동을 하면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실제 전세계적으로 조깅 붐을 일으켰던 미국의 조깅 전문가 제임스 픽스는 1984년 조깅 도중 사망해 세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운동 전도사를 자청했던 개그맨 김형곤씨도 2006년 축구 시합에 이어 조깅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마치 마약 중독과 같다. 오히려 운동에 대한 경계심이 없는 만큼 마약보다 더 쉽게 중독의 늪에 빠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운동 중독이란 운동을 하지 않으면 초조하거나 불안해지는 증세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의 뇌리에는 ‘운동=건강’이라는 공식이 각인되어 있어 운동 중독의 심각성을 드러내놓고 문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운동 중독을 단순한 증세 차원을 넘어 질병으로 확대해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강신욱 단국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운동 전문가라는 나 자신도 운동은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김형곤씨 사망 후 운동의 이면을 살펴보기 시작하면서 운동 중독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에 웰빙, 몸짱 열풍과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운동 인구가 부쩍 늘었다. 그러나 운동 인구 중 상당수가 운동 중독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강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 1천1백21명 중 운동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7.4%(83명)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06년 국민 생활체육 활동 참여 실태 조사’의 결과를 보면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4.1%가 주 2회 이상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조사를 종합하면 전체 국민 중 운동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약 1백6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 100명 중 3명은 운동 중독자인 셈이다.

전체 국민 중 운동 중독 증세 보이는 사람은 약 1백63만명

운동의 순기능은 심폐기능 강화, 혈액 순환 강화 등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렇다면 역기능인 운동 중독의 폐해는 얼마나 심각할까? 가장 눈에 띄는 운동 중독의 특징이 심리적 불안과 강박관념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운동에 매달리는 것이다. 실제 고등학생 김영민군(20)은 잠을 설칠 정도로 심각한 운동 중독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키 1백76cm에 몸무게가 92kg인 김군은 50일 전부터 살을 빼기 위해 걷기와 줄넘기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저녁 식사 후 2시간 정도 운동하면서 40여 일만에 79kg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요즘 운동 중독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김군은 “걷기 40분, 줄넘기 2천회 이상은 꾸준히 한다. 이를 넘기지 않으면 공부나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잠도 오지 않는다. 심지어 잠을 자도 무한정 살이 찌거나 운동하는 꿈만 꾼다. 조만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생각이다”라며 운동 중독으로 인한 수면 장애를 호소했다. 삶의 행복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오히려 독이 된 경우다.

운동 중독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격한 운동으로 인한 부상을 한두 번쯤 경험한다. 그럼에도 운동을 멈추지 못하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남성의 경우는 운동 중 경쟁 심리가 강해서 마치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처럼 운동 조절 능력을 상실한다. 25년 동안 테니스를 즐기고 있는 김석근씨(58)는 수년 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테니스 엘보’ 증세가 악화된 후에야 운동 강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테니스 엘보는 팔꿈치 관절의 인대와 근육이 긴장한 상태로, 심할 경우 스테로이드제로 치료해야 한다. 그는 매일 새벽과 저녁마다 테니스를 쳤고, 주말에도 등산으로 체력을 다졌다. 등산을 마친 후 피곤이 몰려와도 틈만 나면 테니스를 즐겼고, 술을 마시고도 운동을 빠뜨리지 않았다. 김씨는 “운동 후 샤워할 때 쾌감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 테니스를 과도하게 즐기다 보면 ‘테니스 엘보’에 걸릴 수 있다.
ⓒ시사저널 황문성

그 맛에 시쳇말로 피곤으로 초죽음이 된 상태에서도 테니스 라켓을 들었다. 테니스 자체가 격한 운동인 데다 젊은 사람들과 경쟁적으로 시합을 하다 보니 엘보 증세가 나타났다. 그러나 운동을 멈출 수 없어 탄력 붕대를 감고 테니스를 쳤다. 잘못하면 팔꿈치를 전혀 못 쓰게 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격하게 운동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라고 전했다. 운동 중독은 여성에게도 똑같이 나타난다.

