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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싸움에 원내 대표만 ‘죽을 맛’

국회상임위원회 위원장ᆞ위원 인선 마무리…핵심 상임위 놓고 여야 안팎에서 치열한 신경전 펼쳐

김영화 (한국일보 기자) ㅣ 승인 2008.09.01(Mon) 15: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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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오 국회의장이 18대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된 의원들을 만나 성공적인 국회 운영을 당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8월26일 본회의를 열어 18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의원들에 대한 상임위 배정을 완료했다. 이날 확정된 상임위 배치표를 사전에 얻기 위한 정부 부처와 공기업, 공공 기관, 대기업 등의 움직임은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며칠 전부터 대외협력 업무를 맡은 담당자들은 평소 친분이 있는 의원과 보좌관, 취재기자 등에게서 들은 입소문을 바탕으로 상임위 배치표의 공란에 퍼즐 꿰맞추듯 의원들의 이름을 채워나갔다. 이는 2년마다 국회 상임위가 새로 짜일 때 국회 주변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자기와 관련된 상임위에 어느 의원이 배정되느냐에 이토록 민감한 것은 그만큼 상임위의 위상이 크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자연히 상임위원장과 알짜 상임위 배정을 둘러싼 경쟁이 국회 안에서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번 상임위 배치는 지루했던 정당 간 샅바 싸움과 각 당 내부에서의 자리 싸움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나온 결과물이다.먼저 여야는 상임위원장 배분 및 상임위 정수 조정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야 했다. 국회가 82일 만에 원 구성 협상을 끝낸 것은 민주당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처리를 고집한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양측의 이해관계가 극과 극을 달렸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18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한나라당은 11개, 민주당은 6개,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 1개를 차지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크게 보면 향후 정국 운영의 키를 쥔 것으로 평가되는 법사위원장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상대에게 양보하면서 협상의 실마리가 풀렸다.

18개 상임위원장 자리, 한나라 11, 민주 6, 선진ᆞ창조 1개로 정리돼

그 다음에는 각 당마다 누가 상임위원장이 되느냐가 문제였다. 상임위원장은 통상 3선 이상 중진이 맡는다. 상임위원장은 매달 1천만원가량의 판공비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부처 장관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상임위원장이 만나자고 하면 관련 부처 국·실장이 언제든 국회로 달려올 정도로 위상도 크게 높아진다. 이러니 거대 여당이 되면서 3선 이상이 즐비한 한나라당 내 상임위원장 경쟁이 더 치열한 것은 당연했다. 이병석 의원은 당초 지식경제위원장을 희망했다가 해당 상임위가 원 구성 협상에서 야당 몫으로 넘어가자, 다시 행정안전위로 방향을 틀었고, 이마저도 당내 조정 과정에서 국토해양위원장으로 바뀌어 최종 낙점되었을 정도다.

상임위 경쟁이 치열해 의원들이 쉽게 양보를 하지 않는 탓에 조정 권한을 가진 원내대표가 수난 시대를 맞았다. 한나라당의 경우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자리를 두고 남경필·박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자리를 두고 고흥길·정병국, 정보위원장 자리를 두고 최병국·권영세 의원이 경합해 결국 경선을 치러야 했다. 더구나 원내대표단이 내정한 남경필 의원을 제치고 박진 의원이 경선에서 이기는 이변도 벌어져 홍준표 원내대표가 체면을 구겼다. 민주당도 홍역을 치렀다. 지식경제위원장 자리를 놓고 정장선·이종걸 의원이 경합했는데 원혜영 원내대표가 막판에 정의원의 손을 들어주자, 이의원이 “지난 선거 때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냐”라면서 보도자료까지 내고 반발했다.

