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본인이 평소 원했던 바를 ‘판결’했다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8.12.0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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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존엄사 허용’ 판결한 김천수 재판장

▲ 김천수 부장판사(가운데)가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아 현장 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간이면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듯이 존엄하게 죽을 권리 또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다.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의 존엄사 허용 여부를 놓고 여러 차례 뜨거운 논쟁이 불붙었지만, 그동안 법원은 환자의 생명권을 우위에 두면서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았다.

보라매 병원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1997년 의식불명 환자로부터 인공호흡기를 떼어내 사망에 이르게 한 가족과 의사는 살인죄와 살인방조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환자와 가족들이 연명 치료 중단을 요구하더라도 병원측에서 들어줄 수 없도록 하는 근거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존엄사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서울 서부지법은 지난 11월28일 식물인간 상태인 75세 김 아무개 할머니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을 내린 김천수 서울 서부지법 부장판사는 다음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환자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공호흡기와 각종 치료가 환자의 상태를 회복시키는 데 영향을 줄 수 없는 무의미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하나는 환자의 의사이다. 평소 기기에 연명하는 삶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고, 남편이 질병에 걸렸을 때도 이를 실천에 옮겼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죽음을 원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부장판사의 이번 판결이 모든 존엄사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환자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떼어달라는 가족의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환자 본인의 청구를 받아들여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는 환자가 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 명확하다고 판단될 경우에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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