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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 지샌 나날, 검게 데인 민심

이대통령과 화마의 ‘악연’ / 당선 후 대형 화재만 13건, 60여 명 사망·1백40명 부상

정락인 ㅣ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02.17(Tue) 0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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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불과의 악연은 질기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숱한 화재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취임 1년을 불 끄다가 보냈다고 할 정도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대형 화재만 해도 13건에 달한다. 이 사고로 죽은 사람이 60여 명, 다친 사람은 1백40명이 넘는다. 지난해 2월25일 대통령에 취임한 후 10일 동안에만 30여 건의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했다. 반면, 같은 시기 노무현 전 대통령 때에는 단 1건만 일어났다. 이대통령과 불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의 불운은 인수위 시절인 지난해 1월7일부터 시작된다. 이날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에 있는 ‘코리아 2000 냉동 창고’에서 불이 나 작업 중이던 인부 40명이 불에 타 숨지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대운하 찬반 논쟁이 한창 뜨겁던 미묘한 시기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화재 원인이 ‘건축주의 무리한 건축과 안전의식 결핍’이었다. 대운하 반대론자들은 이명박 정부에 하늘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며 반대 명분에 이용했다.

냉동 창고 화재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해 2월10일, 이번에는 대한민국의 상징물인 국보 1호 숭례문이 불에 탔다. 수백 년 동안 각종 전란을 겪으면서도 멀쩡했던 숭례문이 아닌가. 그런데도 70세 노인의 침입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국가의 자존심을 불태웠다. 국민이 받은 충격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서울의 수호신이었던 숭례문이 불탄 이후 화마는 전국을 휩쓸기 시작했다. 대통령 취임식을 코앞에 둔 2월21일 서울 광화문 종합청사에 원인 모를 불길이 치솟았다. 숭례문이 불에 탄 지 11일만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정부의 심장’이라는 상징성에 비춰볼 때 불안한 정국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지난해 4월에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은 곧바로 촛불 시위를 촉발시켰다. 부실한 협상으로 인해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다고 판단한 촛불 시위대가 연일 광화문 일대를 뒤덮었다. 봄에 시작된 촛불 시위는 가을 문턱까지 이어졌다. 전국적으로 2천3백98 차례, 연 인원 94만여 명(경찰 추산)이 참여했다. 광우병 정국은 두 번에 걸친 대통령의 사과와 쇠고기 추가 협상 등으로 간신히 수습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위대 강제 진압 등은 두고두고 화근이 되었다.

이대통령이 취임한 후 촛불 정국이 있던 그 사이에도 대형 화재 사고는 잇따랐다. 하필 우리 민족이 자주 독립을 외쳤던 3월1일에 두 건의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경북 김천시 코오롱유화 공장과 인천 남동구 간석동 주상복합건물 화재로 하루 사이에 죽거나 다친 사람이 39명이나 되었다. 그 뒤에도 경기 용인시 김량장동 고시원 방화(사망 7명, 부상 6명), 서울 은평구 대조동 나이트클럽 화재(소방관 3명 사망), 서울 도봉구 창동 공사장 화재(사망 4명) 등이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역술인 자문 구하기도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화재가 일어나자 정부로서도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9월에는 광화문 복원 공사를 위해 경복궁 창고에 치워놓았던 해태상을 다시 옮겨오기도 했다. 해태상이 다시 광화문에 모습을 드러내자 세간에는 “화기를 잠재우기 위한 것이 아니냐”라는 말이 오갔다. 풍수지리학적인 유래를 보면 광화문의 해태상은 관악산의 화기를 막기 위해 세워졌다는 속설이 있다. 예로부터 관악산은 불의 산(火山) 또는 화형산(火形山)으로 불렸다. 문화재청은 ‘풍수지리설’과의 관련설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도봉구 창동 공사장에서 불이 나 4명이 숨졌다. 이틀 뒤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시원에서는 고시원생의 방화와 칼부림으로 6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하는 참극이 일어났다.

이처럼 화재 사고가 끊이지 않자 청와대도 ‘불’을 다스리기 위한 극약 처방을 찾아나섰다고 한다. 정통한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유명 역술인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조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문을 받았다. 여기에서 ‘불을 조심해야 한다’라는 말이 나왔고, 관련 부처에 일러 전국에 소방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12월5일 이천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사망함으로써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추진했던 ‘화기 누르기’는 무색해졌다.

불의 저주는 해가 바뀌어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번에는 부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부산 영도구의 한 노래주점에서 불이 나 손님 8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했다. 불과 5일 뒤에는 올해 정국을 강타한 ‘용산 철거민 농성 참사’가 일어났다. 재개발 지역 상가 세입자들이 건물 옥상 망루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특공대를 투입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망루에 불이나 철거민 5명과 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로 이명박 정부는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용산 참사를 지휘한 경찰 최고 지휘부는 촛불 시위를 강제 진압했던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다. 김청장은 용산 참사가 일어나기 이틀 전에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되었으나 여론에 밀려 결국, 자진 사퇴하는 길을 택했다.

용산 참사 정국이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경남 창녕에서 화재 사고가 터졌다. 화왕산 억새 태우기 행사에 참여했던 관광객 등이 갑자기 방향을 바꾼 불길에 싸여 죽거나 다친 사람이 70여 명에 달했다.

이런 사실을 들어 불과 관련한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해태상의 저주’ ‘청동거북의 저주’ 같은 말들이 떠돌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불’과 관련한 흉흉한 민심을 어떻게 수습할지도 관심거리이다.

■2008년
2008년 1월7일   : 경기 이천시 호법면 2000코리아 냉동 창고 화재 (사망 40명, 부상 10여 명)
2008년 2월10일  :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완전 전소)
2008년 2월21일  : 서울 광화문 정부 종합청사 화재
2008년 3월1일   : 경북 김천시 코오롱유화 공장 화재 (사망 2명, 부상 14명)
2008년 3월1일   : 인천 남동구 간석동 주상복합건물 화재 (사망 3명, 20명 부상)
2008년 7월25일  : 경기 용인시 김량장동 고시원 방화 (사망 7명, 부상 6명)
2008년 8월20일  : 서울 은평구 대조동 나이트클럽 화재 (소방관 3명 사망)
2008년 10월18일 : 서울 도봉구 창동 공사장 화재 (사망 4명)
2008년 10월20일 :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시원 방화 (사망 6명, 7명 부상)
2008년 12월5일  : 경기 이천시 마장면 물류창고 화재 (사망 7명)


■2009년
2009년 1월15일 : 부산 영도구 노래주점 화재 (사망 8명, 부상 1명)
2009년 1월20일 : 서울 용산구 철거민 농성 망루 참사 (사망 6명, 부상 20명)
2009년 2월9일 : 경남 창녕 화왕산 억새 태우기 참사 (사망 4명, 부상 6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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