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수’ 마시는 강남 버블 세븐
  • 조민이 (스피드뱅크 연구원) ()
  • 승인 2008.10.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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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두기만 해도 돈 번다’는 옛날 얘기…정부 규제 완화 대책에도 ‘식물 인간’ 상태

버블 세븐의 붕괴’라고 할 만큼 올해 강남권 주택시장은 과거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사두기만 해도 돈 번다’는 예전의 강남권 주택시장이 아닌 것이다. 특히 내집 마련 수요자들의 꿈인 버블 세븐 지역은 올해 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대형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락 폭이 눈에 띌 정도이다. 사는 사람은 많지 않고 매물은 하나 둘씩 쌓이고 있어 가격 하락도 뚜렷하다. 이는 강남권을 포함한 버블 세븐 지역 전체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모습이다.

지난 10월8일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www.spreedbank.co.kr)가 연초 대비 아파트값 상승률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서울에서는 서초구(-1.28%), 양천구(-1.81%), 강남구(-1.85%), 강동구(-4.92%), 송파구(-5.19%)가 하위 5개 지역에 포함되었다. 경기 지역에서도 용인이 동기간 3.89% 하락해 과천(4.25%)에 이어 하락 폭이 큰 지역으로 꼽혔으며, 분당(-2.93%), 평촌신도시(-2.65%)도 1기 신도시 중 내림 폭이 가장 큰 곳으로 나타났다.

2006년 주택시장이 상승기일 때 연간 상승률 20%를 넘나들며 수도권 아파트값을 견인하던 이곳이 일제히 하락한 것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대출 금리 상승과 아직 남아 있는 대출 규제,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입주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미국발 금융 위기 등으로 국내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투자를 자제하려는 심리가 좀처럼 외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던 주택시장에까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송파·강동’ 지역 매매·전세 모두 약세

수요와 공급 측면을 따져볼 때 강남권의 약세는 입주량과 관련이 깊다. 강남, 서초, 송파, 강동 4곳의 올해 아파트 입주량은 2000년 들어서 최대 물량을 기록했다. 총 2만7천2백66가구로 지난해 1만1천6백85가구와 비교하면 2배를 웃도는 물량이다.

실제로 올해 입주가 집중된 송파구와 강동구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있다. 송파구의 경우 내림세가 계속되더니 급기야 용산구보다 3.3㎡(평)당 평균 매매 가격이 뒤쳐지기에 이르렀다.

지난 3월22일 용산구 평균 아파트값은 송파구를 앞질렀으며 10월8일 현재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송파구와 용산구 각각 2천4백52만원, 2천5백91만원으로 나타났다.

2008년 한 해 동안 송파구의 입주량은 2만2천85가구로 하반기 수도권 입주 아파트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이다. 대표적으로 7월 말 입주를 시작한 리센츠(잠실주공2단지) 5천5백63가구와 8월 말 입주를 시작한 파크리오(잠실시영) 6천8백64가구, 9월 말 입주를 시작한 잠실엘스(잠실주공1단지) 5천6백78가구 등이 있다.

상반기 동안 새 아파트의 입주 예정자들이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기존에 보유한 아파트를 급매물로 처분하면서 해당 지역 아파트값 하락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잠실에 이어 강동구도 입주량이 많은 편이다.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 3천2백26가구가 최근 입주를 시작하면서 강동구 역시 가격 하락 폭이 크다. 특히 5월에만 무려 1.33% 하락해 올 들어 서울에서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서초구에서도 전년에 비해 9배가량 많은 총 3천5백94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서초구는 강남권 중에서도 비교적 약세가 덜한 편이었지만 3천4백10가구의 ‘매머드급’ 단지인 반포 자이 입주를 앞두고 4월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움직이는 전세 시장 역시 송파구와 강동구가 서울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인 곳이다. 연초 대비 전세 가격이 송파구는 2.81%, 강동구는 1.79% 내렸다. 전세 역시 대규모 입주 영향을 크게 받았다.

버블 세븐의 두 축을 이루었던 분당신도시와 평촌신도시도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최근의 하락세와 함께 매물 적체 현상이 심하다. 이곳도 아파트 수급 동향에서 입주량 증가를 엿볼 수 있다.

과천은 8월 래미안 3단지 3천1백43가구가 입주를 시작해 인근 평촌신도시에 영향을 주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판교신도시 역시 2009년 한 해 동안 신규 아파트 입주가 1만2천4백40가구에 이른다. 전매 제한 때문에 입주 후 바로 되팔 수는 없지만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심리적인 요소로 분당과 용인 아파트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 말 반포동 자이에 이어 내년 1월 삼성동 AID차관아파트를 재건축한 힐스테이트 1, 2단지 2천70가구 입주와 반포 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반포동 래미안 2천4백44가구가 3월 입주를 앞두고 있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입주 물량이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강남 주택시장이 새 정부 들어서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위는 성남시 정자동 아파트 단지. ⓒ시사저널 임영무

분당·평촌 신도시 대형 아파트도 하락세

통상 국내 부동산시장의 가장 크게 영향력을 미쳤던 규제 완화도 버블 세븐의 약세를 막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비교적 굵직한 부동산 대책인 8·21 대책, 9·1 세제 개편, 종부세 완화 등이 연이어 발표되었으나 시장은 살아날 줄 모르고 있다.

특히 정부의 목소리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재건축 아파트조차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부동산시장 침체를 강하게 대변하고 있다.

8·21 대책의 경우 재건축 시장에 영향을 미칠만한 내용인 조합원 지위 양도 허용 및 후분양제 사실상 폐지, 층수 제한 완화, 안전 진단 절차 간소화 등이 포함된 바 있으나 대책 발표 이후인 9월 한 달 동안 오히려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평균 0.08% 하락했다.

이 중 강남권인 서초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0.08% 내려갔고, 강남구(-0.50%), 송파구(-0.72%), 강동구(-0.91%)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밖에 9월에 연이어 발표된 세제 개편안과 종부세 완화 방침에도 집값 하락세는 꿋꿋이 전개되고 있다.

세제 완화와 관련해 고가 아파트 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조정되면서 버블 세븐 지역이 최대 수혜 지역으로 손꼽혔으나 시장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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