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아이 차별 없이 살게…”
  • 김지혜 기자 (karam1117@sisapress.com)
  • 승인 2008.10.2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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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주여성 정치인 꿈꾸는 쟈스민·이레샤 씨

ⓒ시사저널 박은숙

한국여성정치연구소와 여성부가 공동으로 ‘제1호 국제 결혼 이주여성 정치인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가오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국제 결혼으로 한국에 이주해 살고 있는 여성이 비례대표 의석을 하나라도 얻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 김은주 소장은 “온갖 비방과 루머가 난무할 선출직 의원보다 비례대표 의원으로 출발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이주여성은 최근 크게 늘어난 다문화 가정의 문제와 필요한 정책을 가장 잘 아는 만큼 그런 사람들을 대표할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소장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후보감은 필리핀에서 온 쟈스민 씨(32·사진 위)와 스리랑카에서 온 이레샤 씨(34·사진 아래). 이들은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모국어보다 한국어를 편하게 구사하며 한국인 자녀를 기르고 있다.

쟈스민 씨는 KBS 1TV <러브 인 아시아>의 고정 패널이자, EBS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초급> 프로그램의 한국어 강사이다. 열아홉 살 때 부모님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필리핀에 출장 온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1년 반 동안 연애한 후 결혼해서 한국에 자리를 잡았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필리핀에서 살았지만 한국에서 어른이 되었다. 투표도, 음식도, 제사도 한국에 와서 경험했다.” 쟈스민 씨에게 정치를 하고 싶은 이유를 물었다. “당사자가 아니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요구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각종 한국어 수업과 문화 적응 교육을 늘리고 있지만 이주여성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한국 국적이다. 그런데 최근에 국적 취득 과정이 너무 어려워져 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이레샤 씨 역시 2년째 KBS 1TV <러브 인 아시아>의 고정 패널로 활동하면서 ‘안양 아시아창’이라는 곳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상담해주고 있다. 그녀가 한국에 온 계기는 남다르다. 의류 바이어로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인도를 거쳐 한국에 와서 지금의 시어머니 집에서 6개월간 월세를 살았을 때, 이레샤 씨가 맘에 든 시어머니가 첫째아들을 소개했다. 그녀는 유쾌하게 웃으며 “월세 살다가 집주인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레샤 씨는 정치를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차별 없이 살도록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을 닮아 피부색이 까만 아들이 당당하게 ‘우리 엄마가 스리랑카인이에요’라고 말할 때 뿌듯하다고 했다.

쟈스민 씨와 이레샤 씨는 “다문화 가정은 이미 우리 사회에 깊이 자리 잡았다.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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