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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게 짓는다고 ‘병풍’이 빛나랴

서울시 한강변 통합 개발 계획에 난제 수두룩…층고 규제 해제보다 주민 합의 등 시급

이창무 (한양대 교수) ㅣ 승인 2009.02.03(Tue) 13: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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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강변 도심 아파트들.
ⓒ시사저널 박은숙

판상형 아파트로 도열된 한강변의 추한 모습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고민이 있었다. 자동차 교통의 효율성을 중시한 강남북 강변도로가 시민들과 한강의 연결을 끊어 놓은 것에 대해서도 역시 많은 비판이 있었다. 미국 볼티모어 항구 재개발의 성공으로 시발된 해외 도시의 수변 공간 개발 프로젝트들의 성공을 보면서 부러움도 많이 느꼈다. 이와 함께 우리의 한강도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고, 삶의 활력이 넘쳐흐르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최근 서울시는 한강에 이와 같은 욕구를 채울 것 같은 웅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강변 특정 지구를 고층으로 개발하고 일정 비율의 토지를 기부 체납해 시민이 한강과 연결될 수 있는 공원 혹은 문화공간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여러 면에서 새로운 시도이다. 창의 시정을 주창하는 오세훈 시장의 야심찬 선택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럴듯한 청사진을 보면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혹시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단지 세우기 위해 깨져서 손상되는 부위가 너무 많은 달걀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우선 한강의 경관에 대해 생각하고 싶다. 제시된 청사진을 보면 한강변 경관의 문제를 단조로움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한강을 따라 고층 건물을 통해 악센트가 될 만한 지역을 선별적으로 개발해 단조로운 한강변 경관을 탈피하자는 것이다. 일견 그럴듯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한강변의 경관 문제에 대한 그동안의 논의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급변한 시각이다. 그동안 많은 한강변 경관 계획이 나왔었다. 최근의 한강변 경관 계획 보고서를 보면 한강변의 경관 문제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단조로움 외에 고층의 문제와 그로 인한 위압감 및 기타 경관 요소의 조망 저해를 들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는 한강변이 고층화되면 그 배후에 위치하고 있는 주요 산의 조망이 침해되어 시민들의 조망권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이와 같은 시각보다는 고층 건물을 경관 친화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물론 고층 건물 자체가 경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듬성듬성 삐쭉하게 솟아 있는 성냥개비들이, 나지막하게 얹혀지는 다양한 유형의 건물군보다 아름답다는 보장이 없다. 어쨌든 경관이란 쉽게 판단하기가 어려운 개념이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의 계획은 몇 사람의 경관적인 선호를 시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와 같은 웅대한 계획의 필요성에 대해 지금이 재건축을 통해 시민을 위한 한강변 경관을 만들어내기 위해 놓칠 수 없는 시기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계획에 의한 새로운 형태의 단조로움보다는 개별적인 시장 주체들의 선택에 따른 다양한 경관의 창출이 가능한 시점이기도 하다. 필자는 한강대교 북단 동부이촌동의 재건축 과정을 보면서 상당히 흥미로운 관측을 했다. 한강변에 연이어진 아파트들의 모습을 보면 새로운 시도들이 담겨져 있다. 한 아파트는 뒤에 있는 동에서도 한강이 보이도록 하기 위해 앞 동의 가운데를 뻥 뚫어놓았다. 그 옆의 아파트 단지는 단지 내 모든 동에서 한강이 보이도록 하기 위해 용적률을 희생하면서 사각으로 배치했다. 그 옆에는 기존의 판상형이나 조금은 색다른 형태를 추구하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분양가 규제 완화 이후 잘 설계해서 비싸게 팔기 위한 시장의 선택이었다. 서울시에서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한강변의 아파트들은 점점 더 새로운 시도들을 하며 다양한 경관을 만들어낼 것이다.

다음으로 생각할 문제가 기능의 문제이다. 수변 공간이 고밀·고층으로 활용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누가 뭐라고 해도 미국의 시카고와 맨해튼이다. 시카고는 호숫가를 따라 도심이 형성되고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설계한 마천루들이 늘어서 있어 건축 투어가 인기 있는 상품으로 팔리는 도시이다. 뉴욕 맨해튼도 허드슨 강가에 배터리팍시티라는 고층 개발로 새로운 활력소를 조성했다. 가까운 중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프로젝트는 상하이의 푸동 지구를 들 수 있다. 이들은 고층 건물의 밀집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되는 사례이다. 일본도 아직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지만 좋은 평가를 받는 도쿄 해변가에 임해 부도심을 조성해 업무·상업·위락·관광 등의 복합적인 기능을 담아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도 돋보인다.

기부 체납분 높이는 것은 특혜 의혹도 키우는 일

   
▲ 한강변 고밀도 재건축 사업에 포함된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
ⓒ시사저널 박은숙

수변 공간을 활용한 고층 개발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그 성공 요소를 보면 단순한 건축물의 집합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지는 기능의 집적도가 높고, 다양한 기능이 복합되어 있어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입력이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높은 건설 비용이나 관리 비용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기능의 집적도가 높아 도심의 기능을 유지하는 곳이 많다는 점이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매립지를 활용한다든지 낙후된 지역을 재개발한다든지 계획적인 개발이 용이한 지역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제시하고 있는 한강변의 주요 고층 개발 지구의 청사진을 보면 단순히 주거를 담는 삐쭉한 성냥개비 몇 개와 누가 찾아올지도 모를 녹지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그런 몇 개의 성냥개비가 과연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건축물 집합으로 받아들여져 서울의 도시 마케팅 요소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또한, 할 일 없이 그 앞에 조성된 공원을 찾는 시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결국, 고층으로 올려진 해당 지구 주민들의 앞마당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지나친 우려도 든다. 정말로 성공한 개발이 되기 위해서는 좀더 적극적으로 기능을 담아내고, 시민들의 접근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통 연계망도 대대적으로 구상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고층과 주거와 녹지의 조합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많다.

또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서울에서도 땅값과 집값이 가장 비싼 곳에 속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공 용지를 내놓은 조건으로 고층 주거를 허용해준다는 것이다. 최근 이를 특혜라고 판단하는 비판의 여론이 높다. 아파트 시장에서 해당 지역의 호가가 급등했다는 기사도 많다. 그러나 그러한 계획의 시장 효과는 좀더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따져볼 수 있는 한, 기부 체납으로 25~40% 땅을 떼어주고 고층 주거를 짓는 것이 해당 지구 소유주의 입장에서는 그리 남는 장사가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들만의 아늑한 공간을 조성할 수 있는데 굳이 땅을 떼어주고 주거 비용이 많이 드는 초고층 건물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타워펠리스와 같은 주상복합에 대한 수요도 한계가 있다. 모든 사람이 그런 주거 형태에서 살고자 한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또, 그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주거지에 살 수 있는 경제력을 지닌 사람 수도 제한되어 있다. 주민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계획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은 지금보다 기부 체납의 수준을 낮추든지 다른 인센티브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은 더욱 특혜에 대한 의혹을 키워갈 것이다.

한강을 시민들이 접근하여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지금처럼 아파트 숲으로 나열되어 있는 한강변을 문화의 공간으로 재구성하고자 하는 야심찬 비전은 솔깃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난제들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다. 도시란 한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모형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고설킨 장기간의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순리일 수 있다. 서울이 아름답지 못한 것은 계획이 부재해서라기보다는 단발적이고, 부침 많고, 현실을 무시했던 계획들이 지나치게 많아서가 아니었는지 한 번쯤은 더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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