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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춤바람’나는 서울 거리

10월10일 서울세계무용축제 개막… 김포공항, 인사동 등 거리 공연 풍성

김신아 (무용평론가) ㅣ 승인 2008.09.23(Tue) 15: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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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아비뇽 축제의 거리 공연(맨 왼쪽), 콜롬비아 ‘몸의 학교’ 무용단(두번째.세번째), 마지막은 지난해 시댄스 기간에 선보였던 거리 공연.

CF 에서처럼 건물이 아슬아슬한 곡선을 그리며 휘어지느냐고? 그것은 아니다. 눈을 크게 뜨고 잘 살펴보면 건물 사이사이 꼬물꼬물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음악도 들리고 춤도 춘다. 기분 좋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달리다 보면 춤과 음악으로 유혹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올 10월 서울세계무용축제(이하 시댄스)가 지난해에 이어 춤을 싸들고 시민을 찾아간다. 춤추는 도시, 예술가들에게는 다른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하고 시민들에게는 답답한 도시속에서 잠시의 여유를 느끼게 해줄 춤판이 벌어진다. 스쳐 지나가던 일상의 공간이 춤으로 리모델링하는 현장을 목격하는 것이다.

거리에서의 공연은 알고 보면 역사가 짧지 않다. 아비뇽,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에서 부토를 추는 일본 행위예술가, 저글링을 하는 스페인 예술가, 트럼펫을 불며 카페에서 모자를 돌리는 아마추어 뮤지션, 나무로 분장하고 동전을 넣어주면 기념 사진을 찍도록 해주는 자유로운 예술가들이 도로를 점령하고 시민과 관광객을 유혹한다. 시드니를 걷다 보면 한국인 비보이와도 마주치게 된다.

이미 국내외 거리극 예술가들 통해 ‘맛보기’

가까운 일본만 해도 매우 많은 춤꾼들이 거리에 나서고 있는데 일본 열도를 현대무용으로 네트워크하는 JCDN(Japan Contemporary Dance Network)의 ‘춤추러 가자’라는 프로젝트는 전국의 쇼핑몰, 폐공장 등을 가리지 않고찾아다니며 현대무용에 대한 거부감을 씻어버리는 프로그램이다. 스페인의 ‘춤의 날(Dies de Dansa)’ 기간에는 바르셀로나 시내의 각종 건물 로비, 올림픽경기장, 계단, 수영장, 분수대등 모든 공간이 춤추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우리나라에서도 진작부터 창무회를 비롯해 예술 단체들이 수표교, 포스코 등을 찾아가 춤판을 벌였고,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지하철 예술무대에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클래식 기타 동호회, 고등학교 록밴드, 아카펠라 동호회 등을 비롯한 아마추어 예술가들과 전문 무용수들이 시민에게 휴식을 제공한 바 있다.

과천한마당 축제도 내로라하는 국내외 거리극 예술가들을 매년 9월 집중 소개하고 있다. 올해는 강남댄스페스티벌이 민속춤 거리 공연을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행사와 그에 참여하는 프로 혹은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관객들에게 다가가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예술은, 그중에서도 춤은 여전히 관객에게 문턱이 높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무용 축제인 시댄스는 지난 2004년 살사, 메렝게, 재즈 등 스포츠댄스를 통해 홍대 앞, 코엑스 등에서 시민들과 거리에서 어울렸던 것을 시작으로 2005년 일본무용가를 초청해 대학로 신호등, 서울역 등에서 공연하며 제한된 무대공간을 벗어나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시댄스 선발 5팀이 ‘춤추는 도시’ 안무 중

그리고 2007년부터는 ‘춤’이라는 특정 장르가 좀더 편하게, 그리고 좀더 쉽게 관객에게 다가가고 춤에 대한 불편한 오해를 불식시키기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입해 공모(2008년 40팀 지원, 최종 5팀 선발), 심사, 선발 그리고 제작이라는 긴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내놓고 있다.

