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 무기에 맡겨진 ‘자주 국방’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8.10.0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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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기술 수입, 5년 사이 3배 이상 증가 … 첨단 기술 개발 위한 군의 조기 전략화 ‘발등의 불’
▲ 우리 국방 재정의 외화 지출이 늘고 군사력의 해외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위는 국군의 날 행사 때 시가행진을 하고 있는 국군. ⓒ시사저널 임영무

건 군 60주년을 기념하는 국군의 날 행사가 지난 10월1일 열렸다. 이날 5년 만에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K-1 전차부대의 시가 행진을 선보였다. 차기 전차인 ‘흑표’ 등 신무기들이 대거 모습을 보였고, 거리에서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환호하며 우리 군의 늠름한 행군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이같은 위풍당당한 모습의 이면에는 첨단 무기와 기술을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 군의 비밀이 숨어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방위산업 재정 지출 성과와 과제: 방위 산업위기와 핵심 군사력 해외 의존도 심화’라는 현안 분석 자료를 내놓았다. 정부가 지난 34년 동안(1974~2007년) 약 33조원을 방위산업계(이하 방산)에 지출하고도 첨단 무기 기술을 축적하지 못해 국방 재정의 외화 지출이 늘고, 군사력의 해외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방산이 어디까지 왔으며, 문제점과 원인 그리고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 방산 매출액은 연평균 4조8천억원 정도이다. 이는 세계 1위 방산 기업인 미국의 록히드 마틴 사 매출액의 14.2% 수준이다. 우리나라 방산 매출 1위인 삼성테크윈은 지난 2005년 세계 매출액 순위 68위였으며, 록히드 마틴 매출의 60분의 1 규모였다. 우리나라 방산체 수는 2008년 5월 말 현재 풍산·한국항공우주산업·한화·대우조선해양·LIG넥스원 등 89개이며, 종업원 수는 2만9백12명, 방산 물자는 1천4백47개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내놓은 지난 2004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방산계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60~70% 수준이다. 분야별로, 재래식 무기(지상 분야) 기술은 선진국의 90% 수준에 달하지만, 첨단 분야(감시정찰 등)는 4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03년 수입액 5억7천5백만 달러로 세계 5위

일각에서는 우리 방산 기술 수준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50% 이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특히 핵심 기술은 항공기가 48%, 함정이 58%, 감시 정찰 분야가 4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방산의 현주소와 핵심 군사력의 해외 의존도를 엿볼 수 있는 것은 수출과 수입 현황이다. 방산의 수출 실적을 보면, 지난 10년 동안 (1998~2007년) 수출 총액은 28억1백99만 달러였다. 연평균 수출액은 2억8천만 달러이며, 연평균 절충 교역액은 5천5백만 달러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수출과 절충 교역이 급증했다. 하지만 통신·전자·유도 분야의 수출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선진국 수출은 전체 방산 수출액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 절충 교역과 하도급 생산 등을 통해 선진국 부품 시장에 간접 수출한 것이다.

반면 수입액을 보면, 우리 군사력이 얼마나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003년 수입액은 5억7천5백만 달러였는데, 5년 뒤인 지난해에는 18억7백만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수출은 세계 17위인 데 반해 수입은 중국·인도·아랍에미리에이트·그리스에 이어 5위 이다.

우리 방산을 요약하면 △재래식 무기 체계와 방산 물자 공급은 가능 하지만, 첨단 전략 무기와 방산 물자 개발·생산 능력은 저급한 수준이며 △해외 무기 수입 증가로 국부의 해외 유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무기 해외 수출은 미미하며 △고용 창출을 비롯한 우리 산업 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낮고 △정부는 국방 전투 태세와 전력을 위해 우리 방산을 유지해야 하는데, 여기에 고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 방산 업체들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을까. 우선 경영 상태가 대체로 부실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연구 개발 투자와 방산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져, 무기 체계와 핵심 구성품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세계 수준의 방산 기술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우리의 국방 과학 기술 수준은 재래식 무기 생산을 자체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첨단 무기 분야는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산 경영 악화와 첨단 국방 과학 기술 수준 저하는 정부와 방산체의 공동 책임이다. 특히 우리 방산체는 단순 제조 생산 중심이며, 지나치게 정부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단기적인 이익만 추구하고, 기술 개발을 기피하며,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려는 경영 형태가 방산 발전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병력을 중심으로 군 운용하는 것도 장애물

더불어 우리 군의 패러다임도 미래 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전에서는 적군과 아군 모두 가급적이면 근접 전투를 피한다. 대신 원거리에서 적의 중심을 타격하는 방식이 선호된다. 따라서 군사 선진국들은 원거리 정밀 타격전에 적합한 항공우주력 중심의 군사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군은 지난 50년 동안 기본 군사 전략 개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과거의 패러다임을 유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여전히 병력 중심의 군 운용과 근접 전투용 무기 체계 중심의 전력 증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006년 방위사업청을 신설하고, 각종 제도 개선과 수출 진흥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형성되어온 방산의 고질적인 악순환 구조(방산 경영 악화→국방 과학 기술 개발 저조→방산의 국제 경쟁력 약화와 수출 실적 저조→무기 해외 구매 지속과 증가)를 바꾸는 것은 역부족이다.

특히 치열한 국제 경쟁 시장이 우리 방산업계에 첨단 무기 기술을 축적할 기회를 대가 없이 제공할 리 만무하다. 따라서 우리 방산체들이 첨단 기술을 개발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의도적으로’ 우리 방산 시장에서 수요를 창출해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가 우선 군의 조기 전략화를 적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1980년대부터 우리 군이 북한과의 전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조기 전략화하면서, 국내 연구 개발보다 직접적인 무기 체계의 수입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기 전략화를 가능한 선에서 억제하라는 주문이다. 그 대신 장기적인 안목으로 우리 방산 발전을 위해 연구 개발에 더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첨단 무기와 기술 체계를 확보할 수 있고, 수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국방 개혁 2020’ 전력구조 상세 계획을 방산체에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방산체들의 첨단 기술 개발 투자를 유도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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