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탈출 비상구 찾고 싶다면…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09.01.2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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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책 속 길 찾기’의 키워드로 알아본 독서 길잡이

▲ ‘불황 탈출’을 꾀하는 독자의 요구에 맞춘 신간들.
새해를 여는 시점에서 한 소설가는 독서 행위가 독자와 책과 현실을 연결시켜 변화에 이르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실용적이라야 좋은 책이라는 말이 아니고, 독자가 책을 잘 선택해 덧없는 독서가 아닌 자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옮겨가게 하는 알찬 독서를 해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알찬 독서란 계획하는 자에게 주어질 듯하다. 인터넷 서점 인터파크도서는 올해 독자들이 가장 읽고 싶은 책의 키워드를 설문조사한 결과 ‘감동’과 ‘불황 탈출’을 우선으로 꼽았다. 뒤를 이어 ‘희망과 용기’ ‘취업·성공·관계’ ‘웃음’ ‘특정 작가와 작품’ ‘인생’ ‘자녀 교육’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경제 불황’이다. 인터파크도서 정덕래 마케팅팀장은 “세계 경제 비상 사태를 맞아 국가는 물론 개인의 삶을 통째로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경제 불황이 계속되면서 이로 인한 불안감을 위로받고 얼어붙은 마음을 다독여줄 따뜻한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이를 반영하듯, 감동과 위안을 주는 소설들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대거 포진해 있다. 이런 흐름은 ‘불황에는 문학이 뜬다’라는 속설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하다. 

‘감동’을 주는 책이야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접하지만, ‘불황 탈출’을 모색하는 독자들은 신중을 기해야 할 듯하다. 책값도 만만치 않지만 덜렁 구입했다가는 읽지도 못하고 버리는 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책들은 ‘고전’보다는 ‘뉴스’에 가까운 것이 실용적인 것으로 통한다. 이 방면의 신간 출간은 새해 들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경제 전망·해법 다룬 책, 다양한 분야 출간

우선 불확실한 2009년 경제를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이 눈길을 끈다. 국내 모든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경영 실적과 사업 계획을 그래픽으로 일목요연하게 분석·정리한 <투자처가 한눈에 보이는 2009 업계 지도>, 실물 경제 불황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한국의 금융 불안을 진단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 <SERI 전망 2009>, 1907년의 금융 공황과 현재의 위기를 비교 분석해 위기 극복의 대안을 제시한 <패닉-1907년 금융 공황의 통찰> 등 다양한 위기 분석서들이 나와 있다.

구체적인 ‘불황 탈출법’을 제시한 책들도 많다. <우리에겐 위기 극복의 유전자가 있습니다> <새로운 부의 탄생> <퓨처 파일> <금융 재테크 끝장내기> 등이 실용서 목록에 이름을 새로 올리고 있다. 소액으로 실패하지 않는 창업 가이드, 알뜰하고 현명하게 쇼핑하는 법, 사교육비를 줄이는 지혜, 절약과 검소의 달인이 될 수 있는 법 등 구체적인 항목을 원하는 독자들을 위한 책들도 많아 ‘맞춤 독서’를 할 수 있다.

한편, 최근 불황을 겪는 현실을 ‘쿨’하게 픽션에 그대로 담아낸 책들도 눈길을 끈다. 대량 해고와 실직의 매서운 바람 앞에서 떨고 있는 미국 회사원들의 일상생활을 그린 소설 <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는 직장인들에게 공감과 함께 웃음을 던져준다. <굿바이 빚>은 ‘부채도 자산’이라는 말의 허구성을 일깨우며 ‘빚테크’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누구나 읽는 베스트셀러 대신 숨어 있는 좋은 책들을 권했다. 유명 출판사의 편집자들이 직접 추천한 좋은 책들로는 러시아 문학의 거장 미하일 불가코프의 대표작 <거장과 마르가리타>, 고급 미스터리 독자들을 위한 <금지된 낙원>, 그밖에 <다다미 넉 장 반의 세계일주> <회복하는 인간> <이민자들> 등이 있다. ‘한국의 인기 작가들이 여행갈 때 챙겨가는 책’으로도 선정되었던 김연수 작가의 산문 <여행할 권리>와 이언 매큐언의 <체실 비치에서>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예스24 이지영 대리는 “홍보와 마케팅이 미흡해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한 좋은 책에도 관심을 기울여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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