김포공항, 인사동, 갤러리 등을 비롯해 서울시내에서 다시 한 번 벌어질 올해 춤추는 도시의 안무가 5명에게 시댄스는 평범하지만 쉽지않은 “예술 말고 관객과 놀 수 있는 판을 만들라”라는 주문을 던진다. 거리로 뛰쳐나간 우리예술가들이 넘어야 할 벽은 바로 ‘예술’이다. ‘보고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 한 예술을 해야만 한
다’라는 강박관념에서가 아니라 “우연히 아이하고 바람 쐬러 나왔다가 무용 공연을 처음 봤는데, 의외로 재미있고 좋다. 앞으로 이런 기회들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소박한 희망을 밝히는 시민들과 좀더 가까워지기 위해서이다.

서울에서는 10월10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 호암아트홀 그리고 김포공항, 인사동, 갤러리와 건물 사이 그 어떤 곳에서 시댄스가 마련한 가볍고 경쾌한 춤바람을 우연히 마주칠기회가 생긴다. 익숙한 무기명의 공간에서 마주칠 그들의 춤사위에 어깨짓과 손짓, 눈빛으로 호응해줄 수 있다면 ‘춤추는 도시가 바로 여기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몸으로, 춤으로 긍정적인 삶 배운다
콜롬비아 ‘몸의 학교’ 무용단

 
   

올해 시댄스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체는 콜롬비아의 ‘몸의 학교(엘 꼴레히오 델 꾸에르뽀)’라는 무용단이다. 콜롬비아는 가난과 정치적인 불안으로 인해 반 사회인이 양산되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중남미 현대무용의 선두주자인 안무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알바로 레스트레포(사진)는 몸의 학교 를 설립해 콜롬비아 청소년에게 춤으로 삶을 긍정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몸의 학교’의 아이들은 카르타헤나(Cartagena)에서도 가장 빈곤한 지역 출신들이다. 아이들은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가정 형편이 매우 어렵다. 그들이 태어나 자란 곳은 흔히 ‘카르타헤나 프로푼다(빈민지대)’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 지역에 살고있는 100만명의 주민들 중 70%는 빈민층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몸의 학교는 세르반티노 페스티벌을 비롯해 다양한 축제에서 작품성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KBS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도 2회에 걸쳐 소개된 바 있다.

알바로 레스트레포는 몸의 학교를 설립한 이유에 대해 “몸의 학교를 세운 것은 콜롬비아의 정치, 사회, 윤리와 교육적인 위기감에 대한 나의 대응이다. 또한 고문이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불행한 유년기와 청소년기 학교생활을 보낸 내 자신의 과거에 대한 화해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몸의 학교11년 전 출발했다. 이제 막 10년 과정을 끝낸 첫 번째 졸업생들이 무용 지도자로 교사로 사회에 진입했다.

현재 20~30대인 첫 번째 졸업생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전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해왔고 연기자/해석자, 창조자, 교사 등 3가지의 훈련을 받았다. 몸의 학교의 교육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무용에 대한 교육’과 ‘무용과 함께하는 교육’이다. 첫 번째 과정에서는 재능과 열정을 발견하고, 그 후 무용수/안무가/지자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전문적인 훈련을 제공하는 과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본적인 이론 수업과 무용실습을 겸비한 8년 과정에 2년 간의 대학수준의 과정을 더해 총 10년 과정이다.

제도권 대학과도 협력과정을 맺고 있지만 몸의 학교는 일종의 대안학교이다. 콜롬비아의 오피니언 리더들‘몸의 학교’에 대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일본 정부도 세계은행을 통해 100만 달러 정도의 지원금을 보내매년 1천2백명의 어린이들과 ‘MA; 내 몸, 내 집(MA; my body, my home)’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있다. 알바로 레스트레포는 “학생들이 자신을 존경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으면 한다. 그들이 국제적인 예술가가 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변화시키는 시인이 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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