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비싼'부동산, '열'받을 날 기다린다
  • 김관웅 ( 파이낸셜뉴스 건설부동산부 기자) ()
  • 승인 2008.09.3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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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ᆞ대형 아파트값, 내년 초부터 본격 상승세 예상… 급등할 가능성도 있어

▲ 종합부동산세가 완화된다고 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위는 강남의 타워팰리스. ⓒ시사저널 박은숙

그동안 징벌적 과세 논란에 휩싸였던 종합부동산세가 시행 3년 만에 대폭 완화된다. 당정은 지난 9월22일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현재 4개 구간으로 되어 있는 과표 구간을 3단계로 축소하고, 구간별 세율도 1∼3%에서 0.5∼1%로 대폭 낮추었다. 아울러 만 60세가 넘은 1가구 1주택자 가구주의 경우 종부세를 10∼30%까지 추가 공제하기로 했다.

당정은 또,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의 80%로 동결하고 과세 기준을 상하로 20% 포인트까지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당정은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종부세를 재산세에 흡수-통합하는 구조 조정을 단행하겠다는 비전까지 내놓았다. 국민적 저항과 정치권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아 종부세가 당정 합의안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원안대로 시행되면 강남권 등 버블 세븐 지역 고가 주택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시장을 투자와 수익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이는 호재로 해석되는 조치가 분명한 것이다.

이번 종부세 완화 조치는 그동안 노무현 정부가 대출 규제와 함께 부동산 수요를 억제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해오던 세금 정책을 개편하면서 본격적인 규제 완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강남권에 고가 주택 한 채를 갖고 있으면서 일정 소득이 없는 고령자들은 이번에 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 조정과 세율 인하 이외에도 고령자 경감조치까지 3중 혜택을 입게 되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종부세 부과 기준이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매매 가격 기준으로 7억5천만∼11억2천5백만원대의 아파트 18만3천1백56가구가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5가구 중 1가구꼴인 14만2천1백58가구(19.65%)가 이번 종부세 완화 혜택을 입게 되었다. 특히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구는 2만7천1백97가구, 서초구 2만2천2백92가구, 송파구 3만3천3백92가구가 혜택을 보게 되었다.

“종부세 기준 완화로 거래는 더 줄어들 것”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정이 이번에 종부세 기준을 완화함에 따라 거래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았다. 실제로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보유세의 일종인 종합부동산세를 줄여주면 그동안 보유하는 데 따른 세금 부담이 줄어들게 되어 매도보다는 보유하려는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더구나 지난 9·1 세제 개편안에서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9억원까지 확대키로 하면서 고가 주택 보유자들은 굳이 서둘러 팔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권에서는 당정이 종부세 완화안을 발표하자 세금 부담 때문에 급하게 내놓았던 매물이 회수되고 있는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했다. 상황이 종부세 완화에 따라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주택 소유가 향후 수월해지리라는 기대감이 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6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에 고가 주택 붐을 받쳐줄 만한 매수 세력이 쉽게 등장하기는 어려운 상태이다.

박원갑 부사장은 “이번 종부세 완화 조치는 획기적인 규제 완화라기보다는 지난 2005년 8·31 대책 이전의 규제로 되돌리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지금 주택시장은 대출 규제가 여전한 데다 고금리에 글로벌 경제 침체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쳐 당분간 수요가 살아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 연구소장도 “양도세 완화에 이은 종부세 완화는 분명 실수요자나 투자자에게 중·대형 고가 주택에 대한 상당한 메리트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고, 금융권 대출 규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앞으로도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은 작다”라고 내다보았다.

이번 종부세 등 완화에 시장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동안 중·소형 아파트가 주도해오던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에는 다소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고가 주택을 보유하는 데 따른 세 부담이 줄어드는 데다 최근 2~3년간 중·소형 아파트의 가격 오름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장기화ᆞ대출 규제가 수요 급증 발목 잡아

실제로 국토해양부와 국민은행이 얼마 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형·저가 주택이 많은 서울 강북 3구(노원·도봉·강북구)의 아파트값은 43.5%나 오른 반면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24.6%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갑 부사장은 “6억원 이하 주택 수요 일부가 6억원 이상 주택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6억∼9억원 주택시장에는 분명히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앞으로 3년 이상 보유, 3년 거주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부담도 대폭 줄어드는 만큼 부동산 투자자들이 중·소형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것보다 세금 혜택을 보는 9억원 이하 주택 한 채를 보유하려는 현상이 확산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도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양도세 등 세금 부담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고가 주택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고가 주택의 가격을 더 뛰게 하는 재료로 쓰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금은 중·대형 고가 아파트 시장이 이번 세제 완화 조치에도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국내 경기가 좋아지고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 예전처럼 큰 폭의 상승세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오른 만큼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강남권 등 버블 세븐 지역의 중·대형 고가 주택은 시장에서 가격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중·대형 고가 아파트는 이번에 단행된 종부세 등 세금 완화 조치로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반면 매물이 줄어들어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초에는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이영진 소장은 “특히 양도세 비과세를 위한 실거주 요건을 내년 7월부터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중·대형을 비롯한 수요가 집중적으로 몰릴 가능성도 크다”라고 내다보았다. 박원갑 부사장은 “지금은 수요를 누르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겹치면서 중·대형 고가주택 시장이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시장이 정상 궤도에 올라서면 급등세를 연출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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