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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그늘’진 무대불 밝힐 자 누구냐

침체된 뮤지컬 시장, 4분기 개막 대작들에 기대감 부풀어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 ㅣ 승인 2008.10.07(Tue) 10: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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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르담 드 파리>(왼쪽)가 10월24일부터 앵콜 공연을 갖는다.

2001년 국내 공연시장에 뮤지컬의 전성기를 연 <오페라의 유령>이 소개된 후 뮤지컬은 급격한 매출 확대를 보이며 공연 산업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2005년에는 전체 공연시장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며 위세를 떨치더니 현재는 전성기를 넘어 ‘독점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연계의 거대한 공룡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처럼 승승장구해오던 뮤지컬계도 최근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불황과 경기 침체를 피해가기는 어려운 것 같다. 2001년 8백억원대 시장을 형성하던 뮤지컬은 현재 약 3천억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세가 꺾이면서 처음으로 정체를 보이고 있다. 뮤지컬업계와 현장에서는 당연히 아우성이 들려온다. 특히 해외 스태프와 배우들이 직접 방한해서 벌이는 ‘투어 뮤지컬’과 해외 작품의 공연권을 가지고 우리 배우들로 공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을 합친 이른바 해외 뮤지컬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최근 야심차게 준비한 해외 뮤지컬의 잇따른 실패는 뮤지컬 업계가 당분간은 숨 고르기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 중인 <캣츠>.

상황이 이렇지만 올해에도 4분기를 맞아 많은 작품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중 최대 성수기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에만 서울에서 공연된 뮤지컬이 무려 50편에 이르렀는데 이는 뮤지컬이 연중무휴로 상연되는 뉴욕 브로드웨이나, 런던 웨스트엔드와 직접 비교해보아도 오히려 더 많은 숫자로 기록된다.

다양한 해외 작품들 무대 올라 흥행 경쟁

올해 4분기 역시 제작사마다 회심작을 내놓고 총력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게다가 레퍼토리의 면면을 보면 지난해에 비해 훨씬 다변화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 영국 등 뮤지컬의 본고장 출신 작품들은 물론이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프랑스, 체코 등의 유럽권과 일본 뮤지컬까지도 치열한 각축전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인기몰이 중인 국내 창작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 (위)는 연말까지 전국 투어를 계속할 예정이다.

얼마 전 막이 오른 한국어 버전 <캣츠>는 잠실역에 위치한 샤롯데시어터에서 흥행 불패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이희정, 홍경수, 신영숙 등 베테랑 뮤지컬 배우들과 옥주현, 빅뱅의 대성과 같은 인기 스타들의 조합도 흥미롭다. 대구, 부산, 광주 등지를 순회하는 <맘마미아>의 마지막 투어 공연 역시 흥행 1, 2위를 다투고 있다. 현재 영화로 만들어진 <맘마미아>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 힘입어 지방 흥행에 더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20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개막할 예정인 <맘마미아>는 <캣츠>와 더불어 우리나라 지방 관객들에게도 수준 높은 뮤지컬 공연을 선보인 대표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될 듯하다.

한편, 2004년 조승우의 출연으로 유명해진 <지킬 앤 하이드>는 그동안 수차례 공연을 통해 스테디 셀러로 자리 잡았고, 오는 11월14일부터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재공연을 갖는다. 기존에 주연을 맡았던 류정한, 김우형 외에도 폭발적인 가창과 연기를 보여주며 최근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신예 홍광호가 합류한 상태이다.

프랑스, 체코 등의 유럽 뮤지컬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여러 차례의 투어, 라이선스 공연으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노트르담 드 파리>의 한국판 공연이 시작된 지 근 1년 만에 첫 무대였던 김해 문화의전당(10월24일~11월2일)에서 앵콜 공연을 갖는 것도 눈에 띈다.

세익스피어와 록음악이 만나는 체코 뮤지컬 <햄릿>의 재공연은 11월23일까지 숙명여대 안의 숙명아트센터 씨어터S에서 계속된다. 이번에 새로 소개되는 <클레오파트라>(10월15일~11월30일, 유니버설 아트센터) 역시 고전을 원작으로 한 체코 뮤지컬 특유의 레퍼토리로 원작 드라마에서 오는 탄탄한 구성과 대사를 대체하는 노랫말이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한편 올가을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캐나다 퀘백에 본부를 둔 유서 깊은 아트 서커스팀인 ‘태양의 서커스’의 <알레그리아> (잠실운동장 빅탑시어터, 10월15일부터)도 막을 올린다. 노래, 서커스, 스펙타클쇼가 결합된 이들의 작품은 지난 2007년 한 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이들의 레파토리 <퀴담>을 통해 이미 상업적인 가능성을 인증받았다. 일본의 인기 만화를 아이돌 콘서트 형태의 뮤지컬로 만든 <테니스의 왕자>의 투어 공연(10월17~19일, 코엑스 오디토리엄)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또, 브랜드파워가 있는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들에서는 낯익은 이름을 한두 명씩 발견할 수 있다. 1970~80년대를 풍미한 올리비아 뉴튼 존이 출연했던 영화 <제너두>를 원작으로 만든 복고 뮤지컬 <제너두>(11월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는 슈퍼주니어의 아이돌 스타 김희철과 강인이 번갈아 출연 중이며, 가수 박지윤은 <클레오파트라>의 히로인으로 발탁되어 공백기를 접고 복귀한다. 텔레비전에서 <우리 결혼했어요>로 관심을 모은 앤디는 <뮤직 인 마이 하트>에 출연하며, 클래지콰이와 이바디에서 보컬을 담당했던 가수 호란과 개그우먼 송은이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샤우트>(10월24일부터, 제일화재 세실극장)에 동반 출연할 예정이다.

‘토종 뮤지컬’의 꾸준한 도전도 볼만

현재 우리나라 창작 인력의 힘으로 만든 이른바 ‘창작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은 약 20% 정도이다. 많은 해외 뮤지컬의 틈에서 현재 창작 뮤지컬의 주류는 추억을 상품화하는 ‘복고 마케팅’과 기존 영화나 TV 드라마를 각색하는 것이다. 송골매의 구창모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화제가 되었고, 7080 세대의 히트 가요로 엮어 만든 <진짜진짜 좋아해>는 서울에서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큰 인기를 얻었으며 현재 성남, 고양, 수원, 울산, 부산으로 이어지는 전국 투어가 연말까지 계속된다. 몰락한 스타 가수의 이야기를 다룬 안성기·박중훈 주연의 영화를 각색한 <라디오 스타>(11월18일~12월31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용)의 재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김아중·주진모 주연의 영화로 발표되어 5백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뮤지컬 버전(11월27일~2009년 2월1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은 연말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이다. 뮤지컬 버전에는 바다, 송창의, 윤공주 등이 캐스팅되어 연말 시즌에 대중적인 인지도를 앞세워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최민식, 장백지 주연의 영화를 각색한 <파이란>은 서범석과 중국 배우 인요찬 주연으로, TV 시트콤을 각색한 <안녕 프란체스카>는 최정원 주연으로 이미 개막해 10월까지 공연이 계속될 예정이다.

경제 침체가 소비자로 하여금 가장 먼저 문화비 지출을 줄이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의 무분별한 수입으로 인한 과당경쟁과 여전히 고가로 인식되는 티켓 가격의 문제가 관객들을 주춤거리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움츠러들 수는 없다. 이번 기회에 한 편쯤은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작품을 발견해 환상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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