운동 중독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운동의 강도를 높이는 공통점을 보인다. 회사원 박희선씨(36·여·가명)는 운동 종목을 늘려가다 결국 남성도 하기 힘들다는 철인 3종 경기 대회까지 출전했다. 그녀는 10년 전 취미 삼아 수영을 시작했다가 7년 전부터는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해 체계적으로 마라톤 주법을 배웠다.

10km와 하프 코스는 물론 풀코스까지 여러 차례 완주했다. 내친 김에 사이클까지 배워 2002년부터는 철인 3종 경기 대회에 출전했다. 박씨는 “운동은 중독성이 있어서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뭔가를 빠뜨린 느낌이 든다. 아무리 피곤해도 운동을 해야 하루를 마칠 수 있다. 귀가시간이 밤 12시든 1시든 꼭 운동을 했다. 주중에는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수영을 하고 주말에도 하루 종일 운동을 했다. 친구들이 나를 만나기 위해 집이 아니라 헬스클럽으로 올 정도였다. 운동 강도를 높이다가 결국, 철인 3종 경기 대회에도 출전하고 올림픽 코스(수영 1.5㎞, 사이클 40㎞, 마라톤 10㎞)보다 긴 킹(king)코스(수영 3.9㎞, 자전거 1백80.2㎞, 마라톤 42.195㎞)도 3차례 완주했다. 현재는 출산으로 운동을 하지 못하지만 곧 운동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뭔가 빠뜨린 느낌이 든다”

의사와 스포츠 전문가들이 운동 중독을 질병으로 확대해 해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대인기피 증세 때문이다. 직장인 송훈씨(42)는 퇴근 후 운동할 생각에 아침 출근 직후부터 초조해진다고 한다. 3년 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마라톤을 시작한 그는 점점 마라톤의 매력에 빠져 하루 3~4시간씩 1주일 내내 달리기에 매달렸다. 송씨는 “일주일 동안 적어도 100km를 달려야 안심이 된다. 온몸의 모공이 열리면서 땀을 흘릴 때 희열을 느낀다. 이 때문에 친구들과의 만남은 되도록 미루게 되었고 사람 만나는 일이 달갑지 않았다.

이런 심리를 달래기 위해 더욱 마라톤에 전념했다”라고 털어놓았다. 본래 평발로 고생하던 송씨는 운동으로 발목에 심한 무리가 생기는데도 얼음 찜질까지 해가며 마라톤을 했다. 결국 발목 부상이 심해져 최근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야 달리기를 멈추었다. 운동 중독으로 인한 대인기피 증세는 축구와 같은 단체 운동이든 달리기와 같은 개인 운동이든 상관없이 발생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운동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동 중독자들은 운동으로 심리적 부담과 육체적 부상이 생겨도 건강만큼은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맹신하기 때문이다. 국민체력센터의 정실장은 “건강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문제다. 예를 들어 운동량이나 운동 시간이 건강을 지켜줄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다. 1시간이 적당한 운동량인 사람이 1시간30분 동안 운동하면 30분만큼 운동 효과가 더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또, 1kg의 아령을 들면 알맞은 사람이 3kg을 들면 2kg만큼의 운동 효과를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운동으로 고통스러운 고비를 억지로 참으면서 운동량이나 운동 시간을 늘린다. 운동을 하면 힘이 들어 고통이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러너스 하이라는 희열을 느끼기 직전인데, 이 지점에서 멈추어야 한다. 건강을 위한 운동은 기록을 세우거나 경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고통스러울 때 멈추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운동 중독은 삶의 질까지 황폐화시킨다. 적당한 운동과 달리 운동 중독은 삶의 질의 향상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단국대 강교수는 “운동중독에까지 빠지면서 하는 운동이 주관적 삶의 질과 객관적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해보았다. 주관적 삶은 개인의 건강과 행복을 뜻하며, 객관적 삶은 대인관계 등 사회 적응성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 주관적 삶에는 다소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객관적 삶에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결국 전체적인 삶의 질이 운동으로 좋아졌다고 볼 수 없다. 적당한 운동과 과다한 운동의 차이는 이렇게 크다”라고 설명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운동 조절 능력 키워야

