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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만 쳐다보다 ‘목’ 빠질라

꽉 막힌 한반도 정세, 돌파구 없나 / 남북 관계, 당국은 ‘경색’ 민간은 ‘활발’

소종섭 ㅣ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8.10.06(Mon) 19: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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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김하중 통일부장관과 함께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통일부 업무 보고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은 변화하고 있는 것인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남북 관계가 최근 들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것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실질적인 측면인지, 아니면 일반론적인 측면인지는 좀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어쨌든 지난 7월 금강산 관광객이 북측 병사에 의해 피살된 이후 꽉 막혔던 남북 관계는 요즘 숨통이 조금씩 트이는 분위기이다.

우선 정부의 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지난 10월2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포함해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했던 남북 간의 모든 합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기존 입장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합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기존 입장’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으나 과거의 흐름을 전적으로 부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월22일 민주평통 지역회의 개회사에서 “6·15, 10·4 선언을 포함한 기존 남북 간 합의의 정신을 존중하는 바탕 아래 전면적 대화를 하자”라고 제안한 것과 맥락이 같다.

10월2일 판문점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군사실무회담이 열린 것도 주목된다. 남북은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자리를 떴지만 마주앉았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관계가 진전되리라는 희망적인 기대감을 주고 있다. 한 통일 전문가는 “북측의 요청에 의해서 열렸고 판을 깨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양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대화 국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민간 단체의 대규모 방북도 속속 허가 되고 있다. 9월 하순부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비롯해 우리겨레하나, 평화3000 등이 평양에 100명이 넘는 방북단을 보냈다. 민간 단체의 방북에서는 확실히 물꼬가 트인 셈이다.

성과 없이 끝났지만 군사실무회담 성사된 것은 일단 고무적

그러나 이런 변화만 가지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 관계가 변했다고 판단 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가 흐름을 강제한 부분이 있고, 특히 북한과 미국의 태도에 따라 영향받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먼저 6·15와 10·4 선언을 인정하라는 지난 정권 지지 세력 등의 내부적 이명박 대통령이 김하중 통일부장관과 함께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통일부 업무 보고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 압력이 점점 높아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급이 상징적이다. 그는 10월1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회담 기념 행사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이 10·4 선언을 존중하지 않아 남북 관계가 막혀 버렸다”라며 이대통령을 비판했다. 퇴임한 지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나온 노 전 대통령의 이런 태도와 언급은 그가 현 정권을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북측 또한 진작부터 이런 입장을 밝혀왔다. 9월 하순 평양을 방문했을 때 만난 한 민화협 참사는 “이명박 정권을 신뢰할 수 없다. 신뢰는 6·15와 10·4 선언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라고 말했다.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의 여론도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9월 초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상호주의로 진행되어야 한다’라는 응답이 64%였다. ‘지원을 통해 개방을 유도해야 한다’라고 보는 사람은 24%에 그쳤다. 금강산 관광객 사망 사건 등에 대해 북측이 사과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도 부정적인 여론을 키우고 있다. 9월 하순 방북했던 우리민족서로 돕기운동 공동대표인 영담 스님은 “북측 민화협 이충복 부회장은 (금강산 관광객 사망사건과 관련해) 북측이 사과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는 ‘6·15와 10·4 인정’ 주장과 ‘대북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사이에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때문에 적절한 모양새는 갖추지만 민간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남북의 대화 채널이 바뀌는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것도 당국 간 대화가 쉽게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볼 수 있는 이유이다. 북측 통일전선부 부부장으로서 지난해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북했던 이해찬 전 총리와 이화영 전 의원을 만났던 최승철씨는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이다. 통일연구원 조민 통일정책연구실장은 “지난해 북한의 대남 전략은 실패했다. 이명박 정권도 들어섰고 북한도 기조를 바꾸지 않을 수 없다. 남한도 마찬가지이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아직 당국 간 대화가 이루어질 만한 조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은 현재 대남 관계보다는 북·미 관계를 푸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변 냉각탑을 폭파하면서 잘 풀릴 것으로 낙관했던 북·미 관계는 계속 시간이 지체되면서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이지만 북한도 답답한 상황이다. 임기 말 외교 업적을 쌓으려는 미국 부시 대통령과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선물을 받으려는 북한의 게임이 풀릴 듯 풀릴 듯하면서도 안 풀리고 있다. 남북 모두 대미 관계를 중심으로 하고 남북 관계를 종속으로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남북 관계를 중심으로 한 뒤 주변국을 상대로 외교를 펼쳤던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와는 분명히 다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이용선 운영위원장은 “이럴 때일수록 남북 간 물밑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믿을 만한 사람이 서로가 서로에게 정확하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해찬을 대북 특사로 보내자고?

 
 
남북 관계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7~8월쯤 친노무현 인사들 사이에 “이해찬 전 국무총리(사진 왼쪽)를 북한에 보내 남북 관계를 풀어보자”라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친노 인사인 한 전직 의원은 “이 전 총리가 북측으로부터 신뢰받는 인물인 만큼 그를 보내 풀어보자는 의견이 나와 논의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전 정권 사람이라도 남북 관계의 경험을 현 정권이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맥락에서 얘기하다 그런 얘기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이 얘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되었다고 한다. 노 전대통령은 “현 정권이 나름대로 하고 있는데 우리가 끼어들 필요가 있느냐. 두고 보자”라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총리 또한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유야무야되었다. 이 전직 의원은 “나 말고 다른 채널을 통해 현 정권측에도 이런 뜻이 전달되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친노 그룹이 ‘이해찬 방북’을 논의했다는 사실은 10·4 선언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현 정권의 대북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어우러진 결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지난 1일 현정권의 대북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이런 흐름의 집약체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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