열여덟 자리였던 상임위원장 배분은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국회의장을 제외한 2백98명의 의원 전원을 개인의 전문성과 선호, 선수, 정기국회 전략 등의 복잡한 요인을 고려해 상임위별로 배치하는 것은 더 험난했다. 더구나 올해 상임위 배정은 “역대 국회 가운데 가장 탈도 많고 말도 많았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조정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올해 특징 중 하나는 인기 상임위에 대한 쏠림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법사위, 환경노동위, 농수산식품위 등 일부 비인기 상임위의 정원이 채워지지 않아 원내 지도부가 일부 의원들을 상대로 막판까지 설득 작업을 벌이느라 진땀을 뺐다. 민주당도 한 달 전 상임위 신청을 접수한 결과 법사위에 박영선 의원 한 명만 지원하는 등 편중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물론 그 사이 상당 부분 상임위 조정이 이루어졌지만, 의원 한두 명이 막판까지 불만을 제기해 국회 본회의 하루 전날인 25일 밤에야 명단을 확정할 수 있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원 구성에 합의한 다음 날 원내대표단이 밥을 먹자고 하기에 나갔더니 식사 도중 한숨을 쉬면서 법사위 얘기를 꺼내더라”라고 전했다.

원내대표단이 얼마나 몸을 낮췄는지 보여주는 일화다. 실제로 원내대표단은 자진해서 비인기 상임위로 가는 모범을 보여야 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와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환노위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비교적 지원이 뜸했던 국방위로 갔다. 국방위는 전통적으로 외교통상통일위와 함께 ‘상원’으로 불렸으나 이번에는 비인기 상임위라는 소리를 들어 이변으로 통한다.

반면 국토해양위, 교육과학기술위 등은 문전 성시를 이루었다. 전통적으로 지방 출신 의원들은 도로 건설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에 유리한 국토해양위에 가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에는 뉴타운 공약 등을 위해 서울 지역 의원들까지 대열에 가세했다. 민주당의 경우 8명이 정원인 국토해양위에 30명가량이 지원해 최대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특목고 유치 등을 노린 의원들이 교육과학기술위로도 몰렸다. 한나라당 초선 21명은 돈줄을 쥔 예결특위로 갔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초선 의원들까지 나서 지역구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경우 막판까지 개별 의원들에게 상임위 배정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원내대표단에 “한 번 만나자”라는 제의가 쇄도했고, 홍준표 원내대표,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와 연락이 닿지 않아 애가 탄 일부 의원들은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집에까지 찾아갔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홍준표 원내대표가 상임위 배정을 최근 당내에서 제기된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라는 루머까지 돌았다.

국감 전략에 따라 ‘전투력 있는’ 의원 배치하기도

상당수 지명도 있는 의원들은 국감 전략에 따라 당초 신청을 접어야 하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17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에 있었던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이번에도 처음에는 보건복지가족위를 신청했으나 막판에 행정안전위로 옮겼다. 어청수 경찰청장과 일합을 겨룰 전투력 있는 의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교육위를 희망했던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도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간사로 배치되었다. KBS 사태, 방송 민영화, 방통 융합 문제 등을 다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가 어느 상임위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야의 원내전략을 맡는 한나라당 주호영·민주당 서갑원 원내수석 부대표가 나란히 배치된 것도 양당이 생각하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비중을 짐작케 한다. 특히 민주당이 천정배·최문순·전병헌·서갑원·장세환 의원 등 전략적으로 강성 의원들을 배치하고, 한나라당도 강승규·안형환·진성호 의원 등 패기 넘치는 친이명박계 신인 의원들을 포진시켜 일대 격전이 예상된다.

물론 이전보다 일부 진일보한 측면도 있었다. 가령 한나라당은 장윤석(법사위)·황진하(외통위)·최경환(기획재정위)·김기현(지식경제위)·안홍준(보건복지가족위)·나경원(문체관광방통위) 의원 등 당 정조위원장단을 관련 상임위 간사에 포진시켰다. 집권 여당답게 정책 대결을 펴겠다는 의미다. 상임위의 전문성 제고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보건복지가족위의 경우 24명의 위원 가운데 의료계 출신이 7명으로, 17대 때 4명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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