운동 중독은 육체적인 건강까지 해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나재철 대구보건대 건강다이어트과 교수는 “운동은 영어로 exercise인데 이는 심박 수, 혈압, 체온 등 생체 내부의 균형을 깨뜨린다는 뜻이다. 운동은 신체적·심리적인 스트레스인 셈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신진대사에 촉매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운동이 지나치면 스트레스가 강해져서 생체 균형이 깨진다. 이때 부신피질에서 코티졸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과잉 분비되어 면역 기능도 떨어뜨린다. 또 동반하는 증상 중의 하나가 먹어도 계속 허기지는 느낌이 들어 식욕이 증가하 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방을 분해하지 않고 내장에 쌓아둔다. 여성이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데도 살은 더 찌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나교수는 또 “철인 3종 경기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경기 후 다양한 병적 증세를 호소했다. 고열, 지속성 근육통, 인후염, 기침, 재채기, 뇌염, 코감기, 인플루엔자, 헤르페스(단순포진), 결막염, 진균증, 힘줄염,귀의 염증, 불면증, 관절 고통, 무력감, 식욕부진, 기분의 갑작스러운 변화 등이다. 프로 선수들도 과다한 운동으로 병적 고통을 받는데, 이들보다 덜 훈련된 일반인이 과다한 운동으로 겪게 될 근골격계 질환과 면역학적 고통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운동 중독으로 감기 등 감염에 대한 감수성 증가, 피로 유발, 유해 활성산소의 과다 생성, 노화 촉진, 면역기능 억제, 에너지원 고갈, 근육의 협응 기능 감소, 돌연사 조장 등이 발생하며 심한 경우 사망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경고했다.

운동 중독을 비켜가기 위해서는 운동 조절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한다. 과하다 싶을 때 운동을 멈출 수 있는 조정 능력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장은 “운동의 목적이 건강이라면 1주일에 최소한 2일은 휴식을 취해야 한다. 스포츠 게임을 즐기기 위한 운동일지라도 운동과 휴식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하루는 강한 운동을 했다면, 다음 날에는 약한 운동을 하는 등 강약 조절도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흔히 운동을 식사에 비유한다. 배부를 때 그만 먹어야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운동에도 통한다.


나는 운동 중독인가?(자가 진단표)
※ 문항당 정도에 따라 1~10점까지 부여하세요.

 

*161~200점
운동 중독.
전문가와 상담 필요.
*121~160점
운동 중독 후보.
*81~120점 정상.
*41~80점
약간의 풀어진 신체 상태.
*20~40점
극도의 풀어진 신체 상태.

1. 운동은 나에게 매우 중요하며, 내 일생의 남은 시간 동안 운동하는 것에 긍정적이다. 운동을 못하는 날은 희망이 없다. 매일 운동을 해야 한다.

2. 만약 내가 오늘 해야 할 운동을 다하지 못했다면 난 내일 2배로 할 것이다.

3. 운동하기 전까지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

4. (운동으로 인한) 약간의 고통은 참아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5. 만약 2알의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이 효과적이라면 4알을 복용하는 편이다.

6. 워밍업과 쿨다운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시간상 본 운동 중심으로 한다.

7. 가능한 한 강도를 높여주는 것이 좋다.

8. 매일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

9. 운동의 질보다 많은 시간 운동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0. 나는 내가 지난달에 얼마나 뛰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11. 마라톤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진정한 러너가 아니다.

12. 지금까지 해온 마라톤보다 현재 더 심각한 러너다.

13. 휴식은 약자를 위한 것이지 강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14. 운동하는 동안 생기는 불편함은 운동의 방해 요인이 아니다.

15. 내 친구들은 모두 운동을 즐기며, 나는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과 친구가 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16. 운동으로 인해 야기된 많은 고통은 운동으로 없앨 수 있다.

17. 만약 티셔츠의 스포츠 로고가 자랑할 만한 것이 못되면, 그것은 내가 입고 싶어하는 티셔츠가 아니다.

18. 나의 운동 이야기를 남들이 듣기 싫어한다면, 그것은 그들이 선천적으로 운동에 약하기 때문이다.

19. 만약 사소한 부상 때문에 스포츠 전문가가 내게 운동을 중지할 것을 권고한다면 나는 차선책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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