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30년 먹을 ‘곳간’ 지어라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8.09.0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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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후를 위한 재테크 전략, 젊어서부터 탄탄하게 짜야 연금저축 상품에 우선 가입하고 투자형 상품으로 자산 증식
ⓒ시사저널 임영무

넌 노후 대책이 뭐야?” “뭐, 특별한 거 있나, 국민연금이나 타먹으면서 살면 되지.” 그야말로 노후에 대한 노(NO) 대책이다. 게다가 노후 대책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느니 하면서 불안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어떻게 할 방도를 찾지도 못하고 있다. 노후를 대비해 내놓은 금융상품들이 있지만 도대체 뭐가 뭔지 복잡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로또 복권에 황혼의 운명을 내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오는 2020년에는 남자는 77.5세, 여자는 84.1세까지 살 것이라고 한다. 교통사고를 비롯해 의외의 변을 당해 숨지는 사람들을 감안하면 남자든 여자든 평균수명을 90세 가까이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평균 퇴직 연령은 남자가 55세, 여자가 44세다. 퇴직 후에도 최소한 25~30년 정도 먹고살 수 있도록 곳간을 미리 채워놓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피델리티 자산운용’이 최근 서울대 은퇴 설계 지원센터(최현자 소비자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조사한 ‘은퇴 준비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가계의 은퇴 이후 연간 소득은 은퇴 직전의 4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은퇴 이후 필요한 예상 생활비는 은퇴 직전 소득의 62%. 은퇴 이후 실제 소득과 필요한 소득의 격차가 21% 포인트에 달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은퇴한 이후에는 버는 돈보다 써야 할 돈이 21%나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 부족한 생활비는 어디서 충당할 것인가. 그렇다고 자식들에게 ‘공양’을 바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자력으로 살아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따라서 노후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건강에 경제적 여유까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재테크 전문가인 김석한 비베스트 대표는 “빚이 있는 경우에는 4-4-2 법칙을, 빚이 없을 때는 4-6 법칙을 활용하라”라고 강조한다. 4-4-2 법칙은 소득의 40%는 빚을 갚는데, 또 다른 40%는 생활비로, 나머지 20%는 저축을 하라는 것이다. 4-6 법칙은 소득의 40%를 생활비로, 나머지 60%는 투자하라는 것이다.

국민은행 공성율 재테크 팀장은 “자신의 금융 자산을 적절히 배분하는 방법 가운데 ‘100-나이’ 법칙을 활용해보는 것도 괜찮다”라고 조언했다.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수치만큼의 비중을 주식이나 채권, 펀드 상품 등과 같은 투자 자산으로 운용하고, 나머지 나이에 해당되는 비중은 입출금 통장, 정기 예금이나 적금, MMF(만기 30일 이내의 초단기 금융 상품) 등과 같은 현금 자산과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 같은 보험 자산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가령, 30대 사회 초년생이라면, 자신의 금융 자산 60~70%는 투자 자산에, 나머지 30~40%는 현금 자산과 보험 자산으로 배분하면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젊을수록 공격적으로 운용해서 자산 증식을 꾀하고, 나이가 들수록 지출이 많아지는 것을 대비해 현금 자산 비중을 높이는 전략인 것이다.

2030 시기-연금 저축 상품에 가입하라

그렇다면 얼마나 모아야 그나마 추레하지 않는 노년을 보낼 수 있을까. 한때 ‘10억 만들기’ 열풍이 분 적이 있다. 최소한 10억원 상당의 재산을 갖고 있어야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금융가에서는 노후 자금으로 7억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달 생활비로 1백10만원에서 1백90만원 정도 들어가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후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연령대별 노후 대비책을 소개한다.20대는 소득의 50% 이상은 무조건 저축한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앞으로의 재테크를 위해 종자돈을 마련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이 시기에는 결혼 자금과 전세·주택 구입 자금도 필요하다. 특히 노후 대비를 위한 장기적인 재정 플랜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은행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는 안정 지향적인 재테크 성향을 띤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고, 목돈 마련 계획이 있으면서 실제로는 장기 주택 마련이나 적금형·금리우대형 상품을 선호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우선 안정적으로 연금저축 상품에 가입할 것을 주문한다. 가입 시기도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하다. 연금저축 상품으로는 세금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연금보험과 연금신탁, 연금투자신탁, 뮤추얼 펀드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 다음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 투자형 상품을 통해 자산 가치를 증식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3040 시기-투자형 상품에 주목하라

자녀 교육에 대비하는 자금을 마련하고, 질병과 사고를 대비할 수 있는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시기다. 여기에 집 평수를 늘리기 위한 재테크 전략과 부채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 하는 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갈수록 늘어나는 조기 은퇴를 대비해서라도 노후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30대라면 투자형 상품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현재 출시된 투자형 상품으로는 연금펀드와 수익률이 높은 변액유니버셜·변액연금 상품 등이 있다. 연금펀드는 연 3백만원까지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수수료도 저렴한 편이지만, 향후 연금소득세를 내야 한다. 변액유니버셜과 변액연금은 처음에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10년 이상 납입하면 비과세 해택을 볼 수 있다.

