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평 연 그 시절 ‘초심’ 잃지 않기를
  •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학 교수) ()
  • 승인 2008.10.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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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열아홉 돌 맞은 <시사저널>에 바란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의 창간 열아홉 돌을 축하한다. <시사저널>은 한국 시사 잡지사에 주목할 만한 이정표를 세웠다. 격조 있는 시사 주간지 시장을 연 것이다. 1989년 박권상 선생과 진철수 선생 등 창간 멤버들은 민주화와 더불어 한국에도 <타임>이나 <뉴스위크>,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같은 세계적 수준의 시사 잡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사저널>을 탄생시켰다.

당시 <시사저널>의 성공은 눈부셨다. 독자 수가 순식간에 10만명을 넘어섰고, 뛰어난 의제 설정 능력으로 주간지이면서도 단기에 일간지나 방송사 못지않은 영향력을 확보했다. 박권상 선생은 잡지를 세련되게 만들기 위해 경험 많은 영국인 디자이너를 초빙했다. 기사의 품질뿐 아니라 지면의 시각적 효과도 최고로 끌어올리려는 시도였다. 내용과 스타일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를 많이 참고했으나, 독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올해의 인물’ 등의 기획은 <타임>의 모델을 따랐다.

민주화 시대가 시작된 직후 <시사저널>은 한국 저널리즘의 혁신을 주도하는 선구 매체였다. 그러나 좋은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시사저널>의 성공을 나눠가지려는 주간지들이 무더기로 창간되었다. 일간 신문들이 예외 없이 시사 주간지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자 <시사저널>만의 블루오션은 빠르게 레드오션으로 변해버렸다. 

혁신 프로젝트 가동해 신선한 충격으로 독자 감동시켜야

지난 몇 년 사이 시사 주간지 시장에서는 치열한 생존 게임이 계속되어왔다. 그 와중에 비명도 못 지르고 명패를 내린 매체도 발견된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몇몇 잡지의 폐업이 아니다. 한국 저널리즘과 독자를 위해 가장 안타까운 사실은 <시사저널> 초기의 언론계 전체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혁신 정신이 잘 안 보이는 현실이다. 

디지털 시대인 현대는 인쇄 매체들에게는 심각한 도전의 시기이다. 한때 4백만부 넘게 인쇄하던 <타임>은 지난해 자발적으로 부수를 60만부나 줄였다. <뉴스위크>도 스스로 40만부를 줄였다. 생산 비용을 절감하려는 의도와 함께, 광고 단가를 낮춰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해보려는 시도였다. 그리고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해 인터넷 쪽 수익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대학들과의 제휴를 통한 온라인 독자의 확보나 주간 잡지이면서도 매일 업데이트를 통해 디지털 세대를 유인하려는 노력이 그러한 시도들이다. 서구 잡지들에서는 기사의 서사 구조를 개선하고 지면 디자인을 혁신하는 일도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한국 시사 잡지들도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이다. 신문이 잡지화하고 방송 채널이 폭증하는 환경에서 잡지가 개척할 새로운 영역을 찾아야 하고, 20년 전처럼 다른 매체들을 선도할 만한 혁신 프로젝트들이 가동되어야 한다. 해외 현장에서는 <뉴요커>나 <이코노미스트> 같은 잡지들이 타 매체들이 고전하는 가운데도 그들만의 독특한 전략으로 독자 수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시사저널>이 한국 잡지계에서 그러한 매체가 되기를 희망한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다시 한 번 시사 주간지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시사저널>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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