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심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2.1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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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치료, 모낭군 이식술이 가장 효과적 양모제·두피 마사지는 전혀 도움 안 돼

ⓒ경북대학교병원 모발이식센터 제공

탈모의 대표적인 증세는 ‘대머리’이다. 대머리는 유전에 의해 생기고, 아버지가 대머리이면 자식도 대머리일 확률이 약 50%이다. 반대로 아버지가 정상이면 자식은 대머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대머리 예방과 치료를 위해 유전자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유전자를 이용한 탈모 치료법이 개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 몸의 털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남성호르몬은 털을 잘 자라게 하면서도 머리와 같은 특정 부위의 털은 빠지게 한다. 머리 중에서도 앞과 윗부분은 빠지지만 옆과 뒤는 빠지지 않는다. 이를 ‘남성호르몬의 패러독스’라고 한다.

DHT라는 남성호르몬은 수염이나 머리털을 자라게 하지만 특정 유전자와 만나면 앞과 윗머리를 빠지게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 유전자를 찾아나섰고, 지난해 2월 그 유전자가 DKK-1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전자 DKK-1이 모발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되자 세계 의학계가 들썩였다. 유전자 DKK-1의 활동을 억제하면 탈모를 예방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유전자 치료법은 실험실 수준

유전자 DKK-1을 발견한 김정철 경북대 의대 피부과 교수(모발이식센터장)는 “실제 DKK-1 유전자를 억제하는 물질(TG-H7) 개발에도 성공했다. 문제는 이 물질이 수용성이어서 모근까지 침투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TG-H7에 음이온을 입혀 음이온 자극을 주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서로 밀어내려는 힘을 통해 모근까지 침투시키는 방법을 고안했다. 하지만 효과를 보려면 오랜 시간(20~30분) 동안 음이온 자극을 주어야 하므로 실용적이지 못했다. 또, 나노 기술을 이용해 두피를 쉽게 뚫고 모근까지 침투하도록 했지만 약 2mm 깊이에 도달하는 데 그쳤다. 모근은 4.5mm 깊이에 있기 때문에 무용지물인 셈이다. 주사 요법이나 지용성 물질도 개발했지만 TG-H7을 모근까지 침투시키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앞으로 TG-H7이라는 물질을 모근까지 침투시키는 방법이 고안되면 탈모를 조기에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탈모 치료법도 개발되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모근을 복제하는 기술이다. 모발을 만드는 줄기세포를 대머리에 이식하면 자연스런 머리가 생긴다. 이 기술 역시 동물실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털이 없는 쥐 ‘누드 마우스’에 줄기세포를 심었더니 털이 자라는 것이 확인되었지만 사람에게는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모근 배양에서 나타났다. 대머리에 이식하기 전에 모근을 배양하는데, 배양 과정에서 줄기세포의 모발 생성 능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세 번째 난관은 ‘모발 사이클’에서 생겼다. 모발에는 자라서 빠지고 다시 생겨나는 사이클이 있다. 그런데 줄기세포에서 생성된 털은 빠지면 다시 생성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면 탈모 치료제나 모발 이식의 길은 쉽게 열릴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최선의 탈모 치료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약물 요법과 모발 이식술이다. 탈모 치료제는 한 번 사용하면 장기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중요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약물은 미녹시딜(minoxidil)과 프로페시아(propecia)이다.

두 가지 약물은 본래 다른 질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털이 자라는 부작용이 발견되어 탈모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미녹시딜은 본래 혈관을 확장시켜 고혈압을 치료하는 약으로 개발되었다. 장기 복용할 경우 털이 자라는 부작용이 관찰되어 도포용 발모제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어떤 기전에 의해 이 약이 모발을 자라게 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게다가 두피에 염증이 있는 경우 탈모를 가속화하는 단점이 있다.