만약 유능한 재무 설계사의 조언을 받을 수 있다면, 연금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적당하고, 그렇지 않다면 변액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장기적인 부동산 투자를 통한 재테크로 노후를 대비할 수도 있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향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30대가 노년기로 접어드는 30·40년 후에 우리나라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혹시라도 인구 감소로 인해 부동산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한다면 자신이 꿈꾸었던 노후 생활이 어그러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재테크에 성공하면 최종적으로 투자하는 곳이 부동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여전히 부동산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고 있다.

4050 시기-자녀 교육비 따로 준비하라

3040시기에 노후 생활을 준비해왔다면, 4050에는 노후 플랜을 재검토할 때다. 혹시라도 이전에 노후 대비가 없었다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기다. 재테크의 가장 큰 목적이 노후 생활 대비에 맞추어져야 한다. 이 시기에 노후를 위한 재테크 방향은 세 가지로 설정될 수 있다. 우선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상품으로는 △주식형 개인연금 △채권형·주식형 적립식 펀드 △연금저축 등이 있다. 주택 확장을 목적으로 한다면 △근로자 서민구입 주택자금 △장기 주택 담보 대출 △모기지론 등이 있는데, 매달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3분의 1을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상해나 질병 치료비가 노후 생활비에서 충당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해보험이나 암보험 등에 가입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소득의 3% 정도가 적당하다는 것. 특히 자녀의 교육비를 따로 준비해두어야 한다. 자녀가 10년 이내에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면, 소득 공제와 7년 비과세가 보장되는 장기 주택 마련 저축이나 펀드, 증권사의 적립식 펀드 등이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그런데 개인마다 소득 수준이 다르고, 금융 자산 현황도 다르기 때문에 각 금융 기관의 재테크 전문가와 우선 상담하는 것이 노후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돈을 불리는 여섯 가지 원칙

종자돈으로 돈을 불리는 재테크 비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재테크에 성공한 이들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노하우가 모든 투자자들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재테크 원칙들이다.

▶ ‘잘 모르는 분야에 절대 투자하지 마라.’ 노후 재테크에도 이 원칙이 적용된다. 지금까지 보험과 예금 또는 적금만으로 집을 장만하고 생활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면 그만큼 잘 아는 보험과 예·적금 위주로 자산을 키워야 한다. 남들이 다 한다고, 혹은 수익률이 높다는 꼬임에 빠져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무작정 투자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 ‘이익과 손실에 신속하게 대처하라.’ 펀드에 수익이 발생했을 때는 먼저 수익이 발생한 근거를 따져봐야 한다. 투자설명서에 명시한 운용 원칙을 확실히 지켜 수익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이거나 특별한 이유로 이득이 났다면 앞으로도 수익이 계속 유효할지 확신할 수 없으므로 환매를 고려해보아야 한다.

▶ ‘펀드 투자! 제발 약관 좀 꼼꼼히 읽어라.’ 대다수의 사람이 판매 사원의 설명만 믿고 투자한다. 하지만 판매사원들은 객관적인 정보를 말해줄 수 없다. 왜냐하면 수수료가 높은 펀드에 손이 가기 때문이다. 또한, 펀드 상품의 설계가 복잡해지면서 판매하는 사람도, 이를 사는 사람도 모르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약관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내용에 대해 꼭 알고 투자하기 바란다.

▶ ‘대출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급한 대출로 인해 금리가 부담될 경우에는 저금리 대출 후 고금리 대출 상환을 통한 부담을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 흔히 ‘대출 갈아타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경우 중도 해지 수수료까지 감안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 ‘교통이 인기 지역을 만든다.’ 교통은 부동산 투자에서 집값·땅값이 오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재료로 꼽힌다. 아무리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길’이 뚫리면 주변 집값과 땅값의 그래프는 위로 올라간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길이 새로 뚫리면 땅값은 개통 직전에 5~10%, 개통 후에 10~20% 오른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 ‘신혼 3년간은 종자 돈 마련에 ‘올인’하라.’ 신혼 3년 동안은 아직 아이가 없고, 있더라도 어리기 때문에 교육비가 들지 않아 목돈이 들어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도 종자돈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종자돈을 모으는 방법은 다양한데,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 가장 좋은 방법은 펀드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참고 자료 <돈을 경영하라> <2030 실전 재테크> <4050 재테크> <신혼 3년 재테크 평생을 좌우한다> <월급만으로 5년에 2억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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