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겁지겁 몸집 불리더니 십리 못가 ‘배탈’ 나나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8.09.2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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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그룹 동아건설 인수 과정 수사 한창 법원의 회생 인가 이전에 대출 승인도 의문
▲ 프라임그룹에 대한 압수 수색을 마친 검찰이 압수 물품을 나르고 있다. ⓒ연합뉴스

비자금 조성 혐의로 프라임그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날이 점차 오너 일가로 향하고 있다. 지난 9월2일 본사 및 핵심 계열사 7곳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단행한 검찰이 불과 보름여 만에 백종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의 사법 처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백 전 사장은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의 친동생으로, 현재 벤처산업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과거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상장 계열사 두 곳으로부터 4백70억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 전 사장의 또 다른 형인 백종안씨도 현재 1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수배된 상태이다. 따라서 그동안 각종 비리 의혹이 꼬리를 물던 프라임그룹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수사팀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측은 언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아직 수사 중이라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프라임그룹의 검찰 조사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대검찰청 범죄정보담당관실이 수집한 프라임그룹 관련 첩보가 벌써 수사팀에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준비를 충분히 했기 때문에 수사 진행이 빠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검찰은 현재 국세청을 통해 프라임그룹의 차명계좌 7~8개를 확보한 상태이다. 이 계좌를 바탕으로 그룹 전체 재정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있었던 프라임그룹의 동아건설 인수 과정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피인수 기업의 주식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인수 자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파산 상태였던 동아건설은 지난 2007년 1월 캠코를 비롯한 11개 채권단이 합의하면서 본격적인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프라임-트라이덴트’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었다.

피인수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인수 자금 마련

이후 프라임그룹의 동아건설 인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 2007년 10월16일 법원은 동아건설의 회생 계획안을 최종 인가했다. 이틀 뒤인 18일 프라임그룹이 인수 대금을 모두 납부하면서 동아건설의 지분 73%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프라임그룹은 당시 5천5백60만주의 동아건설 주식과 무보증 사채 인수 대금으로 각각 2천7백80억원과 3천억원을 지급했다. 이를 위해 (주)삼환, 프라임저축은행, 동아건설 등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우리은행 등 6개 금융기관에서 5천억원을 차입했다”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프라임그룹이 은행권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동아건설 주식까지 담보로 제공했다는 점이다. 법으로 금지된 LBO(차입 매수)를 이용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LBO 방식은 불법이다. 대법원은 한신코퍼레이션(2006년), 전은리스(2007년), 신한(2008년) 등의 사례에서 피인수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한 인수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한 바 있다.

최근 부산지검 특수부 조사를 받으면서 주목을 끌고 있는 동양메이저의 한일합섬 인수 사건 역시 이 LBO 방식이 문제가 되었다. 검찰에 따르면 동양메이저는 지난해 한일합섬 인수에 필요한 자금 3천7백45억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LBO 방식을 사용했다. 이로 인해 동양메이저 추 아무개 대표가 지난 7월 검찰에 구속 기소되었다. 최근에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비슷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기도 했다.

물론 LBO의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놓고 현재 재계와 법조계 간의 논란이 적지 않다. 피인수 회사의 부동산이 아닌 주식까지 LBO 영역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프라임그룹의 경우 동아건설을 인수하면서 자신의 계열사 주식을 함께 담보로 제공해 달리 볼 여지는 있다.

▲ 프라임산업의 강변테크노마트(맨 위). 동아건설산업 회생 및 M&A 체결식에서의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위 가운데). ⓒ뉴시스 ⓒ시사저널 박은숙

은행은 왜 파산 상태 기업 주식 담보로 대출해주었나

프라임그룹 역시 “인수 과정에 문제가 없다. 동아건설 인수 작업은 투명하게 진행되었다. 동아건설 주식이 대출 담보로 제공되기는 했지만, 나머지 계열사 주식도 공동으로 들어가 문제가 되고 있는 LBO 방식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프라임그룹이 동아건설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때는 아직 법원의 회생 인가가 나기 전이었다. 법원이 지난해 10월16일에 회생 인가를 냈고, 대출은 이에 앞서 10월10일에 승인이 났다. 대출 승인에 필요한 기간까지 감안할 때 적어도 보름 이전에는 동아건설 주식이 담보로 제공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이 파산 상태에 놓인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었다는 사실도 의혹을 살만한 부분이다.

프라임그룹측은 “동아건설을 회생시킨다는 조건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법원의 인가가 나기 전에 대출을 받기는 했지만, 예탁금을 거는 등 2중의 안전 장치를 해두었다. 대출 금액도 법원 인가 이후에 받아 문제될 것은 없다”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동아건설 관리인 보고서에 따르면 프라임그룹은 이미 법원 인가 전에 인수 대금을 납입한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회생 계획을 논의한 회의 자료에도 인수 대금의 예치 및 납입 기일은 회생 계획안을 결의하기 3일 전으로 명시되어 있다. 법원이 동아건설의 회생을 인가한 이후에 프라임그룹이 인수 대금을 납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얘기이다.

김종태 M&A포럼 대표는 “상당수 기업들이 그동안 피인수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 비록 인수 기업이 보유한 주식이기는 하지만, 인수 이전에 사용하는 것인 만큼 LBO 방식에 포함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동아건설 소액주주들 역시 검찰의 수사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동아건설의 회생 조치가 논의되면서 자신들이 배제되었다는 이유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항고, 재항고까지 가는 등 한 차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소액주주는 “프라임그룹의 검찰 수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동아건설 인수 과정에서 특혜 등의 문제가 나타날 경우 인수 무효 소송을 통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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