프로페시아도 본래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활성화된 DHT에 의해 탈모가 생긴다. 테스토스테론을 DHT로 활성화하는 물질이 5알파-환원효소(5α-recuctase)이다. 프로페시아는 이 효소의 기능을 억제한다. 그러나 이 약을 사용하다 중단하면 다시 탈모가 진행되므로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약물은 일반적으로 탈모 초기에 사용하며 탈모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라면 모발 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모발 이식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외국까지 가서 모발 이식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단위 면적당 이식하는 모발 개수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 등지에서는 ㎠당 최대 1백70개의 모발을 이식하므로 시술 후 즉각 만족스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모발을 많이 이식하는 것이 결코 좋지만은 않다고 한다. 김교수는 “정상 모발 개수가 ㎠당 1백20개 정도이기 때문에 정상 모발 개수만큼은 이식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오랜 연구 끝에 ㎠당 50~60개가 가장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이상 이식하면 두피 조직이 섬유화된다. 두피 손상이 심해서 추가로 모발 이식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맞게 된다”라고 경고했다.

탈모 환자가 모발 이식을 받을 때 고려해야 할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헤어라인(hair line)도 고려해야 한다. 헤어라인은 이마 위에 머리카락이 생긴 부위를 선으로 연결한 것이다. 예를 들어 탈모가 진행된 초기에 미관상 빠른 효과를 보기 위해 모발을 이식한다. 그러나 몇 년 후 탈모가 계속 진행되어 헤어라인이 뒤쪽으로 밀려나면 이식한 부분과 탈모된 부분이 골이 생겨 더욱  좋지 않게 된다. 따라서 탈모가 진행될 부분을 예상해 정상 머리 사이에도 모발을 이식해야 한다. 

모발 이식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머리가 굵고 직모인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모낭군 이식술이 적합하다. 두피의 한 모공에 보통 1개의 모발이 자라지만 2~3개씩 자라기도 한다. 따라서 뒤통수 부위에 있는 모낭군을 그대로 이식하는 모낭군 이식술이 가장 자연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모발 이식술은 세계 최고

▲ 모낭세포(맨 위)의 현미경 사진. 1개 또는 2~3개 모발이 있는 모낭군을 이식하는 모낭군 이식술이 최선의 모발 이식법이다(위).

모낭군을 옮기면 흉터가 남기 때문에 최근 모발을 1개씩 옮겨 흉터를 남기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발을 1개씩 옮기면 모발의 생존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머리 치료보다는 국소적인 탈모 부위 치료에 적합하다. 

주사기와 같은 이식 도구인 식모기 대신 레이저를 이용하면 출혈 없이 모발 이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피가 레이저에 손상을 받아 이식한 모발에 혈액과 영양 공급이 되지 않을 경우 모발 생존율이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레이저 이식술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다.

전문의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약물 요법과 모발 이식 외에 뚜렷한 효과를 내는 탈모 치료법은 없다. 그럼에도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모든 수단을 써서라도 머리를 보호하고 싶어 한다. 한때 모발에 영양을 주어 탈모를 예방한다고 해서 비누처럼 생긴 양모제(養毛劑)가 인기를 끌었다. 양모제를 쓰면 하루에 약 80개 정도 빠지던 모발을 60개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양모제가 탈모 예방이나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약 6만~7만개의 머리 중에서 하루에 50~100개 정도 빠지는 것은 정상이므로 양모제로 탈모를 줄였다는 것은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두피가 약해 머리가 빠진다며 미용실 등에서는 두피 마사지를 해주기도 한다. 특히 두피의 기름기가 모공을 막아 모발이 자라지 못하므로 피지를 없애야 한다면서 특정 관련 제품을 권하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탈모가 두피 건강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같은 부위의 두피에서 모발이 빠져도 한 번 이식한 모발은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도 탈모와 무관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여겨지는 교도소 죄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탈모의 빈도나 정도가 일반인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스트레스는 원형 탈모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이동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원형 탈모의 원인은 스트레스, 유전적 소인, 감염 등으로 추정된다. 스트레스에 의한 원형 탈모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자연 치유된다”라며 원형 탈모와 대머리 탈모의 차이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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