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기도 서럽거늘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02.17 01: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건축 소형 주택 의무 비율 폐지…연말 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 거의 없어

▲ 혼자 사는 인구가 증가하자 이들의 눈길을 끄는 광고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1인가구’는 주택 문제의 해결을 가장 바란다. 경제력이 있는 ‘골드 미스·미스터’에게는 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를 안고 사는 대다수의 1인 가구는 주택 문제의 해결을 가장 시급하게 꼽고 있다. 시정연의 조사 결과 ‘1인 가구가 개선을 바라는 문제점’ 중 1위를 차지한 것이 ‘다양한 소형 주택의 공급’(52%)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신 생활 10년차인 문시화씨(30)는 “20대나 30대를 위한 주거 환경은 딱 정해져 있다.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는 너무 비싸고 원룸이나 고시원의 경우는 적당한 주거 공간을 찾기가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1인 가구의 증가세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지난 1월2일부터 재건축 소형 주택 의무 비율이 폐지되었다.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개정하면서 지난 1월2일부터 재건축 단지의 전용 면적 60㎡ 이하 소형 주택 건설 의무 비율(20%)을 폐지했다. 앞으로는 재건축 단지의 전체 공급 물량 가운데 85㎡ 이하는 60%, 85㎡ 초과는 40%까지 지을 수 있게 되었다. 1인 가구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소형 주택이 느는 것이 당연하지만 재건축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형 주택을 거꾸로 줄여야 한다는 논리였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가구 규모와 소요 면적이 계속 작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수익률이 높은 중·대형 아파트 공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의 이번 재건축 소형 주택 의무 비율 폐지도 이런 건설사들의 행동에 물꼬를 열어준 셈이다. 장세훈 교수(동아대)의 지적처럼 “최근 1인 가구가 늘고 한 자녀 가구가 주류인 점을 고려하면 중·대형 아파트 위주의 공급은 주거 공간의 과소비일 뿐만 아니라 주택 자원의 사회·경제적 낭비를 불러오는 것”이 될 수 있다.


전세금 대출도 비혼자는 이자 더 비싸

그나마 실시되는 소형 주택의 공급 정책에서도 1인 가구는 차별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혼자이기 때문에 노후를 불안해하고 고민하는 1인 가구에게 ‘집’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도 1인 가구의 기대치가 가장 높게 나온 항목은 ‘소형 주택 및 아파트 입주권’에 대한 기대치였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혼부부의 보금자리 해결에 정부는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특히 정부는 2009년에만 총 5만 가구의 신혼부부를 위한 소형 주택을 공급한다. 다만, 소형 분양 아파트 1만5천 가구, 국민임대 아파트 2만 가구, 전세 임대 아파트 5천 가구 등 총 5만 가구는 새로 추가된 공급 물량이 아니다. 기존의 물량에서 떼어낸 것이다. 1인 가구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신혼부부에게 내어주는 꼴이다. 가뜩이나 청약가점제 시행으로 내 집 마련의 출발점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1인 가구들에게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1인 가구가 살 곳을 구하기 위해 목돈을 마련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1인 가구의 80% 정도가 월 2백만원 이하의 소득을 올리는 가운데서 높은 월세나 전세금을 부담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채용의 문이 좁아지고, 20대 1인 가구 중 임금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실제 1인 가구의 향후 소득은 더 낮아질 개연성이 크다. 

이것은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차별 문제와 연결된다. 특히 살 집을 마련하고자 전세금 대출을 시도할 경우 1인 가구, 특히 결혼을 하지 않은 비혼자는 설움을 톡톡히 느낄 수 있다. 혼인 여부는 대출에서도 큰 차이를 만든다. 근로자 서민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5% 내외의 금리로 최대 6년까지 적용받을 수 있지만 이는 기혼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미혼일 경우 10%에 가까운 높은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이런 차이로 인해 혼인신고를 미리 당겨서 하는 신혼부부를 흔히 볼 수 있다. 시중 은행의 대출 담당 직원은 “비단 전세금 대출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대출 심사에서도 같은 조건이라면 미혼자가 기혼자보다 보수적으로 평가된다”라고 말했다.

가끔은 이런 대출의 차별로 인해 뜻하지 않은 낙인이 생길 수 있다. 정 아무개씨(30)는 2년 전 결혼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대출 금리가 유리하니까 미리 혼인신고를 하자”라는 남자친구의 제의에 선뜻 응했다. 하지만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커지면서 결국, 파혼했다. 결혼 생활을 단 1초도 하지 않은 정씨는 합의 이혼을 했다. 그녀는 “혼인 무효소송을 해보려고 했지만 안 될 것 같다는 변호사의 말에 눈물이 엄청 나오더라. 결혼도 하지 못하고 돌싱(돌아온 싱글)이 되어버린 셈이다”라며 씁쓸해했다.

연말 소득공제에서 1인 가구의 경우 돈을 오히려 토해내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기혼자는 인적 공제, 배우자 공제, 부양가족 공제 등 다양한 혜택을 볼 수 있고 자녀양육비 공제 등 추가적인 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자신의 의료비·교육비·보험료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것도 공제 대상이다. 반면, 독신자는 연금저축이나 연금보험, 장기주택마련저축보험 등을 제외하고는 공제받을 수 있는 항목이 거의 없다. 시정연의 조사에서 개선을 바라는 항목 2위를 차지한 것은 ‘세제 혜택 등 경제적 지원’이었다. 대출이나 소득 공제 등에서 얻은 아쉬움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국가가 비혼자에게 차별을 두는 것은 저출산 문제와 맞닿아 있다. 어찌보면 비혼자의 결혼을 재촉하기 위해서 일부러 차별하고 ‘억울하면 결혼하라’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기획재정부의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중요하기 때문에 자녀가 있는 가정을 중요시하는 정책은 유지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일자리를 달라"

가난과 싸우는 독거 노인들

독거 노인 문제는 한층 해결이 어렵다. 여러 가지 문제가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과제는 빈곤이다. 통계청의 사회통계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문제(44.6%)’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의 빈곤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사회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하나는 노인 자살률의 급증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특히 60대 이상 노인의 자살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빈곤으로 일어나는 노인 범죄율의 증가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1996년과 2006년 사이에 전체 범죄자의 수는 비슷하지만 61세 이상의 노인 범죄자는 3만4천4백92명에서 8만2천3백23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놀라운 것은 노인 살인범의 수가 같은 기간 20명에서 59명으로 세 배 증가했고 방화범은 7명에서 46명으로 급증했다.

근본적으로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기댈 곳 없는 독거 노인에게는 생존의 문제이다. 하지만 올겨울 노인의 구직 분위기는 겨울바람만큼이나 싸늘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노인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진다. 서울 구로구청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독거 노인은 살기 위해 일을 하니까 도와주고 싶지만 그분들의 수요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공공 부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었다.

정부는 노인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사업을 위해 2008년 8백43억원에서 2009년 1천1백66억원으로 예산을 증액하고 일자리도 11만7천개에서 16만8천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혜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당장 이동부터 힘들어졌다. 올해부터는 기초노령연금이 전체 노인의 70%로 확대되면서 28년간 지급되었던 노인교통수당이 전면 폐지되었다. 기초노령연금의 확대로 재정 압박이 우려되자 지자체에서 매월 1만2천원의 노인교통수당을 없애기로 결정한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하루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이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20만원의 생계비 지급을 거절당한 한 노인이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