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봉창 뚫린’ 카페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8.10.1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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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저작권협회, 블로그 등 음원 불법 사용에 ‘제동’…검찰은 포털 압수수색

▲ NHN과 다음 본사를 압수수색한 검찰 수사관이 압수물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회사원 이경선씨(24)씨는 포털 사이트 다음에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4년 7월에 개설한 후 올해로 5년째가 되었다. 이씨의 블로그에는 가요, 클래식, 팝송, 연주곡 등 약 7백여 곡이 업로드와 링크하는 방식으로 올려져 있다. 이씨는 웹 서핑을 하다가 좋아하는 곡이 있으면 수시로 자신의 블로그에 퍼담았다.

그런 그녀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불법 저작권 침해 단속이 심해진 것도 이유이지만 검찰이 음원저작권법 위반으로 NHN과 다음을 압수수색하면서 잔뜩 겁을 먹고 있다. 이씨는 더 이상 블로그를 공개하면 문제가 될 것 같아 우선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렇다고 불안한 마음이 가신 것은 아니다.

블로그를 폐쇄하자니 그동안 공들인 것이 너무 아깝고, 가만히 놓아두자니 고소·고발을 당할까 봐 걱정이 앞선다. 이씨는 “나와 같이 고민하는 네티즌들이 많은 것 같다. 블로그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면 음악 한 곡 정도는 올려져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이래저래 눈치만 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블로그를 폐쇄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포털 사이트의 카페나 블로그 등은 ‘저작권 사각 지대’나 다름없었다. 음악, 영화, 소설, 만화 등을 웹상에서 업로드하거나 링크하는 방식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무차별 침범했다. 불법으로 받은 음원을 게시판에 올리거나 배경 음악으로 설정하고 있다. 물론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창작자들은 저작권이 침해당해도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를 보다 못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는 그동안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들에게 불법 음원에 대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포털들은 블로그와 카페에 올리는 음원에 대해 일일이 제지할 수 없다며 사실상 방조해왔다. 그러자 음저협은 지난 7월 초 NHN과 다음을 저작권 침해 방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저작권자들이 포털들에 대해 초강수를 둔 것이다.

▲ 서울 서초동에 있는 포털 사이트 다음의 본사. ⓒ시사저널 임영무

당시 음저협은 “무차별적인 불법 음악 파일 업로드와 포털들의 방조로 인해 디지털 음악시장이 고사직전에 이르렀다”라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은 포털에 대한 최초의 압수수색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엄청난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포털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카페와 블로그 등을 운영하는 서버의 자료를 하드디스크에 복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와 다음은 검색창에 가수의 노래 제목을 입력하면 해당 노래가 링크된 카페나 블로그 등으로 연결된다. 음저협은 이러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같이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서비스는 강제 차단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으로 예상되는 조치는 첫째, 검찰이 포털들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을 적용해 직접 형사 책임을 묻는 방법이다. 포털들에게는 저작권법 위반 등으로 과징금을 물릴 수도 있다. 둘째, 포털들에 대한 기소를 유예하되 포털 스스로 자정 능력을 통해 불법적인 음악 저작물을 추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일정하게 유예 기간을 주고 자체 정화를 유도할 수 있다. 셋째, 검찰은 포털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묻고, 음저협은 네티즌을 상대로 고소·고발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포털과 네티즌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카페 운영자 등 상대로 집단 소송 낼 경우 대파란 예고

만약 음저협이 블로그나 카페를 운영하는 네티즌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설 경우 단군 이래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네이버와 다음에 개설되어 있는 카페나 블로그만 해도 족히 20만개는 넘고 있어 1개당 소송 비용을 50만원씩 잡아도 1천억원이 넘는 규모이다. 물론 막연한 추정치에 불과하지만 집단 소송 사태가 오면 걷잡을 수 없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인터넷에 콘텐츠를 무단으로 올리면, 저작권법 136조(공중송수신 등) 침해에 해당된다. 저작권법 위반자는 5년 이하 징역, 5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최근 일부 저작권자들과 이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몇몇 법무법인들의 무차별적인 고소가 여러 가지 폐단을 낳고 있다. 이들은 저작권 위반자들을 사냥하는 방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저작권 위반의 경중과 대상자를 가리지 않고 형사 고소를 남발하면서 청소년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 일부 법무법인은 저작권 보호보다는 합의금에 목적을 두고 고소 고발을 남발하기도 한다. 합의금은 보통 청소년은 50만원, 대학생은 80만원, 일반 100만원이다.

아이디 ‘2것들2’라는 네티즌은 10월7일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글을 올려 “오늘 오후에 우리 누나가 블로그에 음악 한 곡 퍼놓은 것이 저작권 침해로 고소되었다. 사전에 저작권 침해로 고소당할 수 있다고 알리고 삭제 요청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포털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데는 무리가 있다.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음원 등을 일일이 제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차별 고소·고발을 진행하기보다는 ‘저작권 위반 경고’ 등을 통해 네티즌 스스로 불법 저작물을 삭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작권이 없는 파일은 업로드하거나 링크가 안 되도록 차단 조치를 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인 장치가 선행되어야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작용할 수 있다.

음원저작권자인 모두컴 김원석 대표는 “포털 사이트에 대한 저작권 단속은 필요하다. 하지만 단속을 위한 단속보다는 사용자들이 저작권을 위반하지 않고 음원을 정당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문화부는 앞으로 P2P·웹하드의 기술적 조치에 대한 모니터링을 영화·음악·방송·출판 등의 저작물까지 상시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포털에 대한 삭제 명령권 발동(저작권법 제133조) 등도 병행 추진해 온라인상의 불법 저작물 근절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불법 다운로드 꼼짝 마! ‘저작권 경찰’ 떴다

문화관광체육부(이하 문광부)에는 특별사법권을 가진 ‘저작권 경찰’ 41명이 활동하고 있다. 말하자면 저작권 분야에 한정된 전문 경찰이다. 저작권 경찰은 일반 경찰을 대동하지 않고도 영장을 받아 불법 복제 단속이 가능하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 부산, 광주, 대전 등 4곳에 지역사무소를 두고 있다.

저작권 경찰은 저작권단체연합회의 저작권보호센터, 컴퓨터프로그램보호위원회의 부정복제물신고센터와 상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온·오프 라인상에 나도는 불법 복제물에 대해 상시 단속을 펼치고 있다. 서울에는 온라인팀을 별도로 두고 웹하드, P2P, 헤비업로더 등 저작권 침해 사범에 대한 감시 체제를 강화했다.

저작권 보호에 대한 문광부의 의지는 강력하다. 지적재산권 보호 감시 대상국에서 반드시 벗어나겠다는 의지도 확고하다. 특히 그동안 불법 저작물 유통의 온상으로 지목되어온 용산 전자상가가 타깃의 중심이다. 문광부는 우선 용산 전자상가를 정화시켜 불법 저작물 ‘클린존’으로 선포할 계획이다. 문광부는 또 현재 43%에 이르는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을 2~3년 내에 OECD 국가 평균인 36%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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